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에
석우 윤명상
‘이려~ 이놈의 소!’
늙은 농부의 다그침에
누런 암소는
두 눈을 깜박이며 쟁기를 끈다.
말 없는 복종 속에
겨우내 얼어 있던
거칠고 메마른 땅은 갈리고
씨앗을 키울 옥토가 된다.
‘이려~!’
연신 목청을 높이는 농부의 호통에
몸은 일그러지고
멍에는 목덜미를 파고든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멍에
홀로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지만
누렁소는 개의치 않고
종일 봄갈이를 한다.
1983년 3월 25일(일기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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