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문학의 뜨락

푸쉬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 시 모음

by 石右 尹明相 2016. 2. 2.

 

알렉산드르 푸쉬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

시인. 소설가. (1799~ 1837)

출생지 모스크바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확립자.

러시아 근대 문학의 창시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은 그리움이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나는 당신을 사랑했소

 

나는 당신을 사랑했소

나의 영혼 속에 아마도

사랑은 여전히 불타고 있으리라

 

하지만 나의 사랑은

이제 당신을 괴롭히지 않을 거요.

어떻게 하든 당신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오

 

침묵으로, 희망도 없이

난 당신을 사랑했소

 

때로는 두려움, 때로는 질투로

괴로워하면서도,

나는 신이 당신으로 하여금

타인의 사랑을 받게 만든 바 그대로

 

진심으로, 부드럽게

당신을 사랑했소

 

 

()

 

너의 자유로운 혼이 가고 싶은 대로

너의 자유로운 길을 가라.

너의 소중한 생각의 열매들을 실현하라.

그리고 너의 고귀한 행동에 대한 아무런

보상도 요구하지 말아라.

보상은 바로 제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네 자신이 너의 최고 심판관이다.

다른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너는 제 자신의

작품을 심판할 수 있다.

너는 네 작품에 만족하는가?

의욕 많은 예술가여!

네가 황제다. 고독하게 살아라

 

 

 

시인(詩人)

 

아폴로 신이 신성한 희생자로

시인을 불러내기 전에는

그는 부질없는 세상의 번민 속에

무기력하게 가라앉아 있다

 

그의 성스러운 거문고는 울리지 않고

영혼은 얼어붙은 꿈을 먹는다

 

이세상 보잘 것 없는 아이들 가운데

아마도 그는 가장 미미하리라

 

그러나 신의 음성이

예민한 청각에 와 닿기만하면

시인의 영혼은 잠을 깬 독수리처럼 약동한다

그는 이 세상의 위안 속에서 괴로워하고

사람들의 소문을 멀리한다

 

민중에게 숭배 받는 것의 발치에

자랑스런 머리를 숙이지는 않는다

 

야심적이고 엄숙한 그는

소리와 혼돈에 가득 차

황량한 바닷가로,

또 넓게 술렁이는 떡갈나무 숲속으로 달려간다

 

 

 

詩人에게

 

시인이여! 사람들의 달콤한 찬사를 존중하지 말라

그 환호의 소리는 순간적인 술렁임에 불과한 것,

어리석은 자의 비판, 차가운 대중의

웃음이 들린다 해도

의연하게 편안히 엄숙해야 한다

 

그대은 제왕 홀로 살아야 한다. 자유의 길을

자유로운 지혜를 따라가라

사랑하는 사상의 열매을 익게 하고

고귀한 위엄의 보상을 요구하지 말고

 

보상은 그대 안에 있다. 그대 자신이

최고의 심판자

누구보다 냉엄하게 자기 일을 평가한다.

준엄한 예술가여 그대의 일에 만족하는가

 

만족하는가? 그렇다면 대중의 비난 따윈 내버려두라

불타는 그대 제단에 침을 뱉어도

그대의 삼발이 아이들의 장난에 흔들려도

 

 

 

당신을 사랑했네

 

나는 당신을 사랑했네

말도 없이 희망도 없이

 

때론 수줍음에

때론 질투심에 가슴 에이며

 

나는 당신을 사랑했네

그토록 진실하게

그토록 다정하게

 

 

 

신이여, 저를 미치지 않게 하소서

 

신이여, 저를 미치지 않게 하소서.

아니, 그보다는 차라리 보따리와 지팡이가 나아요

아니, 고생스럽고 배고픈 게 차라리 더 나아요.

 

그것은 내가 나의 이성을

존중해서도 아니고

이성과 헤어지는 것이 기쁘지 않아서가 아니오.

 

나 자유로이 둔다면

그 얼마나 활개치며

어두운 숲으로 달려가리!

 

열병에 걸린 것처럼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고

그 얼마나 자유로이 멋진 꿈에 도취되어

나를 잊으리.

