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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 도종환

by 石右 尹明相 2009. 10. 7.

 

 

아름다운 사람 순비기꽃은

바닷가 모래밭에서 자라는 꽃입니다. 꽃빛깔이 연한 보랏빛입니다.

아니 순하디순한 보랏빛입니다. 나뭇잎도 초록이 아니라 순한 초록입니다. 나는 이런 순한 빛깔이 좋습니다. 보랏빛보다는 연보랏빛, 빨간색보다는 분홍빛,

노랑빛보다는 연노랑, 초록보다는 초록에

흰 물감을 탔을 때 나오는 빛깔이 더 좋습니다. 상사화의 매끄러운 분홍빛, 꽃잎 속은 연보라빛인데 나팔처럼 열리면서 연하디연한 분홍빛깔로 바뀐 메꽃, 옅은 하늘색과 연보라색이 합해진 것 같은 현호색의 빛깔, 흰 꽃잎 끝에 연보랏빛 물감을 살짝 찍어 감아올린 타래난초의 빛깔 이런 것들이 좋습니다. 이런 꽃들을 보고 있을 때가 좋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아름다운 꽃, 아름다운 숲, 붉게 물든 골짜기의 단풍나무들과 단풍나무의 뿌리를 적시며 흐르는 희고 맑은 계곡물 옆에 앉아 있노라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아름다운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있고 함께 일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꽃, 아름다운 풍경이 꼭 내 것이 아니어도 관계없습니다. 그것들이 거기 그렇게 있고, 내가 아름다운 그것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는 그 땅, 그 나무 그 사람이 내 소유가 되지 않으면 아름다움도 남의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입니다. 아름다운 집, 아름다운 꽃이 자기 소유가 되지 않아서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은 아름다움을 향유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아름다운 것들을 소유해도 다시 또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 나섭니다.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빚어낸 결핍감은 끝내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것을 차지하는 순간 다른 것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가식 없는 사람의 진실한 언행이 보여주는 아름다움, 꾸미고 만들어 낸 아름다움이 아닌 순수한 아름다움, 그런 풍경, 그런 사람을 보고 싶습니다. 자주 만나고 싶습니다.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박수를 보내고, 아름다움과 하나 되어 있고 싶습니다. 도종환님의 산방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