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의 대화
/ 석우 윤명상
나 어릴 적 너는
항상 너다웠기에
어떤 의심도 없었지.
자리끼도 얼리던 추위를
당연하게 여겼고
무릎까지 쌓이는 폭설이
수시로 내려도 그러려니 했어.
너는 그래야 했으니까.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너는 변하기 시작했고
종잡을 수 없는 변덕을 부렸지.
누군가 그러더라고,
삼한사온이던 규칙이
이제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늦봄의 심장이었다가
갑자기 얼음장으로 바뀌는
사춘기 같은 변덕이잖아.
나도 할 말이 많아.
내 팔다리를 비틀어
정상적인 행보를 방해하고
내 눈을 가리거나
내 숨통을 막아버린 게 누군데?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나도 손가락질받거나
욕먹는 것이 싫거든.
그런데도 갈지자일 수밖에 없는 것은
내 의도가 아니라
너희가 그런 길로 나를 내몬 거야.
나의 갈 길을 조물주는
고속도로로 만들었지만
비포장도로로 바꾼 게 너희잖아.
나도 거친 길은 싫어.
날이 갈수록 무너지는 길,
어떻게 좀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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