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런(George Gordon Byron) - 영국
1788년 런던에서 출생
1807년 시집 (게으른 나날)을 출판.
1821년 《단테의 예언》(1821)
1824년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
◈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이렇게 밤 이슥토록
우리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마음 아직 사랑에 불타고
달빛 아직 밝게 빛나고 있지만
칼날은 칼집을 닳게 하고
영혼은 가슴을 헤어지게 하는 것이니
마음도 숨 돌리기 위해 멈춤이 있어야 하고
사랑 자체에도 휴식이 있어야 하리
밤은 사랑을 위하여 이루어진 것
그 밤 너무 빨리 샌다 해도
우리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달빛을 받으며
◈ 그대는 울고
그대 우는 걸 나는 보았네
반짝이는 눈물방울이
그 푸른 눈에 맺히는 것을
제비꽃에 앉았다 떨어지는
맑은 이슬방울처럼
그대 방긋이 웃는 걸 나는 보았네
푸른 구슬의 반짝임도
그대 곁에선 빛을 잃고 말 것을
그대의 반짝이는 눈동자
그 속에 담긴 생생한 빛
따를 바 없어라
구름이 저 먼 태양으로부터
깊고 풍요로운 노을을 받을 때
다가오는 저녁 그림자
그 아름다운 빛을
하늘에서 씻어 낼 수 없듯이
그대의 미소는
우울한 이내 마음에
맑고 깨끗한 기쁨을 주고
그 태양 같은 빛은
타오르는 불꽃같이
내 가슴 속에 찬연히 빛나네
◈ 한 방울의 눈물
우정이든 사랑이든
우리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줄 때
진실이 언뜻 바라보이는 눈 속에 엿보일 때
그 입술은 보조개나 미소로
속일 수도 있으나
애정의 증거는 한 방울의 눈물에 나타나 있다.
미소라는 것은
증오나 공포로 가면을 씌워
단지 위선자의 관계일 때가 많거든.
속마음 드러나는 눈이
잠시 한 방울 눈물로 흐려져 있을 때는,
나에게 띄워 다오 그 부드러운 한숨을.
따사로운 자비의 빛은
이 세상에 사는 우리를 바라보고
유감 된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영혼이 나아갈 길을
밝게 비쳐주네.
연민은 이 미덕이 느껴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녹아들어서
그 미덕의 이슬이 한 방울의 눈물이 되어 흘러내린다.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에 돛을 세우고
밀려드는 파도를 헤치며
대서양에 배 띄어야 하는 비운의 뱃사람
쉬이 그의 무덤이 될
바다 물결 위를 굽어볼 때엔
남색의 파도는 한 방울의 눈물과 더불어
찬란하게 반짝인다.
내 그리운 청춘의 무대여,
우정과 진실의 보금자리여,
고향에서 나는 쉬 흐르는 세월을 잊어버리고
사랑, 사랑 내사랑.
흐르는 줄 모르던 그곳은
내 고향.
그 고향 떠나는 쓰라린 이 마음 못내 서러워
다시 돌아서 보는 내 마지막 눈길엔
정든 뾰족탑마저 보이지 않았노라.
눈에 괸 한 방울 눈물에 가려.
나 이제는 다시 나의 맹세를
사랑하는 메어리에게
내 한때 그토록 사랑했던
나의 메어리에게 퍼부을 수는 없어도
그리운 정자 그늘에서
사랑스런 그녀가 한 방울의 눈물 흘리며
내 맹세에 답해 주던 그 때를 나는 지금도 기억하노라.
한 방울의 눈물로.
그 여인 지금 다른 품에 안겨 있어도
길이길이 행복을 누릴지어다.
메어리 그 이름을
내 마음은 여전히 존경해야 하느니라.
지난날 나의 것으로 생각한 사람일랑
한숨에 띄워 버리고
그녀의 거짓은 용서하라.
아아, 그대 나의 마음의 벗들이여,
내 지금 그대들과 헤어지기에 앞서
내 이 가슴엔 하나의 벅찬 희망이 솟아오른다.
만일 우리 이 시골집에서
다시 한 번 만나는 날 있다면
헤어질 때처럼 우리 다시 만나리.
한 방울의 눈물로.
나의 이 영혼이
밤의 나라로 날아갈 때
나의 몸은 관 위에 뉘여 져야만 하고
그대 혹시
나를 태운 재가 다 깨끗이, 사그라져 버린
무덤가를 지나가게 된다면
오오, 그대여
무덤의 흙을 젖게 하여 주어요.
