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의 아찔한 깊이,서울∼부산간 거리와 비슷한 450㎞의 길이,최대폭 16㎞의 엄청난 규모의 협곡 그랜드 캐니언. 경비행기를 타고 협곡 사이로 층층이 쌓인 퇴적암 지대를 대략 살피기만 하는 데에도 무려 4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어느 지역은 협곡과 협곡 사이가 너무 멀어 끝이 제대로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수평으로 끝없이 펼쳐진 콜로라도 고원에 함수 곡선으로 이뤄진 그랜드 캐니언은 어느 경관과 비교할 수 없는 장관을 이룬다. 지도를 펼쳐보면 그랜드 캐니언 중심부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해 있으나 그 지류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유타주까지 뻗쳐 있다.
관광객들은 이곳을 찾을 때마다 전혀 새로운 모습에 탄성을 지르곤 한다. 아침 햇살이 비칠 때의 모습과
노을이 질 때의 모습이 다르고,이따금 뭉게구름이 떠다닐 때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 태양의 가시광선이 협곡 지층에 반사돼 일곱가지 색을 연출해내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협곡 전체가 온통 붉은색으로 치장됐다가 노을이 지면 검붉은 색으로 갈아입는다.
전 세계 관광객들을 압도하는 그랜드 캐니언은 오랫동안 마치 지질학의 본산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 철옹성 같은 학문의 아성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이곳은 창조과학자들에게 창조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랜드 캐니언에 들어서면 어느 곳에서나 쉽게 눈에 띄는 것이 시루떡처럼 생긴 지층이다. 그런데 노아홍수 이전에 만들어진 지층과 홍수 후기에 만들어진 지층의 경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른 어느 곳보다 협곡이 깊게 패어 있는데다 수목도 없고 암벽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경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바로 이 경계가 창조과학자들이 숨을 죽이고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는 포인트다.
창조과학자들에 따르면 홍수 이전의 지층은 사실상 태초의 땅이나 다름없다. 창조 첫째날 지구가 등장하고 그 땅은 셋째날 궁창 아래의 물이 한 곳으로 모이면서 뭍이 드러나는데(창 1:9) 이것이 첫번째 융기에 해당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땅 위에는 아무런 생물이 살고 있지 않았다. 땅이 솟아오른 뒤에야 식물이 ‘종류대로’ 질서 있게 출현한다. 식물들은 첫째날 창조된 빛(근원적 에너지에 해당)에 에너지를 의존하다가 넷째날 태양이 등장하자 그것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구는 노아 홍수라는 대격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데 성서는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적고 있다. “그날에 큰 깊음의 샘들이 터지며 하늘의 창들이 열려 사십주야를 비가 땅에 쏟아졌더라…물이 땅에 더욱 창일하매 천하에 높은 산이 다 덮였더니…코로 생물의 기식을 호흡하는 것은 다 죽었더라 지면의 모든 생물을 쓸어버리시니…”(창 7:11∼23)
첫째날 지구가 물로 덮인 뒤 땅이 형성되는 과정은 이렇듯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첫번째는 궁창 아래의 물이 한 곳으로 모이면서 뭍(땅)이 드러났고 두번째는 깊음의 샘들이 터지면서 발생했다. 당시 깊음의 샘들이 터졌다는 것은 지진과 화산 폭발 등에 따른 융기를 의미한다. 땅이 솟구친 이 두가지 사건은 ‘전 지구적’ 현상이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번째 땅이 물 위로 드러날 때에는 아무런 생물이 없었으나 홍수로 인해 두번째 융기가 발생했을 때에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일시적으로 매몰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에 발생한 지층에는 화석이 발견되지 않고 후자의 지층에는 다양한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 이렇게 화석이 발견되는 층과 그렇지 않은 층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지층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그랜드 캐니언이다.
진화론자들은 이곳을 지질학의 본산지로 삼고 연구를 거듭하고 있으나 ‘왜 갑자기 어느 지층(두번째 융기로 인해 생긴 지층)에서는 화석이 발견되지 않는지’에 대해 아직도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브라이스 캐니언·자이언 캐니언… 자연의 파노라마 |
수만 개의 기둥조각들이 한 방향으로 우뚝 솟아있는 브라이스 캐니언. 해질 녘에 바라보면 그 모습이 마치 진시황의 무덤에 묻혀 있던 병사들의 토용과도 같고 해돋이 때에는 금칠한 군상처럼 보인다. 브라이스 캐니언은 미국 콜로라도 고원의 가장 상층부에 자리잡고 있다. 바로 그 밑에 자이언 캐니언이 펼쳐진다. 마치 빗자루로 쓸어낸 듯한 사층리(斜層理) 가 자리잡고 있다. 브라이스 캐니언이 직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면 자이언 캐니언은 곡선의 아름다움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브라이스를 남성에,자이언을 여성에 비유하곤 한다.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같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는 듯한,불규칙하지만 질서가 있어 보이는 직선의 강직함을 느끼게 하는 브라이스 캐니언과 음악적이고 율동적인 곡선의 선율을 드러내고 있는 자이언 캐니언은 그래서 대조적이다.
