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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문학의 뜨락

롱펠로(Henry Wadsworth Longfellow) 시 모음

by 石右 尹明相 2016. 2. 18.

 

 

Henry Wadsworth Longfellow - 시인

(1807~ 1882) 출생지 미국

학력 보드윈 대학

1834년 하버드 대학교 교수

1847년 대표작 [에반젤린](Evangeline)집필

 

 

 

인생 예찬

 

슬픈 사연으로 내게 말하지 말라,

인생이 한낱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잠자는 영혼은 죽어있기 때문이고

만물은 보여지는 그대로만은 아니기에...

 

인생은 실제적이다! 인생은 진지하다!

그리고 무덤이 인생의 목표는 아니다.

너는 본래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

이것은 영혼을 두고 한 말은 아니었다.

 

향락도 아니다, 슬픔도 아니다,

우리가 향하는 종착지, 우리가 가는 그 길은

그러나 행동하는 것이다. 각각의 내일이

오늘보다 나은 삶의 우리를 맞이하도록...

 

예술은 길고, 세월은 날아간다.

우리 심장은, 튼튼하고 용감할지라도,

여전히, 감싸진 북과 같이 울린다.

무덤을 향한 장례행진을 위해...

 

이 세상 드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의 거친 야영지에서,

말 못하며 쫓기는 짐승이 되지 말라!

싸움하여 이기는 영웅이 되어라!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말라!

죽은 과거는 과거 속에 묻어 버려라!

행동하라,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안에는 심장이, 위에는 하나님이 있다.

 

위인들의 생애는 우리를 깨우친다.

우리도 장엄한 인생을 이룰 수 있다고...

또한, 떠나가면서, 우리 삶 뒤켠으로

세월의 모래톱에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고...

 

그 발자국... 아마도 다른 이,

인생의 장엄한 대양을 항해하던

고독하고 조난당한 한 형제가

그 발자국을 바라보고 심기일전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 곧추 일어나 일해 나가자,

어떤 운명에도 굴하지 않는 심장으로...

끊임없이 이루고,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수고함과 기다림을 애써 배우자.

 

 

 

 

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삶에 대한 가치관이 우뚝 서 있어도

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가슴에 품어온 이루고 싶은 소망들을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으로 하루를 살다가도

때로는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완벽을 추구하며 세심하게 살피는 나날 중에도

때로는 건성으로 지나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정직함과 곧고 바름을 강조 하면서도

때로는 양심에 걸리는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포근한 햇살이 곳곳에 퍼져있는 어느 날에도

마음에서는 심한 빗줄기가 내릴 때가 있습니다.

 

따스한 사람들 틈에서 호흡하고 있는 순간에도

문득, 심한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행복만이 가득 할 것 같은 특별한 날에도

홀로 지내며 소리 없이 울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재미난 영화를 보며 소리 내어 웃다가도

웃음 끝에 스며드는 허탈감에 우울해 질 때가 있습니다.

 

자아도취에 빠져 스스로 만족감 중에도

자신에 부족함이 한없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호흡이 곤란 할 정도로 할일이 쌓여 있는 날에도

머리로 생각 할 뿐 가만히 보고만 있을 때가 있습니다.

 

내일의 할 일은 잊어버리고 오늘만 보며

술에 취한 흔들리는 세상을 보고픈 날이 있습니다.

 

늘 한결 같기를 바라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변화에 혼란스러운 때가 있습니다.

 

한 모습만 보인다고 하여

그것만을 보고 판단하지 마십시오.

 

흔들린다고 하여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마십시오.

 

사람에 마음이 늘 고요하다면 그 모습 뒤에는

분명 숨겨져 있는 보이지 않는 거짓이 있을 것입니다.

 

가끔은 흔들려 보며 때로는 모든 것들을 놓아봅니다.

그러한 과정뒤에 오는 소중한 깨달음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시 희망을 품은 시간들 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시간들 안에는 새로운 비상이 있습니다.

 

흔들림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한 모습입니다.

적당한 소리를 내며 살아야 사람다운 사람이 아닐까요.