 

그리고 나의 파도소리에 귀기울이고

행복에 가득차서

빈 하늘을 바라보리니

나 그 얼마나 힘차고 자유로우리

들판을 파헤치고

숲을 휘어뜨리는 회오리처럼.

 

그런데 불행히도 미친다는 것은

페스트보다 더 두려운 일,

곧 갇히고

사슬에 묶이리니,

사람들은 창살 사이로 짐승을 찌르듯

찌르러 올 것이고,

 

그리고 밤에는 들을 것이다.

꾀꼬리의 울리는 낭랑한 목소리도 아니고

빽빽한 참나무 숲의 웅성거림도 아니고

울리는 것은

친구들의 외침소리, 밤의 파수꾼의 욕설,

사슬이 쩔렁이고 삐걱이는 소리뿐

 

 

 

꽃잎

 

책갈피에 끼여 잊혀진 지 오래된

말라서 향기 잃은 꽃잎을 나는 보고 있다

 

불현듯 영혼은 묘한 생각에 빨려들어가 버린다

 

어느 곳에 피었던 꽃인가

어느 때 어느 봄날에 얼마 동안이나

피어 있었고 또 누가 꺾었는지

 

낯선 손이 아니면 낯익은 손이

또 어인 일로 여기에 간직해 두었는지

 

정답고 은밀한 만남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작별을 위해

 

아니면 조용한 들판의 숲길을 건너

외로운 산책을 추억하고자 함인지

 

어느 곳엔가 그 사람과

그 여인은 살고 있겠지

 

그들의 보금자리는 어디일까

그들은 이미 사라져 버렸을까

 

마치 사연 모를

이 꽃잎인 양

 

 

 

태워진 편지

 

안녕

사랑의 편지여 안녕.

 

그 사람이 이렇게 시킨 것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 나는 주저하고 있었던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나의 손은

모든 기쁨을 불에 맡기려고 맹세하였던가

하지만 이제 지긋지긋하다.

시간이 찾아 왔다.

불타라, 사랑의 편지여!

 

나는 각오하고 있지,

마음은 무엇에도 현혹되지 않지.

 

탐욕스런 불꽃은 벌써 너의 편지를 핥으려 한다.

 

이제 곧.

활활 타올라 타올라 엷은 연기가 얽히면서

나의 기도와 더불어 사라져 간다.

이미 변치않을 마음을 맹세한

반지로 찍은 자국도 사라지고

녹기 시작한 봉랍이 끓는다.

 

오오, 신이여 일은 끝났다.

 

검어진 종이는 휘말리고 말았다.

지금은 가쁜한 재 위에 그 숨겨진 자국들이

새하얗게 남고

 

내 가슴은 조여진다

그리운 재여

나의 애처로운 운명 위에

그나마 가련한 기쁨이여

내 한탄의 가슴에 영원히 머물러라.

 

 

 

人生이 당신을 저버린다 해도

 

人生이 당신을 저버린다 해도

서러워하거나 노하지 마오

실의의 날엔 마음을 가라 앉히고

나를 믿구려 곧 기쁨이 온다오

 

마음은 來日에 사는 것

오늘이 비참하다 해도

온갖 것은 순간적이고

지나간 것, 그것은 값진 것이라오

 

 

 

작별

 

작별이 잦은 시대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잦은 시대

작별을 해놓고 살아가세

 

작별이 올 때 아쉬움이 없도록

작별을 해놓고 살아가세

 

우리들끼리만 서로 사랑하지 마오

우리만 너무 사랑하지 마세

하나님이 질투 하시니까

 

영원한 작별이 올 때

아쉬움 없이 작별할 수 있도록

작별을 해놓고 살아가세

 

하늘로 향한 작별이 올 때

미련 없이 갈 수 있도록

작별을 해놓고 살아가세

 

작별이 없으면 만남의 기쁨이 없고

작별이 없으면 영원한 삶이 없소

 

세상도 작별하고

사랑도 작별하고

나와도 작별을 하고 사세

 

주님이 부르는 작별이 올 때

나를 더 머무도록 애쓰지 마오

 

작별이 올 때

웃으며 가도록

작별을 준비해 놓고 살아가세

 

 

 

잠에서 깨어나

 

꿈이여, 꿈이여,

너의 달콤함은 어디로 갔느냐?