모래가 쌓여서 굳어진 암석을 사암(sandstone)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지층과 경사를 이루면서 거대한 절리를 형성한 것이 바로 사층리다. 자이언 캐니언에 펼쳐진 사층리의 두께는 무려 15m에 이른다. 사층리는 지구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거대한 물줄기가 출렁이는 듯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자이언 캐니언의 사층리가 특히 유명하다. 자이언 사층리는 선의 윤곽이 매우 뚜렷하다. 진화론자들은 브라이스 캐니언의 군상과 자이언 캐니언의 사층리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무려 1억4400만∼1억5000만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주장한다. 이 장구한 세월은 동일과정설에 의한 계산법이다. 이 기간에 콜로라도 강이 휩쓸고 지나간 고원 맨 상층부에 브라이스가,그리고 그 밑에 자이언 캐니언이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지질학계에서 이미 변방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아직도 그런 계산법에 의해 브라이스의 군상과 자이언의 사층리 나이를 따지고 있다면 ‘학문적 정보’에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 셈이 된다는 것이 창조과학자들의 견해다. 먼저 진화론과 창조론 모두 열린 시각으로 보기 위해 노아 홍수 과정을 지질학적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홍수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깊음의 샘들이 터져 물이 불어나 세상의 높은 산들이 모두 잠기기까지,즉 물이 전 지구를 덮을 때까지 150일 동안의 과정이다(창 7:19∼20). 이를 홍수 초기 단계라고 부른다. 둘째 단계는 지구 전체를 덮고 있던 물이 빠져나가고 마르기까지 221일 동안의 과정이다(창 8:3∼14). 이를 홍수 후기 단계라고 한다. 이런 전 지구적인 홍수를 대격변 사건이라고 하는데 이런 사건은 지금까지 노아 홍수 외에 한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성서는 증언한다(창 9:11∼13). 중요한 것은 홍수 초기단계에서 살아 있는 생물들이 매몰돼 화석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장구한 세월에 걸쳐 화석이 탄생한 것이 아니라 매우 빠른 속도에 의한 대격변 사건으로 화석이 만들어졌다는 이론이다. 또한 홍수 후기 물이 땅에서 물러갈 때 성서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하나는 바람을 땅 위에 불게 하셔서 물을 감하였고(창 8:1) 다른 하나는 물이 땅에서 점점 물러갔다(창 8:3)는 것이다. 전자는 바람을 통한 증발로,후자는 땅의 융기를 통한 물의 이동으로 창조과학자들은 해석한다. 따라서 지구가 만들어진 후(창 1:1) 전 지구적으로 융기가 발생한 사건은 두 차례에 이른다. 셋째날 궁창 아래의 물을 이동시켰을 때와 홍수 후기 뭍을 드러나게 했을 때이다. 브라이스 캐니언은 홍수 말기 육지의 융기로 인해 물이 빠져나간 후 그 밑의 지층과 수직으로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에 의해 침식돼 형성된 것이란 게 창조과학자들의 주장이다. 가장 상층부이기 때문에 단단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지금과 같은 갖가지 형상의 기둥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이언 캐니언의 사층리는 홍수 기간에 엄청난 양의 모래와 물이 이동한 흔적이라는 것이다. 이 기간에 매몰된 생물이 바로 화석이 됐고 당시의 긴박성을 침묵으로 증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3대 협곡으로 불리는 그랜드와 브라이스,자이언 캐니언은 지구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홍수 기간의 격렬했던 모습일 수 있고(창 7:11),생명을 구하기 위해 울부짖는 참혹한 현장일 수 있고(창 7:22),심판하시는 하나님의 위엄일 수 있고(창 7:23),인간을 지으시고 한탄하셨던 그분의 번민일 수 있다(창 6:7). |
브라이스 캐니언·자이언 캐니언… 사고에 관한 두 패러다임
우주 만물의 기원에 대한 사고의 ‘큰 틀’(패러다임)은 통상 두 가지로 나눠진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동일과정설이고 다른 하나는 대격변론이다. 동일과정설은 현재 관찰된 동일한 시간의 비율로 과거를 해석하는 것이다. 예컨대 브라이스 캐니언의 지층 형성 나이를 계산할 때 그 지층 사이를 흐르는 콜로라도 강의 유속 흐름과 풍화작용 등을 가장 중요한 변수로 생각한다. 콜로라도 강이 1년에 지층을 어느 정도 깎아내리는가에 대한 상수와 풍화작용에 따른 지형의 변모율 등을 구한 뒤 현재 협곡의 높이를 역추적해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는 과거도 현재와 동일한 조건이었을 것이란 가정하에서 접근하는 방식이다. 동일과정설의 입장에서는 ‘현재는 과거의 열쇠’가 된다. 현재의 조건과 과거의 그것을 동일선상에 놓고 계산하기 때문에 시간이 패러다임의 축이 되는 것이다.
이 이론은 찰스 라엘이 1833년 자신의 저서 ‘지질학 원리’에서 밝힌 이론이다. 이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종의 기원·1859년)과 만나면서 역사(과거)를 해석하는 패러다임의 한 축으로 굳어졌다. 동일과정설과 진화론이 조우하면서 한 모델을 탄생시킨 것이 지질계통표라 할 수 있다. 지질시대를 신생대 중생대 고생대 선캄브리아대로 나눠 각각의 화석을 시대별로 구분한 표다. 그러나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지질계통표대로 화석이 발견된 적은 단 한 곳도 없다. 이것은 오직 생물교과서에만 등장할 뿐 실질적으로는 어느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에 대격변론은 과거 어느 시점에 전 지구적 격변이 있었음을 제시하면서 그 격변에 의해 지금의 지질학적 특징이 나타났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동일과정설은 시간,대격변론은 사건에 무게를 두고 과거를 해석하는 이론이다. 주목해야할 대목은 창조과학자들에 의해서만 대격변론이 주장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무신론 지질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이론에 대한 지지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지지자는 대격변의 사건이 성서에 등장하는 노아 홍수라고는 주장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창조과학자들은 “이들이 이론의 진실성은 인정하지만 성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대격변은 ‘전 지구적 사건’으로서 노아 홍수사건 외 역사적인 다른 사건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