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들어갔다 나오기
/ 석우 윤명상
몇 년 전, 호수와 강은
바닥을 드러내고 드러누워
탈수증을 호소하던 때가 있었다.
마른장마는 이어지고
물기라고는 하나 없는 구름만
나들이하듯 떠다니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멀리 태풍은
제집 드나들 듯
이웃 나라들만 오갔고
애가 탄 우리는 고사를 지내듯
한 개만이라도 태풍이 오기를 고대했다.
기다리다 못해
태풍까지 기다려야 했던 목마름.
그것은 흥부가 형수에게
밥풀 붙은 주걱으로 뺨을 맞고
뺨에 달라붙은 밥풀을 떼어먹기 위해
반대쪽도 때려 달라던 배고픔이었다.
구걸할 필요가 없는 배부른 지금,
멀리 태풍이 다가온다는 소식에
우리는 발깍 비상이 걸렸다.
오지 않기를, 비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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