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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들 ‘권태(倦怠) 몸살’...“다 때려치우고 싶어”

by 石右 尹明相 2010. 8. 17.

 

년들 ‘권태(倦怠) 몸살’...“다 때려치우고 싶어”

 

직장 불만족ㆍ결혼 만족도 등이 큰 원인?

심할 땐 탈선ㆍ범죄로까지 이어져

권태(倦怠)로 몸살을 앓는 중년들이 크게 늘고 있다.
배우자에게 지루함을 느껴 외도(外道)하는 중년 남녀가 급증하는가 하면,
해 오던 일이 지겨워서 직업을 바꾸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삶이 지겨워서 술, 도박, 오락, 마약, 취미생활에 탐닉하기도 하고
심지어 이민(移民)을 떠나기도 한다.
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 미국서는 부러울 것 없는 중산층 남성이 어느날 가족ㆍ직장 등
모든 것을 버리고 홀연히 잠적, 다른 도시에서 이름까지 바꾼 채 완전히 딴 인간으로
살아가는 극단적인 얘기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은 권태란 자신의 삶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감을 가지고 삶을 재조명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성신여대 심리학과 채규만 교수는 “권태란 근본적으로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내가 남편(아내)에게 빚진 것은 무엇인가,
내가 내 자신에게 빚진 것은 무엇이고 내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해답을
추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정신의학적으로는 권태를 가벼운 우울증의 한 형태로 파악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민성길 교수는 “사는 게 지루하다고 느끼는 권태는
의학적 개념라기보다는 사회통념적인 용어다.
삶의 기쁨을 누리는 능력, 삶의 의욕이 많이 저하된 상태로
우울증 초기단계에서 나타나는 한 증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김중술 교수는 “권태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증상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일에 대한 동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밑바닥에는 무망감(無望感ㆍhopelessness)이 깔려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대상이나 일에 대한 관심의 상실이다”고 말했다.
 
 ●자동차 한 달이면 권태감 느껴
 
사람이 특정 대상에 대해 싫증을 느끼게 되는 시기는 정확히 조사돼 있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결혼생활에서 부부간 섹스에 대한 권태감은
대략 3년 정도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함부르크대 심리학 교수 에리히 비테는 18~80세 독일 부부 500쌍을 조사한 결과
결혼 후 평균 3~4년 만에 사랑이 상당히 식고, 6년이 지나면 권태기에 접어들어
배우자에게 흥미를 잃고 바람기가 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개인적 차이가 많기 때문에 한 마디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밖에 자동차를 사면 한 달, 새 집은 6개월, 전자제품은 1주일 정도 뒤면
싫증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첨단 문명인 인터넷도 예외는 아니다.
로이터 통신은 작년 1월 ‘웹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이제는 웹에 지루함을 느낀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2000년 10월부터 12월 사이 인터넷 사용자들의 평균 로그온 시간은 15%가 감소했으며
12월에는 가파르게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같은 결과는 다른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으며
모든 그룹에서 공통적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권태에 빠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말수가 적어지고 일과 사람,
주변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며 사람들과의 왕래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 간에 권태가 생기면 같은 장소에 있고 싶지 않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는 등의 행태를 보인다.
 또 상대에 대한 관심이 적고 쉽게 짜증을 내며 잘 싸우게 된다는 것이다.
권태는 남녀 공통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회의감에서 출발한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지적이다.
채규만 교수는 “자신의 삶을 살아오지 못하고 부모가 원하는 삶을 살아왔다든가,
남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살아온 사람들이 이러한 삶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권태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남성의 경우 직장에서의 불만족이 권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이 자신의 취향이나 성격, 기대에 맞지 않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지난 99년 40~59세 중년 직장 남성 3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고려대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중년기 직장남성의 주관적 안녕감(安寧感)과 적응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적인 중년 직장남성의 주관적 안녕감에 직업만족도가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 다음으로 결혼만족도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지적되는 요인은 이상(理想)의 상실감.
고려대 심리학과 권정해 교수는 “특히 성취 지향적인 삶을 사는 남성일수록
40대에 자신의 이상 깨어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권태에 빠지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또 성적(性的) 기능 저하에 대한 두려움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성적인 기능이 저하되는 것에 대한 불안을 느끼면서 아내 외의 관계에서
성적인 기능을 확인하고 싶어 바람피우는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삶의 정체성과 관련해 권태를 느끼는 경우가 남성보다 많다.
권정해 교수는 “여성은 자녀 양육과 가사(家事) 때문에 자신의 삶에 대한 욕구나
목적을 접어두고 살아가는 수가 많다.
그러나 자녀가 학교에 가고 집안에서 여유가 생기면 잠재적인 욕구가 되살아나는데
그것을 추구하지 못하게 되면 삶에 대한 후회감과 함께 권태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권태는 어떤 사람에게서 잘 나타나는가.
채규만 교수는 “일반적으로 삶의 목표가 불분명하거나 자신감이 적은 사람, 목적의식과
성취감이 낮은 사람, 자신의 삶을 살기보다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온 사람,
자신의 내적 성숙에서 오는 만족보다 물질적인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림대의대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한창환 교수는 “여가를 찾지 않고 반복적인 생활을 하는
일벌레가 자아 정체성이 약해질 때 권태에 빠지기 쉽다.
이는 빈부나 지위 고하(高下)를 떠나서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중년 남성의 권태는 승진우울증, 성공우울증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조두영 교수는
“이는 본인이 원했고 남들도 부러워하는 지위에 오른 다음 활기차게 일하기는커녕
 거꾸로 의기소침해져 우울 상태에 빠지는 경우를 가르키는 말이다.
 인생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상실감이 한가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부부 사이에는 친밀감과 감정적인 연결이 형성되지 않은 경우,
공통적인 삶의 영역이 적거나 대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 성적인 만족이 적거나 없는 경우,
서로 떨어져 외롭게 생활하는 경우, 서로를 이용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결혼한 경우 등이
권태에 빠지기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가슴 뛰는 사랑은 18~30개월이면 ‘끝’
 