 

밤의 기쁨이여,

너는 어디로, 어디로 갔느냐,

 

즐거운 꿈은 사라지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잠이 깬다.

 

주위는

말없이 밤에 싸여 있다.

 

사랑의 꿈은

싸늘하게 식어

한순간에 멀리 날아갔구나.

 

아직도 영혼은

욕망으로 가득차

추억의 꿈을 낚는데.

 

사랑이여, 사랑이여,

너의 환영을 내게

다시 한번 보내주렴.

 

다시 한번 환희에 젖어

아침이 되어도 깨어나지 않은 채

죽을 수 있게 해다오.

 

 

 

케른 부인에게

 

기적의 순간을 기억합니다.

당신은 나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순간적인 환상처럼,

순결한 미의 화신처럼.

 

내가, 희망 없는 우울 속에,

시끄러운 공허의 불안 속에 허덕일 때

당신의 상냥한 음성은 오래 내 맘에 울려왔고

나는 당신의 정다운 모습을 꿈꾸었습니다.

 

세월은 흘렀습니다. 폭풍의 미친 듯한 격정이

옛날의 공상들을 휩쓸어 갔고

나는 당신의 상냥한 음성을 잊어버렸습니다.

당신의 천사같은 모습까지도.

 

어느 벽지, 유배의 어둠 속에서

나의 날들은 소리 없이 흘러가 버렸습니다.

애모도 영감도 없이

눈물도, 생기도, 사랑도 없이.

 

내 영혼이 잠을 깨자

또 다시 당신은 나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순간적인 환상처럼,

순결한 미의 화신처럼.

 

내 가슴은 환희로 물결치고

가슴 속엔 다시

애모, 영감, 그리고

생기와 눈물과 사랑이 되살아났습니다.

 

 

 

들판에 처음 피는 화려한 꽃보다

 

들판에 처음 피는 화려한 꽃보다

마지막 꽃은 더욱 사랑스러워

 

우리 가슴에 우울한 상념

더욱 오롯이 불러일으키듯

 

때로는 이별의 시간이

달콤한 만남보다 더욱 살가운 것을

 

 

 

잠에서 깨어나

 

꿈이여, 꿈이여,

너의 달콤함은 어디로 갔느냐?

밤의 기쁨이여,

너는 어디로, 어디로 갔느냐,

즐거운 꿈은 사라지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잠이 깬다.

주위는

말없이 밤에 싸여 있다.

사랑의 꿈은

싸늘하게 식어

한순간에 멀리 날아갔구나.

아직도 영혼은

욕망으로 가득차

추억의 꿈을

낚는데.

사랑이여, 사랑이여,

너의 환영을 내게

다시 한번 보내주렴.

다시 한번 환희에 젖어

아침이 되어도 깨어나지 않은 채

죽을 수 있게 해다오.

 

 

 

지다 남은 꽃

 

지다 남은 꽃은

요염한 들판에 피어난 첫 꽃보다도

더욱 사랑스러운 것

그것은 적적한 마음의 그리움을

우리들 가슴 가슴에 깨우쳐 주는 것

 

, 그와도 같이 헤어질 땐

만날 때보다 더욱더

몸에 스며드는 것을

 

 

 

나의 이름이 너에게 무슨 소용인가

 

나의 이름이 너에게 무슨 소용인가?

머나먼 해안에 부딪힌 파도의 슬픈 울음처럼

어둔 밤 조용히 숲속에서 들리는 음향처럼

내 이름은 죽어 갈 텐데.

 

알 수 없는 언어로 새겨진

묘비명의 문양처럼

내 이름은 기억의 징에

죽은 흔적만을 남길 텐데.

 

나의 이름이 무슨 소용인가?

새로운 번뇌와 격정 속에서

오래 전에 잊혀진 나의 이름

네 영혼에 순결하고 다정한 추억 주지 못하리.

