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파문으로 본 사이비 수련 행태 |
김종업 한국정신과학학회 이사 |
구도(求道)단체인 붓다필드. 온라인으로 출발한 이 단체의 스승, 혹은 교주는 ‘게이트’라는 ID를 쓰는 신모씨다. 필자는 3년 전 ‘게이트 신화’를 ‘신동아’에 소개한 적이 있다. 이후 몇 개월 간의 검증 끝에 게이트의 사기성을 알게 됐고 붓다필드를 떠났다. 최근 게이트의 비서실장 노릇을 하던 이가 양심선언을 하며 붓다필드를 뛰쳐나왔다. 이에 필자는 책임을 통감하며 게이트 신화의 허구성을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국내에 난무하는 각종 사이비 수련 행태를 살펴본다.(‘신동아’는 이 글에 대한 붓다필드 측의 반론보도 요청이 있을 경우 그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해 게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편집자) |
지난해 11월, 낯선 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김 박사님이시죠? 선생님이 3년 전 ‘신동아’에 게이트를 소개한 글을 읽은 사람입니다.” “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암만 봐도 사기 같은데요. 혹시 이후 그를 검증한 적이 있나 해서요.” “있습니다만, 어떤 이유에서 그를 사기꾼으로 판단했습니까.”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여제자를 성추행하고 돈을 엄청 밝힌다는 것, 그리고 수련법은 가르치지 않고 말장난만 계속한다는데요.” “혹시 선생님도 피해를 당하셨나요?” “아니, 전 그렇지 않습니다만, 과연 스승으로 모셔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어서….” “미련 없이 벗어나십시오. 본질과 영성의 메커니즘을 지식으로 수련한 사람입니다. 아울러 영적인 수련은 해본 적도 없고, ‘신비’를 내세워 돈을 밝히니 빨리 나오셔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밖에도 그를 추종하던 많은 사람으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과연 그가 도인이냐, 아니면 도인 흉내를 내는 것이냐고. 필자는 3년 전 ‘신동아’(2005년 4월호)에 붓다필드라는 수련단체의 지도자를 소개한 적이 있다. 기사 제목은 ‘장풍, 축지법, 유체이탈…대(大)도인 아니면 대(大)사기꾼?’이었고 부제는 ‘기인(奇人) 게이트와의 만남’이었다. 수련에 대한 일반인의 목마름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소개했다.
전문직, 지도층 인사 많아 그 글이 나간 뒤 주변의 여러 도반으로부터 게이트가 ‘대사기꾼’에 가깝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 몇 달간 정밀하게 추적한 결과 도인의 흉내를 낸 흠많은 지도자였음을 알게 됐다. 당시 필자의 글을 읽고 붓다필드에 가입한 순수한 구도자들에게 엎드려 사죄하고, 아울러 ‘신동아’ 측에도 깊은 사과를 드린다. 나 자신의 구도 욕심으로 순수한 구도자들의 눈을 멀게 한 그 부끄러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마는…. 인간의 소외된 영혼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종교이고 또 하나는 수행이다.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목적은 안심입명(安心立命)이다. 즉 삶에 있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죽음에 있어서 명에 따른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집단 공동체 의식이 유별나게 강한 탓에 종교인이 많고 영성을 추구하는 수행도 집단적인 성격을 띤다. 사이비 종교와 수련단체가 난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이비 종교의 문제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므로 논외로 하고, 웰빙과 단(丹), 선(禪), 요가 열풍에 힘입어 급속히 번창하고 있는 각종 수련단체의 사이비적 행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어느 단체가 사이비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교리, 지도자, 신도라는 3가지 구성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상식을 벗어난 면이 있다면 일단 의심하고 볼 일이다.
