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훈. 신앙시

한 해의 끝에서 - 윤명상

石右 尹明相 2023. 12. 18. 19:28

 

 

한 해의 끝에서

           / 석우 윤명상

 

생각 같아서는

모든 꼬리를 잘라버리고

홀가분히 가고 싶다.

 

의도치 않은 고민들이

구인 척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거머리처럼

마음속에 기생하는 것이

어디 고민뿐일까.

 

살그머니 들어온

미움도 욕심도 한 마리씩

내 삶에 꼬리가 되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로 달려가야 하는데

악착같이 매달려 있다.

 

모든 것을 버렸기

거친 눈보라에도 걱정이 없는

저 나목들처럼 살고 싶은데,

 

나목이 벗어놓은 것들을

나는 움켜쥐고

한 해의 끝에 매달려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