 

그러나 슬픔의 날, 정적 속에서

애수에 잠겨 내 이름을 부르며 말해 다오

나의 기억 아직도 있다고

이 세상엔 내가 살아 있는 가슴이 있다고,

 

 

 

시베리아에 보낸다

 

시베리아의 광산 저 깊숙한 곳에서

의연히 견디어주게

참혹한 그대들의 노동도

드높은 사색의 노력도 헛되지 않을 것이네

 

불우하지만 지조 높은 애인도

어두운 지하에 숨어 있는 희망도

용기와 기쁨을 일깨우나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은 오게 될 것이네

 

사랑과 우정은 그대들이 있는 곳까지

암울한 철문을 넘어 다다를 것이네

그대들 고역의 동굴에

내 자유의 목소리가 다다르듯이

 

무거운 쇠사슬에 떨어지고

감옥은 무너질 것이네 그리고 자유가

기꺼이 그대들을 입구에서 맞이하고

동지들도 그대들에게 검을 돌려줄 것이네

 

 

 

부활

 

몽매한 예술가가 몽롱한 붓으로

천재의 그림을 검정 칠로 지우고

엉터리 그림을 그 위에

함부로 어리석게 그린다

 

허나 시간이 흐르면 덧칠한 물감들은

힘없는 허물처럼 떨어져 버리고

천재의 작품은 다시 우리 앞에

예전의 아름다움으로 살아나는 법

 

그렇게 내 눈 먼 헤매임도

고통하는 영혼으로부터 사라지고

그 속에 본래의 순수한 날의

모습들이 다시 살아난다.

 

 

 

비가(悲歌)

 

어리석은 날들의 기쁨은 사라지고

혼란스런 숙취처럼 괴로움만 남았다.

그러나 지난날의 슬픔은 - 포도주처럼

내 영혼 속에서 오래될수록 더 강해진다.

나의 길은 우울하다.

미래라는 일렁여진 바다는

내게 고난과 슬픔을 약속한다

 

그러나 오, 친구여,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나는 살고 싶다, 생각하고 아파하기 위해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비통과 근심과 불안 가운데

즐거움도 있으리라는 것을 :

때때로 다시 조화의 미를 만끽하고

상상력에 눈물을 흘릴 때도 있으리라는 것을

또 아마도 - 내 슬픈 석양 길에

사랑이 작별의 미소로 빛나리라는 것을.

 

 

 

당신을 사랑했어요

 

당신을 사랑했어요.

아직도 사랑하는지 몰라요.

그 불꽃 아직 꺼지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허나 내 영혼 속에서 아주 고요히 타고 있어요.

당신은 그 때문에 더는 아파하지 않아도 되어요.

난 당신을 조용히 절망적으로 사랑했었답니다.

때론 질투에 어쩔 줄 몰라 하고 때론 수줍어하면서.

당신을 사랑해 줄 다른 이를 찾기 바랍니다.

나처럼 다정하고 진실하게 당신을 사랑해 줄,

 

 

 

사랑

 

나 그대를 사랑했습니다.

사랑은 아직 내 영혼 속에

깨어지지 않고

완전하나,

 

내가 사랑한다고 해서

어찌 그대를 번거롭게 하겠습니까.

 

무엇으로도 그대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 그대를 말없이

희망도 없이 사랑했습니다.

 

수줍음 혹은 질투가,

나를 괴롭혔으나

나 그대를 진정으로

가슴 깊이 사랑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도 부디

사랑받기를

바랄만큼 말입니다.

 

 

 

친구여 시간이 되었다

 

시간이 되었다. 친구여. 때가 되었다.

마음은 평화를 원하고 -

세월은 하루하루 날아가고, 매 시간은

삶의 조각을 실어 나르지만,

나와 너는 둘이서 살려고 한다.

그래 바로 그 때 우리는 죽으리라

이 세상에 행복은 없으나,

평화와 자유는 있다.

오랫동안 나는 내가 바라는 운명을 꿈꾸어왔다.

오랫동안 지쳐버린 노예인 나는

도망가려 했다.

노동과 순결한 기쁨이 있는 머나먼 은둔처로.