결혼과 관련, 전문가들은 남성은 40대 초반, 여성은 30대 중반에
권태를 느끼기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실제로 국정홍보처가 작년 12월 27일 전국 20세 이상 남녀 4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의식ㆍ가치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시 태어나면
현 배우자와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47.8%나 됐다.
2000년 2월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의 신디아 하잔 교수팀은 지난 2년간 남녀 5000명을
조사한 결과, 가슴 뛰는 사랑은 18~30개월이면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사랑의 감정은 뇌의 화학작용”이라며 “남녀가 만나 2년 정도 지나면
대뇌에 항체가 생겨 더이상 사랑의 화학물질이 생성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랑의 단계는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의 생성, 분비에 따라
대개 4단계로 나누어진다.
처음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면 대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물질이 생성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이어 페닐에틸아민이 만들어지면서 제어하기 힘든 열정이 분출되며,
다음 성적 관계가 이루어지는 단계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어 엔돌핀이 분비되면서 안정을 되찾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권태도 잘 극복하면 삶의 활력소로 작용하며
인생의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된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권태는 자신의 삶의 목표, 가치관에 대한 점검을 통해 이상적 정체성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김중술 교수는 “권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권태에 대한 진지한 성찰(省察)이
선행되어야 한다. 많은 경우 상담을 통해 혹은 스스로 권태감의 원인이 무엇이며
그 원인이 과연 타당한가 등을 깊이 따져 봄으로써 권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부간 권태의 경우 공동의 작업을 하거나 섹스를 새롭게 하라, 같이 여행을 떠나거나
부부 간의 대화를 개선하라, 애정관리를 하고 부부간 친밀감을 높이도록 하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그러나 권태도 심한 경우 병원을 찾아 정신과적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한창환 교수는 “권태도 우울증후군의 일종이므로 우울증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여기에는 약물뿐 아니라 상담ㆍ인지(認知)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권태를 치료하지 않을 경우 외도, 도박, 마약, 춤바람, 음주 등
각종 사회적 일탈(逸脫)행위나 탈선(脫線), 범죄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창기 주간조선 차장대우 c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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