이제 게이트를 비롯한 사이비 수련단체 교주의 행태를 고발함으로써 나 자신이 수련사기를 당한 창피함을 만천하에 드러내고자 한다. 붓다필드(Buddha Field)는 2002년 ‘젠풀’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로 출발한 마음수련단체다. 도(道)를 사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어느 사업가가 수억원을 들여 개설했는데, ‘신비의 질문답변’ 코너를 통해 게이트(Gate)라는 아이디를 쓰는 신모씨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당시 한국에 막 알려지기 시작한 유럽의 신지학(神智學)을 공부하고 서구의 브라더후드와 UFO에 심취한 그는 인류의 기원과 종교적 성향에 대한 참신한 풀이로 사이트를 방문한 젊은이들로부터 ‘마스터’란 칭호를 얻는다. 이후 오프라인에서 30여 명으로 첫 모임을 가진 후 구도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 수련단체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다. 고만고만하게 불교식 자각공부를 하던 붓다필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유명 인사들이 회원으로 들어오면서부터 고급 수련단체로 떠올랐다. 고위직 판·검사 등 법조인, 교수, 기업가, 군 장성 등이 전면에 포진하면서 의사·한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와 공무원들이 잇따라 문을 두드렸다. 특히 기(氣) 치료에 관심 많은 한의사가 많다. 5년간 70여 명의 한의사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900명이 넘는 ‘붓다’ 2005년 필자의 ‘신동아’ 기고 이후 교세가 더욱 커져 신도가 7000여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도자인 게이트는 사이비 교주의 전형적 행태를 드러내 헌금 요구와 여제자 성추행, 도박을 일삼았다. 심지어는 빙의령(憑依靈)을 퇴치한다며 환자를 치료하다가 실정법상 중범죄에 해당되는 행위까지 저질렀다. 초기의 추종자로서 모임 확장의 일등공신인 김○○은 이를 보다 못해 최근 양심선언을 하고 지도자에게 그만두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미 인지부조화의 정신마비 상태로 들어선 지도자는 오히려 그를 ‘빨갱이’로 매도하면서 단체 유지에 혈안이 돼 있는 실정이다. 붓다필드는 말 그대로 붓다, 즉 깨달은 자들의 광장이다. 회원은 때가 되면 견성(見性) 인가를 받는다. 스승인 게이트로부터 ‘깨달은 자’라고 인정받는 것으로, 특별한 절차는 없다. 그저 게이트가 붓다필드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인가’를 공지하면 끝이다. 2002년 12월 첫 견성자가 탄생했다. 이듬해 3월 2호 견성자가 나왔는데, 그가 바로 최근 양심고백을 한 김○○다. 견성자 수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03년 7월까지 30명이 견성 인가를 받았는데, 2007년 12월엔 한꺼번에 110명의 견성자가 쏟아져 나왔다. 붓다필드가 그간 배출한 총 견성자 수는 900명이 넘는다. 견성 인가는 돈으로 연결된다. 견성 인가를 받은 사람에게 모금책이 접근해 ‘감사헌금’을 권유한다. 1000만원이 기본이다. 내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냈다. 다음은 그간 붓다필드의 2인자로 활약해온 김○○가 폭로한 내용이다. 그는 게이트의 비서실장 노릇을 하며 붓다필드의 재정을 관리해왔다. 유체이탈을 자유자재로 하고 우주의 대마스터다. 전생에는 이집트의 신으로까지 추앙받았던 아몬이시었고 우주의 끝을 넘어 차원의 신비를 꿰뚫고 있기 때문에 내가 병이 걸리더라도 귀신처럼 낫게 해주실 수 있는 분이다. 무릎연골이 다 파열될 정도로 젊은 시절 극한의 수행을 하신 분이기 때문에 신선을 만나 위대한 가르침을 받고, 그것을 다시 세상에 전하기 위해 이곳에 오셨다. 한마디로 전지전능하시고, 자비의 화신이기 때문에 그를 존경하고 따른다. 그런 스승을 나의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아들 수면제 먹여 재우고 나오라” 이런 스승을 믿고 따르는 우리들을 보며 세상 사람들이 혀를 차며 ‘사이비 맞군!’ 해도 우리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정도로 대단한 프라이드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스승, 우리 단체는 정말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건강하고 진실된 단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모든 믿음이 다 거짓이고 꾸며진 일이고 만들어진 이야기라면, 스승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렇다면 나의 믿음은 무엇을 근거로 생겨난 것인가? 