한 방울의 눈물로.
나의 이 장엄한 비애는
허영의 자식들이 세워주는
대리석인가 무언가는 어쨌든 잘 어울리지는 않는 것.
꾸며진 명성으로
나의 이름을 장식하지 말지어다.
내 구하는 모든 것, 내 원하는 모든 것,
그것은 한 방울 눈물 뿐.
◈ 그녀가 걷는 아름다움은
그녀가 걷는 아름다움은
구름 없는 나라, 별 많은 밤과도 같아라
어둠과 밝음의 가장 좋은 것들이
그녀의 모습과 그녀의 눈매에 깃들어 있도다
번쩍이는 대낮에는 볼 수 없는
연하고 고운 빛으로
한 점의 그늘이 더해도 한 점의 빛이 덜해도
형용할 수 없는 우아함을 반쯤이나 상하게 하리
물결치는 까만 머릿단
고운 생각에 밝아지는 그 얼굴
고운 생각은 그들이 깃든 집이
얼마나 순수하고 얼마나 귀한가를 말하여준다
뺨, 이마, 그리도 보드랍고
그리도 온화하면서 많은 것을 알려주느니
사람의 마음을 끄는 미소, 연한 얼굴빛은
착하게 살아온 나날을 말하여 주느니
모든 것과 화목 하는 마음씨
순수한 사랑을 가진 심장
◈ 길 없는 숲에 기쁨이 있다
길 없는 숲에 기쁨이 있다
외로운 바닷가에 황홀이 있다
아무도 침범치 않는 곳
깊은 바다 곁, 그 함성의 음악에 사귐이 있다.
난 사람을 덜 사랑하기보다 자연을 더 사랑한다
이러한 우리의 만남을 통해
현재나 과거의 나로부터 물러나
우주와 뒤섞이며, 표현할 수는 없으나
온전히 숨길 수 없는 바를 느끼기에
◈ 어느 뉴펀들랜드 개의 묘비명
이곳 근처에
그의 유해가 묻혔도다.
그는 아름다움을 가졌으되 허영심이 없고
힘을 가졌으되 거만하지 않고
용기를 가졌으되 잔인하지 않고
인간의 모든 덕목을 가졌으되 그 악덕은 갖지 않았다.
이러한 칭찬이 인간의 유해 위에 새겨진다면
의미 없는 아부가 되겠지만
1803년 5월 뉴펀들랜드에서 태어나
1808년 11월 18일 뉴스테드 애비에서 죽은
개 보우썬의
영전에 바치는 말로는 정당한 찬사이리라.
◈ 우리 둘 헤어질 때
말없이 눈물 흘리며
우리 둘 헤어질 때
여러 해 떨어질 생각에
가슴 찢어졌었지
그대 뺨 파랗게 식고
그대 키스 차가웠어
이 같은 슬픔
그때 벌써 마련돼 있었지
내 이마에 싸늘했던
그 날 아침 이슬
바로 지금 이 느낌을
경고한 조짐이었어
그대 맹세 다 깨지고
그대 평판 가벼워져
누가 그대 이름 말하면
나도 같이 부끄럽네
남들 내게 그대 이름 말하면
그 이름 조종처럼 들리고
온몸이 한 바탕 떨리는데
왜 그리 그대 사랑스러웠을까
내 그대 알았던 것 남들은 몰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걸
오래 오래 난 그댈 슬퍼하리
말로는 못할 만큼 너무나 깊이
남몰래 만났던 우리
이제 난 말없이 슬퍼하네
잊기 잘하는 그대 마음
속이기 잘하는 그대 영혼을
오랜 세월 지난 뒤
그대 다시 만나면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까?
말없이 눈물 흘리며
◈ 나는 내 안에 살지 않고
나는 내 안에 살지 않고
내 주변의 일부가 된다, 내게
높은 산은 하나의 감동이다
허나 인간 도시 소음은 괴로움
자연엔 싫어할 것이 없다
내키지 않게 육체의 사슬에 묶여
피조물에 속해 있지만 영혼은 달아나
하늘이며, 산정이며, 굽이치는 대양,
혹은 별들이랑 뜻깊게 어울린다
◈ 몰타 섬에서 어느 앨범에 쓴 시
차가운 묘비 위의 이름
길손의 발길 멈추게 하듯
그대 홀로 이 앨범 펼쳐 볼 때
내 이름도 애수 어린 그대 눈길 끌었으면.
