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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문학의 뜨락

윤보영 시 모음

by 石右 尹明相 2018. 5. 25.

 

윤보영 시 모음

1960년 경북 문경 출생

200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 '소금별 초록별', '사기막골이야기', '커피도 가끔은 사랑이 된다'

동시집 '세상에 그저 피는 꽃은 없다', '바람으로 왔다가 꽃으로 머무는 봄'

 

 

 

1월의 기도 / 윤보영

 

사랑하게 하소서.

담장과 도로 사이에 핀 들꽃이

비를 기다리는 간절함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새벽잠을 깬 꽃송이가

막 꽃잎을 터뜨리는 향기로

사랑하게 하소서.

 

갓 세상에 나온 나비가

꽃밭을 발견한 설렘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바람이 메밀꽃 위로

노래 부르며 지나가는 여유로

서두르지 않는 사랑을 하게 하소서.

 

내가 더 많이 사랑하는

그게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늘 처음처럼, 내 사랑이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게 하소서.

 

 

 

 

5월에는 사랑을 / 윤보영

 

5, 너를 나는

사랑이라 말해야겠다.

 

내 사랑에 미소지을

그 미소와 함께 웃을 주인이 되게

5월을 사랑하며 보내야겠다.

 

막 돋아난 떡잎이 팔부터 벌리듯

멋진 우리 5월을 위해

힘차게 사랑을 펼치련다.

 

내 사랑이 나에게 돌아와

행복이 되도록

깊은 감동이 되도록,

 

5월에는

내가 생각해도 가슴 찡한

아름다운 사랑을 해보련다.

 

 

 

 

5월을 보내며 / 윤보영

 

5월이 가고 있습니다

보내지 않아도

제 스스로 가고 있습니다

 

5월을 맞으면서

딱히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주저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내고 나니

5월도 12개월 중 한 달이었고

지나고 나니

지금 가고 있는 5월도 그리했듯

보람이 더 많았던 5월이었습니다

 

그때부터

5월이 오면

내가 먼저 손 내밀고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사랑을 준 만큼 다시 받았지만

받은 만큼 더 해서

6월에게 선물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또 사랑합니다.

 

 

 

 

가슴에 내리는 비 / 윤보영

 

비가 내리는 군요

내리는 비에

그리움이 젖을까봐

마음의 우산을 준비했습니다

보고 싶은 그대.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그대 찾아갑니다

그립다 못해 비가 됩니다.

 

내리는 비에는

옷이 젖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에는

마음이 젖는군요

벗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비 내리는 날은

하늘이 어둡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열면

맑은 하늘이 보입니다

그 하늘

당신이니까요.

 

빗물에 하루를 지우고

그 자리에

그대 생각 넣을 수 있어

비오는 날 저녁을 좋아합니다

그리움 담고 사는 나는.

 

늦은 밤인데도

정신이 더 맑아지는 것을 보면

그대 생각이 비처럼

내 마음을 씻어주고 있나봅니다.

 

비가 내립니다

내 마음에 빗물을 담아

촉촉한 가슴이 되면

꽃씨를 뿌리렵니다

그 꽃씨

당신입니다.

 

비가 오면

우산으로 그리움을 가리고

바람 불 때면

가슴으로 당신을 덮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빗줄기 이어 매고

그네 타듯 출렁이는 그리움

창밖을 보며

그대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내리는 비는

우산으로 가릴 수 있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은

막을 수가 없군요

폭우로 쏟아지니까요.

 

비가 내립니다

누군가가

빗속을 달려와

부를 것 같은 설레임

내 안의 그대였군요.

 

 

 

 

가을 그리기 / 윤보영

 

기분이 좋아요

기분이 좋다는 것은

가볍다는 뜻

 

가볍다는 것은

그리움을

내려놓았다는 뜻입니다.

 

내려놓았다는 것은

그리움을 펼침이고

펼침은 넓다는 뜻

 

넓은 가을을 그렸습니다.

나보다는

그대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기에

어제처럼

들꽃으로 그렸습니다.

 

기분 좋은 아침에

행복까지

덤으로 얻었습니다.

