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하늘 아래
둘째 유빈이는 제법 의젓해졌다.
유현이는 누나가 눈을 동그랗게 떠주는걸 좋아한다.
유정이 가족은 보증금 없는 월세 15만 원짜리 옛날식 집에 산다.
유정이에겐 어린 동생들 때문에 엄마의 죽음을 슬퍼 할 시간도 없었다.
유빈이와 유현이는 정부보조로 어린이 집에 다닌다.
어린이집 차가 오는 마을 입구까지 20분을 걸어 나가야한다.
유정이와 동생들이 하루 중 유일하게 떨어져 있는 시간이다.
동생들을 보낸 후 유정이의 하루도 시작된다.
그 시각,
아빠는 매일 새벽 인력사무실에 나와 일감을 받아 가는 일용노동자다.
작년 9월 엄마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넷째를 낳은 후 발생한 뇌출혈이 원인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은 엄마 손을 놓쳤다.
자식을 두고 발길을 돌리는 일이 형벌 같다.
젖먹이만 아니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손으로 키우고 싶었던 막내.
지난달에 들여 놓은 연탄이 바닥이 났다.
설상가상, 쌀마저 바닥을 드러냈다.
해줄 수 있는 반찬이라야 계란후라이에 김치찌개가 전부.
차비라도 아껴보려고 인력사무실까지 1시간을 걸어 다닌다.
일이 들어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간 사람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더 많다.
오늘도 허탕이다.
한 달에 3번 정도 공장 문을 두드려 보지만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급한 건 돈인데 아이들 때문에 또 망설여진다.
아이들은 낡은 재래식 화장실 가기를 꺼려한다.
오늘일까, 내일일까..가슴 졸이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전기세 12만원을 내지 못하는 처지...
단전만은 막아야 하기에 고향친구를 찾았다.
엄마 잃은 상처를 안고 사는 자식들에게
아빠마저 잃는 상처를 절대 주고 싶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빠의 가슴에 대못이 박혔다.
유정이는 아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개만 가로 저었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서 전기세를 내고 가장 먼저 해결한 것이
유정이의 소풍비였다.
일단 사장면접에는 성공했다.
(집도 가깝고 딱이다. 제발...!!!!)
아빠는 이번만은 취직에 꼭 성공하고 싶다.
유진이가 처음으로 집에 왔다.
그들은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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