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행복한 나라, 불행한 나라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부탄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년대 초반 수백달러에서 요즘 5000달러로 급성장했다. 그랬는데 되레 국민 행복도는 떨어지는 추세다. 2006년 영국 신경제재단(NEF)의 국가별 행복지수(HPI)에서 세계 8위였던 것이 올해는 17위가 됐다. 최근 산간 마을까지 보급된 TV 탓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불교와 농사일만 알던 사람들이 TV로 딴 세상을 보게 됐고,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게 많아진 것이다. 부탄엔 얼마 전에야 정신과 의사가 처음으로 개업했다고 한다.
▶1974년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소득이 높아져도 꼭 행복으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1950년부터 1970년까지 일본 국민소득은 일곱 배 증가했지만 삶의 만족도는 국민소득이 최하위권인 방글라데시와 비슷할 정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국민 복지를 위해 소득을 높인다는 경제정책의 목표에 어긋나 '이스털린의 역설'로 불렸다.
▶이 역설이 아직도 통하는 것일까. 올해 영국 NEF의 국가별 행복지수 1위를 중미의 코스타리카가 차지했다. 10위권 가운데 도미니카(2위), 자메이카(3위), 쿠바(7위) 등 중남미 나라가 9곳이나 됐다. 베트남이 5위로 아시아에서 홀로 10위 안에 들었다. 선진국에선 네덜란드가 43위, 독일 51위, 일본 75위, 미국은 최하위권인 114위였다. 한국은 68위였다.
▶국가행복지수는 측정하는 기관이 어디인가, 어떤 변수를 보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최근엔 '생태환경' 변수도 중요시된다. 코스타리카는 20년간 생태 보전에 힘써왔다. 전 국토의 25%가 자연보호구역이다. 5년 전 동부 해안에서 유전(油田)이 발견됐지만 시추를 금지하고 대신 수력·풍력 발전에 투자했다. 쿠바나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도 생태정책을 중시하고 있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실 행복감은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수가 많다. 20만원짜리 운동화를 신은 아이의 만족감은 운동화의 질과는 별 관계가 없다. 자기 운동화에 유명 브랜드가 붙어 있다는 걸 친구들에게 과시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다른 아이도 다 유명 브랜드를 신게 되면 그 운동화를 신는 데서 오는 만족감은 뚝 떨어진다. 결국 사회가 부자가 될수록 행복해지기 위해선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최근 몇십 년이 그런 사회였던 게 아닐까.
▣ 출처 : 아이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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