 

 

 

삶의 향기

 

삶에 대한 가치관이 우뚝 서 있어도

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가슴에 품어온 이루고 싶은 소망들을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으로

하루를 살다가도

 

때로는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완벽을 추구하며 세심하게 살피는 나날 중에도

때로는 건성으로 지나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정직함과 곧고 바름을 강조하면서도

때로는 양심에 걸리는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포근한 햇살이 곳곳에 퍼져 있는 어느 날에도

마음에서는 심한 빗줄기가 내릴 때가 있습니다.

 

따스한 사람들 틈에서 호흡하고 있는 순간에도 문득,

심한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행복만이 가득할 것 같은 특별한 날에도

홀로 지내며 소리 없이 울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재미난 영화를 보며 소리 내며 웃다가도

웃음 끝에 스며드는 허탈감에 우울해질 때가 있습니다.

 

자아도취에 빠져 스스로에 만족함 중에도

자신의 부족함이 한없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할 일이 쌓여 있는 날에도

머리로 생각할 뿐, 가만히 보고만 있을 때가 있습니다.

 

내일의 할 일은 잊어버리고,

오늘만을 보며 술에 취한 흔들리는 세상을

보고픈 날이 있습니다.

 

늘 한결 같기를 바라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변화에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한 모습만 보인다고 하여

그것만을 보고 판단하지 마십시요.

흔들린다고 하여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마십시요.

 

사람의 마음이 늘 고요 하다면,

그 모습 뒤에는 분명 숨겨져 있는

보이지 않는 거짓이 있을 것입니다.

 

가끔은 흔들려 보며

때로는 모든 것들을 놓아 봅니다.

그러한 과정 뒤에 오는

소중한 깨달음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시 희망을 품는 시간들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시간들 안에는,

새로운 비상이 있습니다.

 

흔들림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한 모습입니다.

적당한 소리를 내며 살아야

사람다운 사람이 아닐까요?

 

 

 

비오는 날

 

날은 춥고 어둡고 쓸쓸하다.

비 내리고 바람은 쉬지도 않고

넝쿨은 아직 무너져 가는 벽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붙어있건만,

모진 바람 불때마다 죽은 잎새 떨어지며

날은 어둡고 쓸쓸도 하다.

 

내 인생 춥고 어둡고 쓸쓸도 하다.

비 내리고 쉬지도 않고

내 생각 아직 무너지는 옛날을

놓지 아니하려고 부둥키건만,

질풍 속에서 청춘의 희망은 우수수 떨어지고,

나날은 어둡고 쓸쓸도 하다.

 

조용하거라. 슬픈 마음들이여!

그리고 한탄일랑 말지어다.

구름 뒤에 태양은 아직 비치고

그대 운명은 뭇 사람의 운명이러니

누구에게나 반드시 얼마간의 비는 내리고

어둡고 쓸쓸한 날 있는 법이니.

 

 

 

화살의 노래

 

하늘 우러러 나는 활을 당겼다.

화살은 땅에 떨어졌었지, 그 어딘지는 몰라도

그렇게도 빨리 나니

날아가는 그 화살 그 누가 볼 수 있으랴.

 

하늘 우러러 나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땅에 떨어졌었지, 그 어딘지는 몰라도

눈길이 제 아무리 예리하고 강하다 한들

날아가는 노래를 그 누가 볼 수 있으랴

 

오랜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한 느티나무에

나는 보았다, 아직 꺾이지 않은 채 박혀 있는 화살을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동무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것을 나는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편히 쉬거라.

내 너를 지키러 여기에 왔다.

네 곁이라면

네 곁이라면

혼자 있어도 나는 기쁘다.

 

네 눈동자는 아침의 샛별.

네 입술은 한 송이 빨간 꽃.

사랑하는 사람아, 편히 쉬거라.

내가 싫어하는 시계가

시간을 헤아리고 있는 동안에.

 

 

 

물결은 밀물지고, 물결은 썰물진다

 

물결은 밀물지고, 물결은 썰물진다.

저녁 어두움은 더욱 짙어지고 도요새는 운다.

습기진 갈색 모래펄을 따라서

나그네는 거리로 서둘러 간다.

그리고 물결은 밀물지고, 물결은 썰물진다.

 

어두움은 지붕과 벽에 드리워 꼼짝 않는다.

그러나 바다는 어두움 속에서 부르며

낮은 물결은 여린 흰 손을 움직여

모래에 남겨진 발자국을 지운다.

