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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문학의 뜨락

이영도 시조(시) 모음

by 石右 尹明相 2014. 9. 4.

 

이영도(李永道.1916~1976). 시조시인.

호는 정운(丁芸). 경북 청도

죽순지 동인이며, 1954년 첫 시조집 청저집.

통영여중 교사

 

 

이영도 시조() 모음

 

 

황혼에 서서

()이여, 목 메인 듯

지긋이 숨죽이고

 

바다를 굽어보는

먼 침묵(沈默)

 

어쩌지 못할 너 목숨의

아픈 견뎜이랴

 

너는 가고 애모(愛慕)는 바다처럼 저무는데

그 달래임 같은

물결소리 내 소리

 

세월(歲月)은 덧이 없어도

한결같은 나의 정()

 

 

아지랭이

 

내 사랑은 아지랭이

춘삼월(春三月) 아지랭이

 

장다리

노오란 텃밭에

나비

나비

나비

나비

 

 

달무리

 

우러르면 내 어머님

눈물 고이신 눈매

 

얼굴을 묻고

아아 우주(宇宙)이던 가슴

 

그 자락

()같이 여기고, 이 밤

너울너울 아지랭이

 

 

 

 

조심히 이 한밤을 자취 없이 오는 눈이

그의 가슴처럼 넓고 고운 사랑일레

이 산천 허물도 없이 한 품안에 안겼네.

 

 

 

 

눈이 내리네 펄펄 내 마음 비인 뜰에

그날 그 사랑을 타이르며 타이르며

산하는 가슴을 닫고 돌아 앉아 있어도

 

 

 

海女 (해녀)

 

눈은 서늘한 눈은

珊瑚(산호)빛 어린 하늘

 

먼 갈매기 울음에

부풀은 ()일레라

 

여울져

달무리 가듯

일렁이는 뒤움박.

 

 

 

雪夜(설야)

 

눈이 오시네, 사락사락

먼 어머님 옷자락 소리

 

新房(신방) 장지 밖을

감도시던 기척인 듯

 

이 한밤

시린 이마 짚으시며

약손인 듯 오시네.

 

 

 

모란

 

여미어 도사릴수록

그리움은 아득하고

 

가슴 열면 고여 닿는

겹겹이 먼 하늘

 

바람은

봄이 겨웁네

옷자락을 흔든다

 

 

 

언약

 

해거름 등성이에 서면

애모(愛慕)는 낙낙히 나부끼고

 

투명(透明)을 절()한 수천(水天)

한 점 밝혀 뜬 언약(言約)

 

그 자락 감감한 산하(山河)

귀뚜리 예지(叡智)를 간[]

 

 

 

석류

 

다스려도 다스려도

못 여밀 가슴 속을

 

알 알 익은 고독

기어이 터지는 추정

 

한 자락

가던 구름도

추녀 끝에 머문다.

 

 

 

신록

 

트인 하늘 아래

무성히 젋은 꿈들

 

휘느린 가지마다

가지마다 숨 가쁘다

 

오월은 절로 겨워라

우쭐대는 이 강산

 

 

 

노을

 

먼 첨탑이 타네

내 가슴 절벽에도

 

돌아앉은 인정 위에

뜨겁던 임의 그 피

 

회한은 어진 깨달음인가

'골고다'로 젖는 노을

 

 

 

무제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만 바라다가

그대로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내니라

 

 

 

무제 2

 

정정한 송백 같은

당신의 사유 안에

저녁 어스름

박꽃 같은 나의 정은

수석에

구름이 일 듯

조요로운 멋일래

 

차라리 말이 없어

당신은 바위인데

내 인생은

여울지는 실계곡

청춘에

돋는 속잎을

멧새들이 노닌다

 

 

 

무지개

 

여읜 그 세월이

덧없은 살음이매

 

남은 일월은

비단 수로 새기고저

 

오매로

어리는 꿈에

눈 부시는 무지개

 

 

 

()

 

너는 저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 번 흔들지 못하고

돌아선 하늘과 땅

 

애모는 사리로 맺혀

푸른 돌로 굳어라

 

 

 

진달래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爛漫)히 멧등마다,

그 날 스러져 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戀戀)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山河).

