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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야시장(夜市場)' 동영상

by 石右 尹明相 2010. 9. 20.

['북한 夜市場' 동영상 단독 입수]

꽈배기·순대 몰래 가져와 손전등으로 비추며 흥정

  • 안용현 기자 / 이용수 기자

북한의 야시장은…90년대 '고난의 행군'때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전국적 현상이라면…주민 생활고 불만 고조, 당국 통제 안 먹히는 상황

최근 북한 시장(市場)이 화폐개혁 이전보다 더 활황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에서 금지된
'야시장(夜市場)'이 열리는 장면을 담은 북한 내부 동영상을 본지가 19일 단독 입수했다.
북한 시장은 해가 지면 문을 닫아야 한다. 야시장 장면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영상을 전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밤에도 시장 수요가 급증하고 북한 당국의
시장 통제가 약해지면서 새벽까지 장사하는 야시장이 암암리에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 동영상은 지난 7월 초 평안북도의 모처에서 촬영한 것이다.

10~20명의 노점상이 마을 어귀에 좌판을 깔아놓고 꽈배기·순대·건어물 등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손님과 흥정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남한의 24시간 편의점처럼 주로 야식(夜食)을 파는 모습이다.

동영상을 보면 한 손님이 꽈배기를 파는 상인에게 "두부밥 같은 건 안 나와요?"라고 묻자

상인은 "두부밥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상인은 손님의 손전등을 보고 "전지 멋지구나"라고 했고

옆 상인은 "충전하는 거가?"라며 관심을 보였다.

북한은 전력 사정이 나쁘기 때문에 밤에 장사하려면 손전등이 필수라고 한다.

동영상을 본 한 탈북자는 "일종의 '메뚜기 시장'(골목 시장)으로 보이는데 기차를 타고

밤에 도착한 여행객이나 늦게 귀가하는 주민들에게 야식을 파는 것 같다"고 했다.

야시장을 단속하는 보안원은 보이지 않았다.

한 남성 손님은 군복 비슷한 옷차림이었지만 "일반 남자들이 즐겨 입는 '적위대복'으로

군인이나 보안원은 아니다"(탈북자)는 설명이다.

한 상인은 '만두밥'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이거 사라요"라고 했고

손님이 "그거 얼마야?"라고 묻자 "20원"이라고 답했다.

만두밥은 일반 만두의 2~3배 크기로 큼지막한 만두피에 양념한 밥을 넣은 음식이다.

꽈배기 상인은 "우리 것도 사라"며 가격은 "10원"이라고 했다.

손님이 순대 상인에게 "순대는 얼마?"라고 묻자

이 상인은 "안 물어보면 섭섭할 뻔했다"고 농담한 뒤 "순대는 100원"이라고 답했다.

이어 상인은 "순대 좀 사줄래요? 졸리기만 한다야"라고 했다.

손님이 두부밥 상인을 찾자 "한 시간 있다 나올 거야"라는 답이 주변에서 들렸다.

탈북자 증언에 따르면 북한의 야시장은 1990년대 말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 시기 활발했다고 한다.

당시 배급을 주지 못했던 북한 당국은 시장을 통제하지 못했다.

한 탈북자는 "당시 밤에도 '카바이드 램프'를 켜고 음식·잡화·의류 등을 팔았다"며

"전문 야시장은 아파트로 둘러 막힌 공터나 골목길 등에서 아침 6시까지 열렸다"고 전했다.

또 북한 열차는 전력 사정으로 시골 역이나 마을에서 오래 정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마을 주민들이 야시장을 열어 승객들에게 밥·꽈배기·순대 등을 팔았다고 한다.

그러나 2002년 경제 개선 조치 이후 규모가 큰 종합시장이 등장하고

북한 당국이 자릿세 등을 거두며 시장을 직접 관리하면서 야시장은 점차 모습을 감췄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야시장이 전국적으로 부활했다면 주민들의 생활이

90년대 말 만큼 어려워졌거나 북한 당국의 통제가 먹히지 않을 만큼

생활고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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