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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잃은 여름 - 윤명상

石右 尹明相 2022. 8. 2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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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잃은 여름

         / 석우 윤명상

 

구미호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여름,

전설에 관한 입소문은 이제 조금씩 가라앉는다.

첨단과학이 버티고 있는 현대지만

구미호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가혹했다.

민화 속 구미호는 흥미진진했다면

소문 속 현실판 구미호는

감성이나 낭만도 없는 무자비였다.

 

여름방학,

통기타 하나 둘러매고 더위를 가르던 비둘기호는

말 그대로 그 자체가 전설의 낭만이었다.

로망스를 튕기던

통기타의 음률은 여전히 전설로 남아있지만

그 전설의 여름은 구미호가 나타난 후부터

공포의 납량특집이 되고 말았다.

 

인정사정없이 날뛰던 구미호는

가장 먼저 가슴에 남아있던 낭만을 삼켜버렸다.

분노의 횡포는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았고

날이 새면, 간밤의 신출귀몰했던

구미호의 무용담은 세상을 도배했다.

하지만 흉흉했던 소문도 지나고 마는 것.

가을의 낭만을 위해 풀벌레는 오늘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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