훗날 어느 해 어쩌다
그대 내 이름 읽게 되거들랑
죽은 이들처럼 날 기억해 주고
내 마음 여기 묻혀 있다 생각해 주오.
◈ 산꼭대기에 오르는 사람은
산꼭대기에 오르는 사람은 보리라
구름과 눈에 가리어진 제일 높은 봉우리들을
인간을 넘어서거나 압도하는 자는
아래 있는 자들의 증오를 멸시하리라
저 높은 곳에 태양의 영광 빛나고
저 낮은 곳에 대지와 대양 펼쳐져 있지만
그의 주위엔 얼음 바위, 앞을 다투는 폭풍들이
맨 이마를 시끄럽게 때리며
그 정상들로 이끌었던 노고에 보답하리라
◈ 바벨론 강가에 앉아서 우리는 울었도다
우리는 바벨의 물가에 앉아서 울었도다.
우리 원수들이 살육의 고함을 지르며
예루살렘의 지성소를 약탈하던 그 날을 생각하였도다.
그리고 오 예루살렘의 슬픈 딸들이여!
모두가 흩어져서 울면서 살았구나.
우리가 자유롭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볼 때에
그들은 노래를 강요하였지만,
우리 승리하는 노래는 아니었도다.
우리의 오른 손, 영원히 말라버릴지어다!
원수를 위하여 우리의 고귀한 하프를 연주하기 전에
버드나무에 하프는 걸려있고
그 소리는 울리지 않는구나. 오 예루살렘아!
너의 영광이 끝나던 시간에
하지만 너는 징조를 남겼다.
나는 결코 그 부드러운 곡조를
약탈자의 노래에 맞추지 않겠노라고.
◈ 아테네의 아가씨여, 우리 헤어지기 전에
아테네의 아가씨여 우리 헤어지기 전에
돌려주오, 오, 내 마음 돌려주오
아니 기왕에 내 마음 떠난 바엔
이젠 그걸 가지고 나머지도 가져가오
나 떠나기 전 내 언? 들어주오
"내 생명이여, 나 그대 사랑하오"
에게해 바람마다 애무한
흘러내린 그대 머리칼에 맹세코
그대의 부드러운 뺨에
피어나는 홍조에 입 맞추는
까만 속눈썹이 술 장식한 그대 눈에 맹세코
어린 사슴처럼 순수한 그대 눈망울에 맹세코
"내 생명이여, 나 그대 사랑하오"
애타게 맛보고 싶은 그대 입술에 맹세코
저 허리띠 두른 날씬한 허리에 맹세코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사연도
전해주는 온갖 꽃에 맹세코
교차되는 사랑의 기쁨과 슬픔에 맹세코
"내 생명이여, 나 그대 사랑하오"
아테네의 아가씨여! 나는 떠나가리라
님이여! 홀로 있을 땐 날 생각하오
몸은 비록 이스탄불로 달려갈지라도
내 마음과 여혼은 아테네에 있소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까? 천만에요!
"내 생명이여, 나 그대 사랑하오"
◈ 그녀는 아름답게 걷는다
별이 총총한 구름 한점 없는 밤하늘처럼
그녀는 아름답게 걷는다.
어둠과 빛의 순수는 모두
그녀의 얼굴과 눈 속에서 만나고,
하늘이 찬연히 빛나는 낮에는 주지 않는
부드러운 빛으로 무르익는다.
그늘 한 점이 더하고 빛이 한 줄기만 덜했어도
새까만 머리칼마다 물결치고
혹은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밝혀 주는
형언할 바 없는 그 우아함을 반은 해쳤으리라.
그녀의 얼굴에선 사념이 고요히 감미롭게 솟아나
그 보금자리,
그 얼굴이 얼마나 순결하고 사랑스런가를 말해 주노라.
저 뺨과 이마 위에서
상냥하고 침착하나 힘차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소, 환히 피어나는 얼굴빛은
말해 준다. 착하게 보낸 지난날을
이 땅의 모든 것과 화목한 마음,
순결한 사랑이 깃든 마음을.
◈ 이제는 더 이상 헤매지 말자
이제는 더 이상 헤매지 말자,
이토록 늦은 한밤중에
지금도 사랑은 가슴 속에 깃들고
지금도 달빛은 훤하지만.
