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물병
/ 석우 윤명상
무더위에
물병 하나 들고
뒷산에 오릅니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에 올랐더니
물은 이미 동이 났습니다.
부랴부랴 내려오는 길,
쓰러진 고목에 터 잡은 생명들이
목이 말라 축 늘어져 있습니다.
물병을 바라보았지만
텅 빈 물병은 미안한지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미안한 마음으로
뒷걸음치다 돌아서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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