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다
/ 石右 尹明相
숨찬 하늘이 한걸음, 한걸음 내려오면
나는 거친 입김으로 밀어 올린다.
하늘은 점점 무거워지고
무거움을 견디지 못한 산이 낮아지는 건
내가 하늘을 떠밀고 가기 때문이다.
밀어내지 못한 하늘이 무거워
나무들은 산을 내려가지 못하고
운명처럼 엎드려 하늘을 이고 살아야 한다.
맞은 편 봉우리의 짧은 머릿결이 된
끝내 밀어내지 못한 하늘에 눌린 나무들
산을 내려가지 못한 바람을 마주한다.
산이 발밑까지 낮아지도록
하늘을 밀어내지 않으면
여기 엎드려있는 나무가 되어야겠지.
하늘이 넓게 누워있는 봉우리에 서면
산은 그 존재를 잊히고 말기에
이고 있던 하늘을 서둘러 내려놓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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