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갈등
/ 석우 윤명상
홀로 되신 장모님,
세월에 눌린 허리로 농사를 지으시다
이태 전부터
자식들에게 텃밭을 붙였다.
아내는 신이 났다.
넓은 용지를 형제들이 나누어
원하는 작물들을 각자 키울 수 있으니
아내는 시작도 하기 전,
수확의 기쁨을 날마다 가불했다.
동영상으로 시작한 농사,
고구마와 옥수수를 심더니
아내가 말했다.
힘들어서 못 하겠어.
내년에는 사다 먹을 거야.
나도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가을이 되고
고구마를 캐며 아내는 말했다.
내년에는 뭐 심을까?
봄이 되자
고추와 참깨를 심었다.
고추를 심던 날, 아내는 말했다.
고추 100근은 딸 거야.
봄 가뭄이 이어지고
풀이 숲을 이루자 아내는 말했다.
다음부터 농사 안 해.
하지만,
붉은 고추를 따던 날,
아내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내년에는 뭐 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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