그 믿음을 지탱시켜준 진실이 다 거짓이라면 어떻게 될까. 신선을 만난 적은 한 번도 없고 신선문이라는 단체에서 이것저것 들은 이야기를 조합해 만들어낸 이야기라면? 무릎이 안 좋은 것이 치열한 수행 때문이 아니라 군대에서 부상당한 탓이라면? 신선사부에게 받은 ‘금당’이라는 호가 부산 동래구에 사는 한 수련단체, 신선문의 지도자에게 받은 법명이라면? (게이트의 대표 저서인) ‘신비의 문’의 내용이 ‘신성학회’ 시절 이일우씨한테 배운 브라더후드 가르침의 짝퉁이라면? 10년 넘게 브로커 생활을 하다가 붓다필드를 시작한 동기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을 정도로 도탄에 빠진 가정경제를 위한 것이었다면? “초월하려는 의식을 붙잡기 위해 가장 탐욕적으로 살 수밖에 없다”는 스승의 고백이 그저 육체의 욕망에 충실한 극도의 이기주의의 표출이라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제자들에게 “내가 편해야 지구가 편하고 내가 행복해야 법문도 나오고 가르침도 펼 수 있기에 나를 기쁘게 해다오” 하며 접근했다면? 여제자에게 “너는 반드시 스승과의 사랑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속삭이며 그 제자의 애인이던 남자 제자를 서울을 떠나게 만든 후 “나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붓다)필드도 때려치우고 가르침도 때려치우고 히말라야로 들어가버리겠다”고 협박했다면? 그리고 결국 그 여제자의 마음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면? 서울에 가 있는 제자의 아내에게 음란한 메일을 보내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수면제 먹이고 재운 후 즐기자”는 전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여러분의 믿음은 많이 흔들릴 것이고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을 통해, 믿음을 통해, 신념을 통해, 신앙을 통해 우리는 존재를 던질 수 있다.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는 것이고 신념은 어떤 공통적인 사실에 근거해 이루어진다. 저는 무조건 당신을 믿는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어떤 믿음에 대한 근거가 반드시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 근거가 사실이 아니었음이 밝혀지고, 스승에 대한 신앙이 송두리째 뽑힐 사건이 발생한다면(기독교인들에게 외계인의 방문 같은 경우겠지만) 우리들의 사랑과 믿음과 신앙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뉴질랜드 카지노의 VIP 그의 천박한 행태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1. 아들 치료 핑계로 거액 챙겨 그 회원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이었다. 이런 인사가 붓다필드에 들어오면 어떻게 해서든 돈을 빼내려 한다. 마침 이분의 아들이 오래전부터 몸이 불편했다. 이런 경우 게이트에게는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치료 빙자 사기가 그것이다. 암암리에 형성된 게이트의 치료능력에 대한 제자들의 환상 덕분에 이분은 (게이트가) 아들을 치료해줄 것이라고 믿게 됐고, 아들은 게이트가 있는 뉴질랜드 센터에 1년 넘도록 머무르게 됐다. 하지만 정작 게이트의 치료행위는 거의 없었고 그의 제자들이 기 치료와 운동만을 시켰을 뿐이다. 호전이 되기는커녕 현재 그의 아들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뉴질랜드 센터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부 회원들이 구타와 성추행을 당했음이 아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는 것이다. 치료 명목으로 이분에게 가져간 돈만 1억3000만원. 그 외에도 그는 2억원 상당의 주식을 대여해줘 치명적인 물적 피해를 보았다. 현재 경찰서에 게이트를 사기로 고소한 상태다. |
2. 연구 성과 빌미로 거액 사취
게이트와 오랜 기간 애증의 관계에 있는 K대 화학과 C교수는 초전도체 연구의 전문가였다. 게이트는 그에게 도력(道力)으로 노벨상을 받게 해준다면서 10여 년간 착취했다. 집안의 고전 유물을 넘기도록 해 헐값에 팔아 유흥비로 탕진하는가 하면 주변 동료에게도 빚을 내도록 하여 가로챘다. 이후 그에게서 거액의 자금을 받아내 뉴질랜드로 도주한다.