칼을 쓰면 칼집이 해어지고
정신을 쓰면 가슴이 헐고
심장도 숨 쉬려면 쉬어야 하고
사랑도 때로는 쉬어야 하니.
밤은 사랑을 위해 있고
낮은 너무 빨리 돌아오지만
이제는 더 이상 헤매지 말자.
아련히 흐르는 달빛 사이를
◈ 당신은 울고 있었다
당신은 울고 있었다.
파란 눈에서 빛나는 눈물방울이
흘러 내렸다
그때 제비꽃이
이슬을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은 웃고 있었다.
사파이어 보석이 당신 곁에서 빛을 잃었다.
당신의 반짝이는 눈동자와 비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 먼 태양으로부터
깊고도 부드러운 노을이
구름 속으로 스며들 때
저녁 그림자는 드리우고,
그 영롱한 빛을
하늘에서 씻어 낼 길 없듯이
당신의 미소는
우울한 내 마음에
맑고 깨끗한 기쁨을 주고,
그 태양 같은 빛은
타오르는 불꽃처럼
내 가슴속에서 찬연히 빛난다.
◈ 추억
아아,
모든 것은 끝났도다!
- 꿈이 보여준 그대로,
미래는 이제 희망에 빛나지 않고
나의 행복의 나날은 끝났노라.
불행의 찬바람에 얼어
내 삶의 동트는 새벽은 구름에 가렸구나,
사랑, 희망 그리고 기쁨이여 안녕!
내 이제 또 하나 잊을 길이 없을까,
추억을!
◈ 고별
귀여운 소녀와의 입맞춤 곱게 간직하여
지금보다도 더 행복한 우리가 되어서
또다시 내 너의 입술에 가까이 하기 전엔
결코 이별하지 말자
헤어지는 네 눈가엔 반짝이는 괴로움
아니 우리 모두 괴로운 눈빛인데
네 눈동자에 고인 눈물
오히려 내게 변치마라 이르는 것인가
홀로 마음 다독거려 보지만
나 결코 행복하게 해 주길 바라지 않고
오직 너만이 나의 전부인 것을
나는 추억조차 바라지 않는다
쓰지도 말하지도 말자, 그러기에는
나의 붓도 마음도 지쳤구나
아, 이 심정을 무엇이라 말하리
이미 말하기조차 괴로운 것을
밤낮없이 희비가 교차되는 속에서
뜻과 같지않은 마음인데
드러낼 수 없는 사랑만이 가슴을 에고
나 너로 인해 가슴을 앓는다
◈ 그 누구에게
딱 한 번, 감히 내 눈을 들어,
눈을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어요.
그날 이후, 내 눈은 이 하늘 아래
당신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지요.
밤이 되어 눈을 감고 자려 해도
내게는 밤도 한낮이 되어
꿈일 수밖에 없는 일을 내 눈앞에
펼쳐 보이죠. 짓궂게도 말이죠.
그 꿈은 비운의 꿈―수많은 창살이
당신과 나의 운명을 갈라놓지요.
내 열정은 깨어나 격렬하게 싸우지만
당신은 여전히 평화롭기만 하군요.
◈ 꽃처럼 져버린 사람
오, 그 아름다움 한창 피어날 때
져버린 그대
잠든 그대 위엔 묘석일랑
놓지 못하게 하리라
그대를 덮은 잔디 위엔
오직 장미를 심어
봄이면 새싹 트게 하고
야생 실버들나무 수심 어려
휘청거리게 하리라
때로는 또 저기
푸르게 흐르는 시냇가에
슬픔의 여신 찾아와
고개 숙이며 갖가지 꿈으로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고
혹은 머뭇거리고
혹은 사뿐히 걸음 옮기게 할 지니
상냥한, 가엾은 그대여!
혹시나 그 발걸음이
고이 잠든 그대를
깨울까 하노라
◈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냐고 묻기에
"어떻게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느냐!"
그것을 내게 묻다니 가혹하군요
수많은 눈길을 읽으시고도
그대를 보는 순간 비로소 인생이 시작된 것을
더구나 사랑의 종말을 알고자 하나요
미래가 두려워 마음은 늘 제자리지만
사랑은 끝없는 슬픔 속을 말없이 헤메이며
죽는 그날까지 살아 있는 것을
◈ 그러면 내가 맥없이 있을 때
그러면 내가 맥없이 있을 때 그대는 울겠다는 것이냐?
사랑하는 사람이여 그 말을 다시 한 번 들려다오.
그러나 말하기가 슬프면 말하지 마라.