 

 

 

바위

- 어머님께 드리는

 

여기 내 놓인 대로 앉아

눈 감고 귀 막아도

 

목숨의 아픈 證言

꽃가루로 쌓이는 四月

 

萬里

回歸의 길섶

저 귀촉도 피 뱉는 소리

 

 

 

외 따로 열고

 

비 오고 바람 불어도

가슴은 푸른 하늘

 

홀로 고운 성좌

지우고 일으키며

 

솔바람

머언 가락에

목이 긴 학 한 마리

 

멀수록 다가 드는

사모의 空間 밖을

 

만리 더 지척같이

넘나드는 꿈의 통로

 

그 세월

외따로 열고

다둑이는 추운 마음

 

 

 

()

 

나직이 영창 밖으로

스며드는 물빛 여명

 

그 숨결 이마에 감고

새댁처럼 소심 눈 뜨네

 

내 마음

사래 긴 갈증 위를

왁짜히 장다리꽃 튼다

 

 

 

천계(天啓)

-사월탑 앞에서

 

신 벗고, 앞에 서면

한 걸음 다가서는 祖國

 

絶叫 사무친 골엔

솔바람도 설레어 운다

 

푸르게

눈매를 태우며, 너희

지켜 선 하얀 天啓

 

 

 

고비

 

꽃 피고 싹 트이면

골을 우는 뻐꾸기들

 

목숨의 크낙한 분만

함께 앓는 이 고비를

 

山河

끓이던 靑血

, 三月, 四月...

 

 

 

설야(雪夜)

 

눈이 오시네, 사락사락

먼 어머님 옷자락 소리

 

내 신방 장지 밖을

감도시던 기척인 듯

 

이 한밤

시린 이마 짚으시며

약손인 듯 오시네.

 

곰곰이 헤는 성상

멀고 험한 오솔길을

 

()아도 갈아도 목숨은

연자방아 도는 바퀴

 

갈퀴손

어루만지며

言約인 듯 오시네.

 

 

 

은총(恩寵)

 

잎잎이 가을을 흔들고

들국화 낭랑한 언덕

 

그 푸름 속 아른 아른

고추감자리 난다

 

당신 뜰

마지막 향연 위로

구름이 가네, 바람이 가네.

 

 

 

光化門 네거리에서

 

사월의 이 거리에 서면

내 귀는 소용도는 해일

 

그날, 동해를 딩굴며

허옇게 부셔지던 포효

 

그 소리

네 목청에 겹쳐

이 광장을 넘친다

 

정작 바길 덤덤해도

한 가슴 앓는 상흔

 

차마 바래일(漂白) 수 없는

녹물 같은 얼룩마다

 

이요

의 푸른 눈매가

나를 불러 세운다.

 

 

 

석류(石榴)

 

다스려도 다스려도

못 여밀 가슴 속을

 

알알 익은 고독

기어이 터지는 추청

 

한 자락

가던 구름도

추녀 끝에 머문다.

 

 

 

丹楓

 

너도 타라 여기

황홀한 불길 속에

 

사랑도 미움도

넘어 선 이어라

 

못내편

그 청춘들이

사뤄 오르는 저 향로

 

 

 

단란(團欒)

 

아이는 글을 읽고

나는 수를 놓고

 

심지 돋우고

이마를 맞대이면

 

어둠도

고운 애청에

삼가한 듯 들렀다.

 

 

 

생장(生長)

-진아에게

 

날로 달 붓듯이

자라나는 너를 보면

 

무엔지 서러움이

기쁨보다 느껴웁고

 

차라리

바라던 마음

도로 허전 하구나.

 

 

 

 

그대 그리움이

고요히 젖는 이 밤

 

한결 외로움도

보배냥 오붓하고

 

실실이

푸는 그 사연

장지 밖에 듣는다.

 

 

 

3

 

너는 저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번 흔들지 못한 채

돌아선 하늘과 땅

 

애모는

사리로 맺쳐

푸른 돌로 굳어라.

 

 

 

그리움

 

생각을 멀리하면

잊을 수도 있다는데

 

고된 살음에

잊었는가 하다가도

 

가다가

월컥 한 가슴

밀고 드는 그리움.

 

 

 

백록담

 

차라리 스스로 달래어

쓰느라니 고였는가

 

그날 하늘을 흔들고

아우성 치던 불길

 

투명한

가슴을 열고

여기 내다뵈는 상채기.

 

 

 

이별

 

정작 너를 두고

떨쳐 가는 이 길인데

 

嶺湖千里(영호천리)

구비마다 겨운 봄빛

 

山川이 뒤져 갈수록

닥아 드는 체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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