결국 이 일로 고소를 당해 기소중지 됐다. 나중에 고소금액만큼 신도들로부터 모금, 변제한 후에야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명문 집안 출신인 C교수는 게이트와의 악연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3. 유족 위로금으로 카지노 도박
그밖에 암 치료를 기대했던 게이트의 제자들 중 여러 명이 이미 사망했다. 충청도의 초기 제자인 ○○은 위암에 걸려 주변 의사들이 입원치료를 권했으나 암이 아니라는 게이트의 말만 믿다가 치료시기를 놓쳤다. 더욱 몹쓸 짓은 이렇게 죽은 사람을 위해 모금을 하라고 지시한 다음 수천만원이 모이자 이 돈을 유족에게 전달하기는커녕 카지노 도박으로 날려버린 것이다.
이 얘기를 최근에야 전해 들은 그의 유족은 어이가 없어 “세상에 망자를 가지고 장난을 치나”라는 말을 남기고 그의 곁을 떠났다. 또한 ○○대 한의대생들에게 인간의 몸과 기에 대한 의통을 열어준다며 수천만원을 요구했다. 부모를 통해 3500만원을 빌려준 어느 학생은 현재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게이트는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에 있는 스카이시티 카지노의 최고 VIP다. 직업도 없는 그가 어떻게 카지노의 최고 귀빈이 됐을까. 답은 뻔하다. 한국 제자들의 회비와 암암리에 보내주는 거액의 헌금이 모두 카지노의 슬롯머신에 쏟아부어진 것이다. 뉴질랜드 센터를 짓겠다, 스포츠카 사달라, 집을 사겠다 등의 명목으로 제자들에게 걷은 엄청난 목돈이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다. 측근의 증언에 따르면 중독증세가 심할 때는 아침, 저녁, 새벽을 가리지 않고 카지노에 출입한다고 한다.
여제자들의 ‘커밍아웃’
나 자신이 구도자로서 10여 년간 겪어본 바로는 어떠한 사회적 지위에 있던 사람이건 수련에 관해서는 유치원 수준이란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교육이 일생을 좌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도 입문자들에게는 초기의 가르침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 자신이 5개월가량 게이트의 수련이론에 빠진 일이 있다. 오로지 나만 보라, 남을 분별하거나 시시비비를 따지지 말라, 영혼의 성장이 지구에서의 마지막 여정이다, 행동하는 법문이 최고의 보시다, 기(氣)라는 마음의 상념을 깊이 연구해 보라 등.
불교식 법문과 기독교적 사랑, 신비학적 이야기에 인류의 미래와 라즈니쉬류의 깨달음을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세계인 선도와 결합시켜 자신만의 사상체계를 설파하는 모습이 그럴듯해 보였다. 의문은 질문과 답변으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질문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수행자의 자세론은 대도인이라는 느낌을 줄 만했다.
하지만 3개월간 추적한 결과, 아니었다. 그가 자신의 스승이라고 내세운 사람들은 그를 아예 제자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의 이론을 정밀하게 따져보니 신비학적 전승과 무협지, 불교, 선도 이론을 인내천 사상에 결합시킨 짜깁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 단체의 몇몇 주요 인물에게 “아닌 것 같다”고 얘기해줬지만, 마이동풍이었다. 그가 소개한 고급 수행이론과 몇 가지 도술(엄밀히 말하면 마술)은 신도들을 열광케 하기에 충분했으니….
정말 부끄러웠다. 창피의 수준을 넘어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하지만 ‘대통령도 사기꾼에게 속는데…’ 하고 위안하면서, 인도 철학자 카르비의 명언을 새기며 나 자신을 성숙시키는 계기로 삼았다.
