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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1566

가을의 커피 - 윤명상 가을의 커피        / 석우 윤명상 가을이 한발다가오던 날의 커피는가을의 향기와가을의 빛깔이었습니다. 그대 닮은 예쁜 컵에예쁜 가을이 들어 있어마음이 설레었습니다. 호~호~입김을 불었더니가을 향기가 너울너울하얀 춤을 춥니다. 2024. 9. 14.
가거라 - 윤명상 가거라     / 석우 윤명상 가을에까지 물고 늘어지는폭염경보는 이제 그만 가거라.차라리 젊은 청춘들의 가슴으로 가거라. 청춘의 가슴이야뜨거운들 누가 뭐라 할까.가서 그 가슴을 마음껏 데우거라. 뜨거우니 청춘인데,누구도 말리지 않겠지만늙은이까지 뜨거우니 어쩌란 말이냐. 늙은이에게는따뜻한 온기 정도면 족하니뜨거운 열길랑 청춘에게 가거라. 2024. 9. 10.
가을 사랑 가을 사랑       / 석우 윤명상 가을만큼만 사랑하고가을처럼 사랑해야지. 뜸 들이며 망설이던 봄의 사랑 말고뜨겁게 밀어붙이며 질척거리던여름 사랑 말고, 적당히 눈을 맞춰주며봄과 여름의 사랑도 품을 수 있는가을처럼 사랑해야지. 너와 내가 조화를 이루며우리가 더불어 익어가는가을의 사랑을 해야지. 2024. 9. 5.
가을 같은 그대 - 윤명상 가을 같은 그대         / 석우 윤명상 사랑하는 그대가가을처럼 온다면 좋겠습니다. 과하지 않은 감각으로스치듯 오는 바람이거나한적한 길가의이름 모를 꽃처럼 온다 해도 좋습니다. 뜬구름같은 그대일지라도그대가 있기에 가을을 좋아하고사랑하는 것입니다. 고고히 익어가는가을의 열매처럼 그대 온다면나의 마음 주머니는 가득할 것 입니다. 외로운 달빛처럼 그대 온대도행복인 것은가을 밤하늘의 별이 되어밤새 그대를 마주 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4. 8. 31.
마음의 빈자리 - 윤명상 마음의 빈자리          / 석우 윤명상 시내버스를 탔습니다.옆자리는 빈자리입니다. 누구라도 앉겠지 싶었지만가는 내내 앉는 사람은 없었습니다.대신 햇볕이 들어와 냉큼 앉습니다. 내 마음의 빈자리에도그대가 들어와 앉기를 바라지만그리움이 앉아버리는 것처럼.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까지옆자리는 빈자리였듯이내 마음도 빈자리로 남아 있습니다. 2024. 8. 26.
종다리 - 윤명상 종다리     / 석우 윤명상 어린 시절,정겹던 그 이름,도시에 정착하면서까맣게 잊고 있던 종다리가태풍이 되어 날아왔네. 잊고 지낸수십 년의 그리움을 보상하듯시골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들과 산과 바다에 몰려왔네. 밀보리밭에집을 짓고 알을 낳던 텃새지만처서를 앞두고는한순간 철새가 되어잊힌 세월에 날갯짓하네. 2024. 8. 21.
뜨거움이 때론 부럽다 - 윤명상 뜨거움이 때론 부럽다          / 석우 윤명상 이 여름의 열기가나의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식을 줄 모르는 이 열기를나는 부러워한다. 낮밤 새벽 없는이 여름의 강렬한 열기는내 사랑의 초라함을 나무란다. 스치는 바람에도소심해진 나는사랑을 놓아버리기를 반복했다. 사랑은 머뭇거리는 것이 아닌이 여름의 열기처럼끝까지 뜨거워야만 했다. 사랑 때문에상처를 주진 않았지만감동도 주진 못한 까닭이다. 2024. 8. 18.
