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나눔이 그립습니다
아직 1970년대를 벗어나지 못했을 무렵
남편과 저는 아직 젖먹이인 아들과 함께
판잣집 단칸방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든 그 때
남편은 물론이고 저도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아이에게 제대로 젖을 물리지도 못했습니다.
분유를 먹여야 했지만 보리 섞인 정부미도
하루하루 봉투로 조금씩 사다가 먹는 처지에
분유를 넉넉히 살 수 있었겠습니까..?
어느 날, 남편은 일을 하러 나가고
저는 방안에서 인형 눈 붙이기 부업일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부엌 쪽에서 부스럭 대는 소리가 나더군요.
설마 이런 집에 도둑이 들까 했지만
덜컥 겁이나 조심스럽게 부엌을 살폈습니다.
그런데 옆집 아낙이 저희 찬장을 뒤지더니
분유통을 슬그머니 꺼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옆집 아낙도 당시 저와 마찬가지로 젖먹이를
그것도 쌍둥이를 기르고 있어 분유 때문에
쩔쩔매던 중 이었습니다.
순간 눈이 뒤집혀,
당장 뛰쳐나가 이 여편네 머리채라도
휘어잡으려고 하는데
이 아낙이 자기가 들고 온 분유통을 꺼내더니
우리 분유통에 분유를 덜어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아낙의 친정집에서 분유 한통을 사줬는데
항상 분유 때문에 죽는 소리 하던 제가 기억나더랍니다.
한통을 다 주자니 자기도 어렵고 해서,
저 모르게 조금만 덜어주고 가려던 것이랍니다.
모두가 없이 살았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살던,
그 당시는 그랬습니다.
지금은 오래되어 어디서 살고 있는지 알순 없지만
그 때 그 아낙이
참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 이옥주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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