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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베틀소리 - 윤명상

石右 尹明相 2023. 5. 10. 18:41

 

 

어머니의 베틀소리

           / 석우 윤명상

 

처마 밑 텃밭에서 모시풀이 자라면

아버지는 베어다가 겉껍질 벗겨내고

뻣뻣한 푸른 속껍질 태모시를 만드셨다.

 

어머니는 적당히 물에 불린 태모시를

마루에 앉아 종일 모시째기를 하셨고

부르튼 입술 사이로 가공되던 모시올.

 

실이 된 모시를 쩐지 사이 걸어두고

한 올 한 올 무릎에 비벼서 이을수록

어머니 뽀얀 무릎은 벌건 꽃이 되었다.

 

소쿠리에 가득히 모시올 사리어 놓고

어머니는 밤을 새워 모시를 삼으시면

틈틈이 거들며 아버지는 꾸리를 만드셨다.

 

이웃의 부녀들과 모시 날기 하신 뒤

도투마리에 모시올 걸고 모시매기 끝나면

골방에 베틀을 놓고 모시 짜던 어머니.

 

북이 지나면 내리치던 바디의 응수에

몇 날 며칠 삐걱대며 울던 베틀소리

말코에 감기던 모시는 그 시절 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