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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 윤명상

石右 尹明相 2021. 12. 20. 15:40

 

굴뚝

       / 석우 윤명상

 

저물녘,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굴뚝 연기는

그 겨울의 사랑이었다.

 

얼음을 지치다 달려들어

젖은 양말은 부뚜막에 널어놓고

언 손발을

아랫목 이부자리에 집어넣어

지지곤 했었다.

 

팽이를 치다가

연을 날리다가

썰매를 타다가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봉화대의 신호인 양

꽁꽁 언 포로를 끌고 집으로 향했다.

 

군불을 삼킨 아궁이는

뜨거워진 품을 내주었

굴뚝은 어김없이 긴 트림을 하며

소년을 반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