 

 

 

나는 그대를 사랑했다오

 

나는 그대를 사랑했다오

그 사랑은 나의 영혼 속에서

여전히 불타고 있으리라

 

하지만 나의 사랑은

이젠 그대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오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오

희망도 없이 침묵으로

난 그대를 사랑했다오

 

때로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질투로

가슴조이며

신이 그대로 하여금 누군가의 사랑을

받게 만든 그대로

나는 진심으로 묵묵히

그대를 사랑했다오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 사랑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불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랑으로 인해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히지는 않겠습니다.

 

슬퍼하는 당신의 모습을

절대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말없이, 그리고 희망도 없이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때론 두려워서, 때론 질투심에 괴로워하며

오로지 당신을 깊이 사랑했습니다.

부디 다른 사람도 나처럼

당신을 사랑하길 기도합니다.

 

 

 

친구들에게 남기는 나의 유언

 

나 내일 세상을 하직하련다

환희로 가득 찬 신비의 세계로

망각의 강 고요한 기슭으로

흥겨운 그림자 되어 날아가련다.

삶의 기쁨이여 사랑의 희열이여

황홀한 유혹이여, 영원히 안녕!

 

, 친구들아, 가까이 다가와

존경과 관심을 보여 다오!

너희들의 가수, 세상을 떠나기로 작정한 몸

그러니 저녁달이 떠오르면

당초 무늬 새하얀 수의로

정원의 잔디 덮어 줄 수 없겠나?

 

우리가 담소하던

꿈결 같은 강물의 어두운 기슭으로

철철 넘치는 술잔 들고서

떼지어 가줄 수 없겠나?

 

마지막 주연에 초대해 다오

콧대 높은 세멜레의 아들을

신과 인간을 주재하는

우리 리라의 친구 에로스를.

환각의 신이 낭랑하게

방울 흔들며 달려와

거품 넘치는 술잔 잡은 우리 위해

따뜻한 여흥을 마련케 하고

우리의 친애하는 뮤즈들도

신나게 무리를 지어 날아오게 해다오.

 

벗들이여, 뮤즈들과 맺은 인연 신성하니

그들에게 첫잔을 돌려 다오.

동녘에 샛별이 뜰 때까지

고요한 여명의 빛 보일 때까지

시인의 손에서 우정 어린

들림잔 떠나지 않으리라.

 

황홀한 이 가슴에

달콤한 꿈의 여가수

나의 피리를 마지막으로 끌어안으리라.

나른한 피로에 지친 나 마지막으로

벗들도 영원도 잊어보리라

얼음처럼 차가운 이 가슴

마지막으로 청춘의 환희에 취해 보리라!

 

동녘은 황금 빛에 물들고

자그만 샛별이 그림자 남길 때

새하얀 백양나무에

아침 이슬 방울방울 반짝일 때

아나크레온의 포도송이를 내게 다오.

 

그는 나의 스승이었거늘

나도 그의 길을 따라

슬픈 아케론 강기슭으로 가리라.

잘 있거라. 사랑하는 벗들이여

손을 다오, 이제 그만 안녕!

제발 제발 약속해 다오

나 영원히 세상을 하직한 뒤

내 유언 지켜 주겠노라고.

 

바커스와 테미라를 노래했던

내 사랑하는 가수여 이리 오라

너에게 여유와 리라를 선사하리니

뮤즈들 너와 함께 하리라……

, 재기 발랄한 현자 뿌쉬친.

너 우리의 우정 잊지 않겠지!

나의 높은 술잔과 함께

시들은 도금양나무 화환을 받으라!

 

벗들이여! 너희들에게 내 가슴 남기노라

양귀비 백합 만발한 화단에서

유유자적 행복에 겨워했던

아름다운 지난날의 추억과 함께.

나의 시를 망각의 신에게 선물하니

오 벗들이여, 마지막 한숨은 부디 <그녀>에게!

 

조용한 장례의 축제에

나 반드시 너희를 초대하리라

고독의 친구 흥겨움이

부고장을 돌리리라……

머리에 화관을 쓰고 손에 손 잡고

떠들썩하게 모여들어

헬리콘 산의 덤불 속으로 사라진

가수의 관 뚜껑 위에

날렵한 조각칼로 새겨 다오

 

`이곳에 아폴론과 애무의 자손 젊은 현자 잠들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