 

 

 

 

그대는 누구십니까? / 윤보영

 

차를 마시는데 소리 없이 다가와 찻잔에 담기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낙엽 밟으며 산길을 걷는데 살며시 다가와

팔짱끼고 친구 되어 주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비를 보고 있는데 빗속에서 걸어나와

우산을 씌워주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바람 없는 강둑을 걷는 데 물 위에

미소짓는 얼굴 하나 그려놓고 더 그립게 하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푸른 내 마음에 그리움을 꽃으로 피우고

꽃과 함께 살자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커다란 별을 따서 내 가슴에 달아주며

늘 생각해 달라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바람 타고 달려와 내 마음에 둥지 짓고

늘 보고 싶게 만드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 보고 있는데도 더 보고 싶게

만드는 그대는 그대는 진정 누구십니까?

 

 

 

 

그리울 때는 / 윤보영

 

그리울 때는

창밖 하늘에

그대 얼굴 하나

 

그리울 때는

내 마음에

그대 얼굴 하나

 

그리울 때는

지금처럼

들고 있는 커피에도

그대 얼굴 하나

 

 

 

 

기다리다 봄 / 윤보영

 

봄날 혹

날 찾고 싶으면

곁에 핀 꽃을 보세요

 

그대

그리운 마음을

꽃으로 피워놓고

기다리고 있을테니

 

 

 

 

꽃보다 예쁜 당신 / 윤보영

 

당신 생각하다가

꽃 한 송이 만났습니다.

 

너무 예뻐

꽃을 보고 있습니다.

 

꽃이 더 예쁠까

당신이 더 예쁠까

 

한참을 보다가 알았습니다.

꽃은 꽃일 뿐

당신은 될 수 없습니다.

 

꽃보다 예쁜 당신!

오늘은 당신과 만나

차 한 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사랑은 / 윤보영

 

사랑을 하고 싶다

눈이 맑은 사람을 만나

결 고운 사랑을 하고 싶다.

 

가슴 가득 아름다운 사연을 담고 사는

달빛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은사시 나뭇가지 끝에 부는

산들바람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내 시선이 고정되어도 좋을

감동을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끝이 어딘지 몰라도 될

꿈길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바라만 봐도 좋아

가슴 뛰게 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좋아해도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다.

 

버릇처럼 다짐만 했던 사랑!

이런 사람을 만나

가슴 찡한 사랑을 해 보고 싶다.

 

동화 같은 사랑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만날 날을 기다리며

허둥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바람 편에 보낸 안부 / 윤보영

 

그대를 그리워 할 수 있는

마음이라도

남겨 둔 게 고마워

아파도 이렇게

내색 않고 살고 있답니다

 

바람 편에 안부를 보내며

 

 

 

 

아마도 그럴 테지요 / 윤보영

 

내리던 비 그쳤는데

그대 계시는 곳에도 그럴 테지요.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 앞에 두고

 

눅눅한 마음 말리다가

그대 생각에 더 젖고 말았네요.

 

그대도 어디선가

커피 한잔 앞에 두고

날 생각하고 있겠지요.

 

그대 소식 몰라

그냥 그리워만 하는 나처럼

 

아마 그대도 내 소식 몰라

어딘가에서

그리워만 하고 있겠지요.

 

아마도,

아마도

그럴 테지요

 

 

 

 

오늘 같은 날에는 / 윤보영

 

오늘 같이 그대가 보고 싶은 날에는

생각을 멈추고 차 한 잔 마신다

 

찻잔 속에 어린 그대가

품속에 사랑으로 담기면

내 안에도 그리움이 쏟아져

그대 향해 다가가는 내가 보인다

 

쏟아진 그리움에는 마음이 젖지만

젖은 채로 그리워하며 지내야 하는 것

 

아 오늘 같이 그대가 보고 싶은 날에는

생각 속을 걸어 나온 그대와 차를 마시고 싶다.

 

 

 

 

참 좋은 그대 / 윤보영

 

잠들기 직전까지

생각나는 그대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생각나는 이름 하나

 

그 이름 하나

당신입니다.

 

당신 있어

오늘이 행복합니다.

 

당신에게

오늘을 선물합니다.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커피 언제 마실까요 / 윤보영

 

아침부터

커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컵에 담긴 커피가

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

 

"왜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지?"

궁금하다는 표정입니다

 

답도 없이 커피 잔을 들었습니다

늘 그랬던 것 처럼

그대 생각을 꺼냈습니다

 

그제야 커피가 알았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짓습니다

 

그대와 함께 마시면 좋을 커피!

오늘도 커피가

그대 있을 자리에 있습니다

우리 언제 커피 마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