더위와의 전쟁 - 윤명상 더위와의 전쟁        / 석우 윤명상 이건 전쟁이다.죽자 살자 달려드는 것은타협이 아니라승패를 보겠다는 것이다. 구름으로 막고바람으로 막아도그늘에 숨어봐도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역대 가장 막강한 세력으로몰려드는 더위 앞에인간은 비로소실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존재라는 것을, 2024. 8. 14.
열병 - 윤명상 열병     / 석우 윤명상 내 마음이 뜨거운 건사랑 때문이고 네가 뜨거운 건열 받은 까닭이며 태양이 뜨거운 건우리가 불 지른 때문이지. 2024. 8. 9.
사랑이 지나간 자리 - 윤명상 사랑이 지나간 자리          / 석우 윤명상 봄이 지나고꽃잎 떨어진 꼭지는그리움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꼭지에는 꽃잎 대신그대 얼굴이 곱게 피었습니다. 원망스러울 법도 하지만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이떨어진 꽃잎을 감싸고 있었기에,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는그리움과 함께그대를 축복하는 마음만 쌓여갑니다. 2024. 8. 4.
6인실 병상에서 - 윤명상 6인실 병상에서         / 석우 윤명상 낯선 동지들과의 동거,나이도 증상도 기간도 다른공통의 사정으로 묶인 공간이다. 가벼운 눈인사 후무거운 침묵으로각자의 싸움에 몰두한다. 커튼 칸막이에 갇힌여섯 개의 세상은자신을 내려놓은 순종의 관계다. 도움을 받으며구원의 손길을 위해나의 손을 내밀어야 하듯, 나를 앞세우지 않는병상의 자세로병상 밖에서의 삶이었으면 좋겠다. 2024. 7. 31.
창밖의 비처럼 - 윤명상 창밖의 비처럼         / 석우 윤명상 비가 내리며가로수와 도로를 모두 적시지만나를 적시지 못하는 것처럼, 내 사랑도창문 너머 너를적시지 못하는 빗물이었나 보다. 그렇더라도오랜 그리움이 흘러너에게 다다를 수 있다면나는 기꺼이저 창밖의 비가 되리라. 2024. 7. 26.
입원실에서 - 윤명상 입원실에서         / 석우 윤명상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나를 부르는 것 같아 자꾸 시선이 끌린다.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가고지금은 소리 없이 눈물처럼 내린다. 수액을 꽂고 바라보는 내게도 비가 내린다.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상상,비를 맞으며 뛰어가던 추억,창밖의 빗소리가 들려주는 그리운 이야기들,비를 바라보며 나는 잠시 나를 잊었다. 2024. 7. 21.
어제처럼 - 윤명상 어제처럼       / 석우 윤명상어제가 부럽다.어제의 일상이 그립고어제의 나는오늘의 내가 아니다.한순간어제와 오늘이 달라진 운명,아무도 내일 일을 모른다.평범하게 여겼던 어제가오늘 보니인생 최고의 날이었음을,내일을 알 수 없는 오늘,그러기에오늘에 감사할 일이고오늘이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사랑하며 살 일이다. 2024. 7. 19.
혈압 좀 내리며 살아야지 - 윤명상 혈압 좀 내리며 살아야지         / 석우 윤명상 세상에는혈압 높일 일들이 얼마나 많던가,가까이에 세금 먹는 도둑들부터멀리로는 생억지로적개심을 쏘아대는 광인들과멋모르고 욕심껏 사용하다한계에 다다른 기상이변의 반격,그리고 눈 가리고 아옹하는 불의까지바라보면 저절로 혈압이 오르는 세상, 어느새 내 몸의 혈압도 올랐다.쓸 만큼 썼으니 몸의 기능은 떨어지고,이것저것 한눈팔며 기웃대던 욕망,내 입맛에 맞다고 먹어대던 독약들,혈압이 오를 만했다. 멀쩡하던 몸에서 경보음이 울리고난생처음 머리를 스캔하며혈압이 저질러놓은 사고의 현장을 보았다.혈압이 만들어놓은 작은 반점,고지혈이 골목길을 막고 있다. 비좁은 골목길을 막고 있는 양아치가힘이 약한 조무래기라지만여간 까다로운 놈이 아니다.마을 전체를 술렁이게 하고작은 .. 2024. 7. 16.