나는 결코 네 마음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
내 마음은 슬프고 희망은 사라졌다.
가슴에 흐르는 피는 싸느랗게 바뀌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 버린다면 너만이
내가 잠든 곳에 서서 한숨을 쉬어 주리라.
그러나 나는 괴로움의 구를 사이를 누비며
한 줄기 평안의 빛이 빛나듯이 느껴진다.
그러면 슬픔은 잠시 사라지게 되나니
그대 마음이 날 위해 탄식해 줌을 알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여, 네 눈물에 축복이 있으라.
울 수조차 없는 사람을 위해 그것은 부어진다.
좀처럼 눈물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런 눈물방울이 가슴에 한껏 스미게 된다.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도 지난날에 따뜻했고
느낌 또한 네 마음처럼 부드러웠었다.
하지만 아름다움조차도 나를 진정케 못하고
한숨짓기 위해서만 창조된 가련한 사나이다.
그런데도 내가 맥없이 있을 때
너는 눈물을 흘려주겠다는 것이냐?
사랑하는 이여 그 말을 다시 한 번 들려다오.
하지만 말하기가 슬프면 말하지 말아라.
나는 결코 네 마음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
◈ 죽음과 결혼
모든 비극은 죽음으로써 끝나는 것이요
모든 희극은 결혼으로써 닫히는 것이다
어떠한 세계도 그 처음은 신앙의 세계
이것을 멍청하게 붓으로 엮어
만약 실패한다면 재앙이 크다.
그래서 시인, 작가는
죽음이나 영부인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고
목사와 기도서에 깡그리 맡겨버리고 만다
◈ 시용성(城)
사슬 없는 마음의 영원한 정신!
자유여, 그대는 지하 감옥에서 가장 찬연히 빛난다.
그대 사는 곳은 사람의 마음속이기에
그대를 묶어 놓는 것은 그댈 사랑하는 마음 뿐,
그대 아들들이 족쇄에 채워져 얽매일 때-
그리고 축축한 지하 감옥 햇빛 없는 어둠 속에 던져질 때,
그들의 조국은 그들의 순교로 승리를 얻고
자유의 명성은 그 날개를 널리 펼친다.
시용이여! 그대의 감옥은 오히려 성스러운 곳
그대의 슬픈 돌바닥은 제단이다.
보니바르가 한 때 그 차디찬 돌바닥이 잔디인 양
그의 발자국이 그 모두에 남을 때까지
그 돌바닥을 짓밟고 거닐었기에
아무도 그 발자국들을 지우지 말지어다!
그 발자국들이 폭정을 신에게 호소하는 증거가 되기에.
◈ 안녕!
안녕, 안녕! 내 고향의 강기슭은
푸른 바다 너머로 멀리 사라진다.
밤바람은 한숨짓고, 파도는 노호하고,
야생의 갈매기들은 비명을 지른다.
바다 저편으로 지는 태양의 비상을
우리는 선례로 따르련다.
잠시 동안 안녕, 지는 해여 그리고 강기슭이여,
내 고향이여-안녕!
◈ 여인에게
여인이여! 경험이 내게 말해 줄 수 있었을 거다.
너를 바라본 사람은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고
참으로 경험을 가르칠 수 있었을 거다.
너의 아무리 굳은 맹세도 물거품 같다는 것을
하고는 너의 모든 매력을 마주하면
나는 모든 것을 잊고 그대를 찬양하게 되는구나.
오 회상이란 최고의 축복 아직 희망 있어
그대 내 것이라고 생각할 땐 참으로 기쁘지만
희망이 깨어져 정열도 가시면
애인들은 한결같이 그 회상을 저주하고 만다.
여인은 아름답고 정다운 거짓말쟁이
그러기에 풋내기 젊은이들은 여인을 곧 믿게 되리라.
그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를
혹은 까맣게 빛나는 그 눈동자를
혹은 암갈색 눈썹 아래서 부드럽게 빛나는 그 눈동자를
처음 볼 때는 가슴이 마구 고동치고
그 하나하나의 약속은 당장에 믿어지며
기꺼이 다짐하는 그 언약을 성급하게 믿고야 만다.
어리석게도 그것이 영원히
변함없으리라고 믿고야 만다.
그러나 보라, 여인은 하루사이에 변하고야 마니
영원한 진리는
'여인이여 그대의 맹세는 모래 위에 찍어 놓은 것'
이 한 마디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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