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 석우 윤명상
속이 텅 비었기에
오히려
곧게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거친 마디가
줄줄이 받치고 있기에
더 단단한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성숙한 자세로
자리를 잡았기에
중간에 변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고상하거나 까다롭지 않고
지극히 평범하기에
오히려 사철 푸른지도 모른다.
하지만 속물들은
자신의 속을 먼저 채우려 하니
세상은 혼란스럽고
마디 없이 곱게만 살려니
누군가는 그 마디를 대신해야 하고
성숙한 성품은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었기에
삐뚤어질지언정 자신의 욕망을
가득 채우기에 혈안이다.
행복한 가붕개를 외치면서
뒤로는 용이 되기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드는 속물들이니
사철 푸름의 의미를 모르는 것이다.
대나무가 사는 세상에
속물들이 군데군데
군집을 이루며 산다면 모르지만
속물들이 사는 세상에
대나무가 군데군데 있을 뿐이니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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