그리고 물결은 밀물지고, 물결은 썰물진다.

 

아침이 온다.

구유의 말은 마부의 소리에 따라 발을 구르며 운다.

해는 다시 뜨지만 결코 또다시

나그네는 해변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물결은 밀물지고, 물결은 썰물진다.

 

 

 

더욱 더 높이(Excelsior!)

 

저녘 어스름이 땅에 내려깔리고 있을 때,

알프스 산마을로 지나가는 젊은이 하나,

눈이 내려도, 얼음이 얼어도 꼭 쥐고 있는 깃발엔

기묘한 도안으로 아로새긴 글자 하나

엑셀시오!

 

슬픈 빛 서려있는 이마,

칼집에서 갓 뽑아낸 칼날처럼 빛나는 그 눈동자

울려퍼지는 은나팔 소리처럼

그 낯선 말의 억양이 들려오니

엑셀시오!

 

다복한 가정에서 따사롭게, 눈부시게,

벽난로불이 빛나는 것을 그는 보았다.

그러나 산 중턱에 유령처럼 빛나는

빙하의 모습을 보고

그의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무거운 신음소리

엑셀시오!

 

"그 길을 가지 말라"는 늙은이의 충고:

어두워지면 산 위의 폭풍이 내려 불고

울부짖는 산 개울물이 깊고 넓게 불어나니,

그러나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하는 말

엑셀시오!

 

"오 떠나지 말아요." 처녀의 애소:

"그대의 고단한 고개를 이 품에 기대어요."

그의 빛나는 푸른 눈동자엔 눈물이 고였다.

그러나 한숨지며 여전히 대답하는 말

엑셀시오!

 

"소나무의 시들은 가지를 조심하오!

무섭게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조심하오!"

이 말은 농부의 마지막 작별인사.

저 멀리 높은 곳에서 들려오는 대답은

엑셀시오!

 

동이 틀 무렵, 하늘을 향하여

성 버나드 수도원의 경건한 수도사들이

자주외는 기도문을 외고 있을 때,

난데없이 공중에서 들려오는 소리

엑셀시오!

 

충성스런 사냥개 옆에 행객 한 사람,

눈 속에 반쯤 묻혀 있건만

얼어붙은 그의 손에 아직 움켜쥔 깃발엔

기묘한 도안으로 아로새긴 글자 하나

엑셀시오!

 

차갑고 어렴풋한 땅거미 속에서

목숨은 없으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누워있는 젊은이

멀고 맑은 저 하늘로부터

유성인양 떨어져 내려오는 그 음성

엑셀시오!

 

 

 

오월은 잠깐

 

해는 밝고 공기는 맑고

제비들 날며 노래 부르는데,

장중한 느릅나무 속에서 들려오는

파랑새의 봄을 예고하는 노래 !

 

강물은 새파랗게 굽이굽이 흐르는데

마치 하늘이 쏟아진 듯하고

서풍이 부는 그곳에는

뭉게구름 걸려 움직이지 않네 !

 

만물은 새롭네

새싹도, 느릅나무 뒤덮는 잎사귀들도

처마 밑에 남아있는 새둥지에도

지난해 보던 새는 한 마리도 없네.

 

만물은 청춘을, 사랑을 노래하네

새로운 즐거움을 마음껏 !

부드러운 허공으로부터는

밤의 부드러움을 배우네

 

소녀여 !

이 짧은 노래를 읽거든

마음껏 젊음을 누리도록 하라 !

오월은 오래 머물지 않을지니

청춘의 향기를 마음껏 사랑하라

오월은 슬픈 일이지만

잠깐이어라

 

사랑과 젊음의 봄을 마음껏 누리고

나머지는 천사들에게 주어 버리게

시간은 곧 그대에게 가르쳐 주리

지난해의 둥지에는

어느덧 새가 한 마리도 없다는 진리를 !

 

 

 

물결은 일고, 물결은 잔다

 

물결은 일고, 물결은 잔다

어스름이 짙어가고, 만종이 울린다

축축한 갈색의 바닷가 모래 따라

나그네는 마을로 급히 발걸음 재촉하고

물결은 일고 물결은 잔다.