“속이려들지 말고 언제든지 속을 준비를 하십시오. 속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남을 속이면 모든 것을 잃습니다.”
3년 전 붓다필드를 조용히 떠나면서 이 단체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까 의문이었다. 신도들로부터 거둔 돈을 오로지 사치와 노름으로 탕진하는 교주의 타락한 사생활, 돈 있어 보이는 새로운 신도들에게 정성을 들여 ‘깨달음 장사’를 하는 사이비적 행태가 오래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단체 확장의 일등공신이던 사람이 죄책감을 못 이겨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비리를 폭로하자 여제자들이 ‘커밍아웃’을 시작했다. 지금은 와해 수순을 밟고 있다. 왜 이런 단체나 교단이 횡행할까. 영성을 추구하는 인간이 원래의 자리에 대해 너무나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에 기대는 객관적 종교와 더불어 나 자신을 탐구하는 주관적 수행은 영성 추구의 양대 축이다. 수천년간 정치권력과 민중으로부터 검증을 당해온 종교는 논외로 하고(여기에도 사이비가 많다), 주관적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계에도 드디어 사이비 시대가 열린 느낌이다. 이유를 살펴보자.
수요와 공급의 법칙 우선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도를 열렬히 추구하는 사람이 많기에 그들을 모으려면 고급이론과 실력이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하나의 기업형 단체가 설립되면 그에 기생해 공범의식으로 뭉치고 운명을 같이할 추종자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다음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도를 삶의 새로운 돌파구로 삼아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 초능력이나 사주관상, 의통과 도통으로 남들 앞에 우뚝 서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불치와 난치, 고질병에 걸린 환자들에게는 수행이 현대의학을 대체하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다가간다. 또 사회적으로 성공했더라도 궁극적인 존재 이유를 모르는 허전함에 기댈 장소를 찾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새로운 건강법으로도 각광 받는다. 수행은 바야흐로 문화의 비주류에서 주류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이비 단체가 만들어지고 사이비 교주가 탄생한다. 정신세계를 갈구하는 순수한 이들에게 오물을 뒤집어쓰도록 유도한다. 문화란 무엇인가. 삶의 형태가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되는 모든 것을 이르는 말이다. 주거방식과 음식, 화장실 등 기본적인 삶의 방식이 진화해온 모든 것이 문화다. 그리고 개인과 사회, 국가와 인류가 자신을 드러내는 양식이다. 그래서 문화에는 시시비비가 없으며 옳고 그름이 없다. 오로지 한 문화에 종속된 주관적 잣대가 있을 뿐, 객관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어떤 문화든 나름의 이유가 있고 삶의 형태를 드러내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수련문화만큼은 잣대와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왜냐. 이는 삶의 형태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 죽음 저 너머까지를 포용하는 무한대성을 갖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방향성이 있어야 하고 엄밀성이 내재돼야 하며 정확성이 있어야 한다. 원래의 존재 너머에 있는 본질―대자유라 해도 좋고 사랑이라 해도 무방하고 무(無)와 허(虛)라고 해도 괜찮은―그것을 향해 가는 길은 삶의 형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것은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이며 어떠한 권위도 필요치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을 높은 영적인 세계로 이끌어줄 어떤 권위 있는 사람이나 권위 있는 분위기를 찾는다. 그들은 누군가가 엄청난 힘이나 기적을 발휘해 자신들을 영원한 자유의 나라로 데려다 주길 바라고 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단체를 만들고 교리에 매이며 교주를 우상화하는 것이다. 이런 천박한 수련문화는 결코 개인을 변화시키거나 깨달음을 줄 수 없다. 또 다른 새장 속의 새가 돼 스스로를 구속하기 때문이다. 1992년, 내가 수련을 처음 접했을 때 주변의 친구들이 묻는 질문은 비슷했다. “손에서 장풍 나오냐?” “공중부양으로 방방 뜨겠네?” “초능력 생기면 주식종목 좀 알려주라.” “몸에 그렇게 좋다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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