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이 지우다
/ 석우 윤명상
며칠 동안 빗줄기는
가을 문턱에서
여름을 박박 지웠습니다.
폭염을 지우고
열대야를 지우고
이마의 땀을 지웠습니다.
무더위 짜증이 지워졌고
밖에 나가 놀고 싶던 망설임도
모두 지워졌습니다.
빗물이 지운 뒤에는
폭염 대신 뭉게구름이 지나고
이마의 땀 대신 소슬바람이 불고
마음속의 짜증 대신
풀벌레의 노래가 들려옵니다.
빗줄기는 며칠 사이
여름을 지우더니
가을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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