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

기대와 갈등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23. 9. 9.

 

 

기대와 갈등

       / 석우 윤명상

 

홀로 되신 장모님,

세월에 눌린 허리로 농사를 지으시다

이태 전부터

자식들에게 텃밭을 붙였다.

 

아내는 신이 났다.

넓은 용지를 형제들이 나누어

원하는 작물들을 각자 키울 수 있으니

아내는 시작도 하기 전,

수확의 기쁨을 날마다 가불했다.

 

동영상으로 시작한 농사,

고구마와 옥수수를 심더니

아내가 말했다.

힘들어서 못 하겠어.

내년에는 사다 먹을 거야.

나도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가을이 되고

고구마를 캐며 아내는 말했다.

내년에는 뭐 심을까?

 

봄이 되자

고추와 참깨를 심었다.

고추를 심던 날, 아내는 말했다.

고추 100근은 딸 거야.

 

봄 가뭄이 이어지고

풀이 숲을 이루자 아내는 말했다.

다음부터 농사 안 해.

 

하지만,

붉은 고추를 따던 날,

아내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내년에는 뭐 심을까?

 

 

 

'☞ 石右의 시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의 그리움 - 윤명상  (0) 2023.09.15
복숭아가 익었다 - 윤명상  (0) 2023.09.12
가을 준비 - 윤명상  (0) 2023.09.08
가을 향기 -윤명상  (0) 2023.09.02
가을처럼 - 윤명상  (0) 2023.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