 

어둠이 지붕과 담벼락에 자리 잡고

바다는, 바다는 어둠 속에 부르고 있다

작은 파도는 부드럽고 하얀 손으로

모래밭 발자국을 지워 버린다

물결은 일고 물결은 잔다.

 

먼동이 트자 마구간 말들은

마부의 소리 듣고 발 구르며 울러댄다

날은 다시 오는데, 바닷가에

나그네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물결은 일고 물결은 잔다.

 

 

 

연인의 바위

 

결코 죽을 수 없는 사랑이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부서진 가슴으로

각자의 운명을 맞이하고

마치 별들이 뜨고 불타고 지는 것처럼

그 사람들도 떠나가 버렸다

부드럽고 젊고 찬란하고 짧았던

봄에 떨어진 잎새 속에

자기네 세월을 묻은 채

결코 죽을 수 없는 사랑이 있다

아아, 그 사랑은 무덤 너머로 이어진다

수많은 한숨으로 삶이 꺼지고

대지가 준 것을 다시 대지가 거둘 때

그 사랑은 빛은 싸늘한 바람이 불어도

깨닫지 못한 사람들의 길을 비춘다

 

 

 

하루가 끝나고

 

하루가 끝나고 어둠이

밤의 날개에서 내린다

독수리가 날다 흘린

깃털 하나 천천히 떨어지듯

 

마을의 불빛 비와 안개 속에

빛나는 걸 보노라니

알 수 없는 서글픔 휩싸와

내 영혼 그것을 감당할 수 없구나

 

서글픔과 그리움의 느낌

아픔이라고는 할 수 없고

안개와 비가 비슷하듯

그냥 슬픔과 비슷한 어떤 것

 

이리 와 내게 시를 읽어 주오

이 산란한 심정 달래고

낮의 온갖 상념 몰아내 줄

소박하고 감동적인 시를

 

옛 거장들의 시는 그만 두오

장엄한 시인들의 시도 그만 두오

그네의 아득한 걸음 소리 아직

시간의 통로에서 메아리치오

 

저들의 거창한 생각 듣노라면

마치 군대의 행진곡처럼

싸우고 또 싸우라는 것만 같소

허나 오늘밤 나는 휴식이 그립소

 

소박한 시인의 시를 읽어 주오

여름 구름에서 소나기 쏟아지듯

아니면 두 눈에 눈물이 고이듯

가슴에서 우러나온 노래를

 

힘들고 긴 낮을, 평안 없는

밤들을 보냈으면서도

영혼 속에서 아름다운 가락의

음악을 들었던 시인의 노래를

 

그런 노래가 쉼 없는 근심의

맥박을 가라앉힐 수 있소

그리고 기도 다음에 오는

축복의 말처럼 들린다오

 

그러니 그 소중한 시집에서

당신이 고른 시를 읽어 주오

그리고 시인의 운율에 맞춰

당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오

 

그러면 밤은 음악으로 가득 차고

온 낮을 괴롭혔던 근심은

아랍인들이 천막을 거두고 떠나듯

조용히, 조용히 떠나가리다

 

 

 

내 인생의 한가운데 서서

 

내 일생의 절반도 이미 지나가 버렸는데,

나는 한 것이 하나도 없구나.

젊어서 이루리라 맹세한 꿈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세월만 헛되이 흘러갔도다. 훌륭한 노래를 불러,

찬란하고 황홀한 노래의 궁전을 드높게 쌓아 보리라던 그 꿈!

 

나는 결코 게으르지는 않았네,

나는 결코 다른 즐거움을 찾아다니지도 않았네,

나는 쓸 데 없이 초조해서 시간을 보내지도 않았네.

 

그 슬픔 때문이었네.

나를 하마터면 죽음에까지 몰고 갔을지도 모를

그 슬픔이 나로 하여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게 했다네.

 

이제 언덕에 반쯤 올라,

뒤돌아보니,

나의 지난 과거가 황혼에 싸인 도시처럼 밑에 보이네.

 

언덕 위를 쳐다보니,

가을바람에

죽음의 폭포가 굉굉히 울리면서 나를 위협하네.