멍에 - 윤명상 멍에     / 석우 윤명상 머릿속에좁쌀만 한 점 하나가 생겼다.자판기를 잘못 눌러 생긴 기호처럼자기공명영상으로 찾아낸 오타 하나,그 오타로 만들어진 작은 점 하나가내 몸을 어거했다. 나를 환자로 만들며나의 삶을 쥐락펴락한다. 병원에서는오타의 변형과이상 상황을 수시로 감시한다.의사가 없는 일요일,장군이 없는 전장처럼숨죽이며 적의 동태를 살필 뿐이다. 2024. 7. 15.
기생초 - 윤명상 기생초     / 석우 윤명상 한바탕 홍수가 지나며평화롭던 수변공원은 온통흙탕물을 뒤집어써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온갖 쓰레기가 할퀴며 남긴상처는 더 고통스럽다. 그러나 약하기만 했던 기생초는홍수가 지나간 다음 날,꽃 잔치를 열었다. 군데군데 얼룩진상처에 아파하기보다는노란 꽃잎을 흔들어 주는 것이다. 찌푸리며 들어섰지만노란 환호의 물결에내 마음도 함께 활짝 피어난다. 2024. 7. 14.
습의 습격 - 윤명상 습의 습격       / 석우 윤명상 아, 포위됐구나.진을 빼는 너의 작전에 빠졌구나. 동맹을 맺은 장마와 무더위가 협공하여밤낮으로 나를 둘러싸는구나. 너의 포위망을 뚫고 벗어날 수도 있지만일시적이고 제한적이다. 나와 동맹인 선풍기는생색내기 방어만 할 뿐,습의 기세는 꺾이지 않는다. 결국, 용병을 불러 반격을 시도하지만효과는 확실하나 몸값이 비싸끝까지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으니땀으로 버텨내는 수밖에. 2024. 7. 12.
시인의 가슴 - 윤명상 시인의 가슴        / 석우 윤명상 시를 쓴다는 것은터널을 지나는 일이다. 때로는불빛 없는 암흑이었다가점점 희미한 빛이 보이더니한순간 만나는 환한 세상처럼가슴이 열리는 일이다. 입구만 보이던 시야가가슴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세상이 들어올 때시인은 비로소 포만감을 느낀다. 같은 세상을다른 세상으로 바꾸는 행간에는언제나 터널이 있고터널을 지나며 시인은새로운 기지개를 켜는 것이다. 2024. 7. 7.
빗속에서 - 윤명상 빗속에서       / 석우 윤명상 하필 이런 때 비냐며나는 속으로 투덜댔다.평일에 내렸으면 했지만오늘은 아니었다. 내 생각을저 무심한 비구름은 알 턱이 없지. 일주일에 하루만 농부인 나는선택의 여지 없이고스란히 비를 맞아야 했다. 내 이마의 땀을 씻어내며빗물은 소곤댔다.네가 아닌,저 식물들을 위한 만찬이라고, 2024. 7. 4.
낭만을 찾아서 - 윤명상 낭만을 찾아서        / 석우 윤명상 여름은 낭만이었던 때가 있었다.사랑 노래 부르며 기타를 치고원두막에 앉아 수박을 먹던 청춘의 여름,세월이 청춘을 잃어서가 아니라낭만을 잃은 여름이 문제다.나는 항상 낭만을 노래했다.특히 여름 낭만은 내 청춘의 절정이었기에여름이 오면몽유병 같은 그리움에 젖어야 했다.내 성격을 닮았던 완행열차는느긋한 걸음으로 전국을 다니며나의 낭만 일기가 되었지만,지금은 낭만을 잃은기술과 편의가 앞질러 갈 뿐이다.같은 여름은 다시 돌아오는데아무리 궁리해 본들떠나간 여름 낭만은 찾을 수 없고,낭만을 잃은 여름은무척 거칠어졌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2024.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