 

 

 

얻은 것과 잃는 것

 

잃은 것과 얻은 것

놓친 것과 이룬 것

저울질해 보니

자랑할 게 별로 없구나

 

내 아느니

많은 날 헛되이 보내고

화살처럼 날려 보낸 좋은 뜻

못 미치거나 빗나갔음을

 

하지만 누가

이처럼 손익을 따지겠는가

실패가 알고 보면 승리일지 모르고

달도 기우면 다시 차오느니

 

 

 

하나의 돌이

 

하나의 돌이 다른 돌에 의지하여

아름다운 건물이 일어나듯이

우리 인생에서

오늘 일은 어제 일에 기대어 피어나고

어제 일들은 아무런 자취도 없이

이 땅에서 사라져 가네

 

 

 

마을 대장장이

 

가지 늘어뜨린 밤나무 아래

마을 대장장이 서 있네.

힘이 장사인 대장장이는

크고 마디 굵은 손에

억센 팔뚝의 근육이

무쇠같이 단단하네.

 

머리는 길고 검은 곱슬머리

얼굴은 햇볕에 탄 황갈색

이마는 정직한 땀에 젖은

제 손으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

누구에게도 빚진 일 없으니

세상을 바로 보고 사는 사람.

 

한 주일 내내 아침부터 밤까지

풀무질 소리 들리네.

무거운 쇠망치를 휘두르며

박자 맞추어 치는 소리.

마치 해질녘의 종지기가

마을 종을 울리는 소리와도 같네.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이

열린 문으로 들여다보네.

타오르는 용광로와

시끄러운 풀무질 소리

타작 마당의 껍데기처럼

날아오르는 불꽃을 잡고 즐거워하네.

 

일요일이면 그는 교회에 나가

아이들과 함께 앉아서

목사님 기도와 설교를 듣네.

성가대에서 노래하는

딸의 목소리에

그의 마음 한없이 즐거워지네.

 

딸의 목소리는 그애 엄마의 목소리

천국에서 노래 부르는 소리!

그녀가 어떻게 무덤에 누워 있는지

다시 한 번 죽은 아내를 생각하네.

어느덧 그의 눈에 고인 눈물을

딱딱하고 거친 손으로 문지르네.

 

일하며, 즐거워하며, 슬퍼하며

오늘도 묵묵히 살아가네.

아침에 시작한 일

저녁에 끝마치고

꾀했던 일 이룬 보람으로

한밤의 휴식을 얻네.

 

고마워라. 고마워. 내 소중한 친구여.

그대 내게 준 가르침!

활활 타는 용광로 속에

우리들의 운명은 만들어지는 것.

우리의 불타는 행위도 생각도

소리나는 모루 속에서 다듬어지는 것!

 

 

 

에반제린

 

아카디아의 마이나스 만 기슭,

멀리, 외로이 떨어진 계곡 사이에

조그마한 그랑 프레 마을이 있었네

광활한 초원은 동쪽 멀리까지 뻗쳐있고,

그것은 이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되어

수많은 양 떼들이 풀을 뜯는 목장이 되었다네

농부들의 흐르는 땀으로 세워 올린 저 제방들은

바다의 거센 파도를 막아주고

철에 따라 열리는 수문을 통해

바닷물이 들어와 초원을 촉촉이 적셔 주었네

서쪽과 남쪽으로는

삼밭과 과수원, 그리고 옥수수 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블로미돈 산이 높이 솟아올라 원시림을 이루었네

대서양에서 피어 오른 바다 안개가 산꼭대기를 뒤덮어

평화스런 이 골짜기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며

그 초원 한가운데에

아카디아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네.

 

 

(그랑 프레는 프랑스어로 넓은 초원이란 뜻)

 

 

 

밤의 찬가

 

밤이 긴 옷자락을 끌면서

대리석 현관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나는 들었노라!

밤이 입고 있는 검은 옷이 반짝이는

천국의 빛으로 수놓아져 있는 것을

나는 보았노라!

 

나는 느꼈노라!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그 엄숙한 존재를,

고요하고도 장엄한 밤이여,

그대야말로 바로 나의 진정 사랑하는

임이어라.

 

나는 들었노라!

슬픔과 환희를 담은 오묘한 소리

부드럽고 오묘한 종소리가

유령이 나올 듯한 밤의 침실을

마치 옛 시인의 노래처럼

채우고 있는 것을.

 

나의 영혼은 한밤의 상쾌한 정적을 마시고

휴식을 취하노라.

밤은 영원한 평화가 솟아나는 곳,

평화와 안식이 영원토록 마르지 않는 곳.

 

오 거룩한 밤이여!

인생의 고통을 참고 인내하는 법을 배우노라,

근심하는 우리의 입술에

그대의 손가락을 갖다 대면 그 순간

모든 근심은 사라진다네.

 

평온이여! 평온이여!

나는 (오레스티스)처럼 간절히 기도 하노라.

나의 가장 사랑하는 밤이여!

넓은 날개를 펼쳐 내려와 주오!

 

 

(오레스티스)-Oreste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가멤논과

클라이템네스트라 사이에 태어난 아들.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와 어머니의 정부를 죽여 복수를 하였으나,

나중에 어머니를 살해한 참회와 고통 속에 삶을 마침.

 

 

 

삶의 중턱에서

 

나 이미

인생의 반을 보냈으나

고상한 노래의 탑을 쌓겠다는

젊은 날의 소망을

이루지 못한채

헛되이 세월만 보냈구나.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았고

다른 즐거움만을 추구하거나

조바심으로

초조해 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그 슬픔에

거의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나는

내가 아직 이룰 수 있는 일로부터

손을 떼고 있었다네.

 

이제

인생의 중반기에 올라

회고해 보는 나의 지난날

수많은 추억들,

뿌연 안개속으로 보이는 도시에는

연기나는 지붕,

온화한 종소리와 영롱한 햇빛.

 

인생의 위로 귀기울여 보니

가을의 질풍 속에서

죽음의 폭포가

천둥소리처럼

울리며 떨어지고 있네.

 

 

 

변해 버렸네

 

이제 낯선 나그네 되어

그 옛날의 이정표가 그대로 서있는

고향 어귀에 서서 마을을 굽어보니

보이는 것은 유령이라도 나올 듯이

어둠컴컴한 소나무 숲

 

고향이 변했는가, 내가 변했는가

! 도토리 나무들은

여전히 생기있고 푸르건만

그 우거진 숲속을 동무하며 놀던

 

나의 친구들

세월이 가로막아 서먹서먹해졌네

 

바다는 여전히 반짝이며 흐르고

햇빛 또한 눈부시게 빛나건만

그러나 나에게는 더 이상

그 옛날의 태양이 아니요

그때의 바다가 아닌 듯하구나

 

 

 

詩人의 밤나무 의자

 

가지를 펼친 밤나무 아래 마을 대장간의 오두막이 있다.

대장장이는 건장한 사나이로서 손은 커다랗고 아주 억세다.

그는 힘껏 일해 벌고 세상을 똑바로 보고 있나니,

아무에게도 빚이 없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풀무 소리가 들려온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어린이들이 문으로 안을 들여다본다.

풀무소리 듣기가 하도 좋아서

타오르는 불꽃이 탈곡장의 낟알처럼 날아다니는 것을 본다.

 

그는 주일날이면 교회에 가서 어린이들 사이에 앉는다.

목사님의 기도나 설교 말씀을 듣고

그의 딸의 목소리가 성가대 속에서 들려오면

대장장이의 마음은 크게 두근거린다.

 

그에게는 그 목소리가 천국에서 노래하는

아내의 목소리처럼 들려서

무덤에 잠들어 있는 아내를 생각하게 된다.

 

일하고 기뻐하며 슬퍼하면서

그는 앞을 향해 살아간다.

 

 

 

변모

 

마을의 변두리

낡은 이정표가 서 있는 곳에서

이제 이방인이 되어 내려다본다.

나는 어둡고 낯익은 숲의

그림자 진 꼭대기를 바라본다.

 

숲이 변했는가, 내가 변했는가?

아아, 참나무는 싱싱하게 푸르다.

그러나 덤불 속을 헤매며

나와 어울리던 친구들은

사이에 낀 세월로 낯설어졌다.

 

바다는 다름없이 밝게 흐르고

해는 다름없이 밝게 빛난다.

그러나 오오! 그들은 내게

전 날과 같은 해가 아니어라,

전 날처럼 흐르는 물결이 아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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