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결교회의 NCCK 가입을 반대한다 안희환
집안에 목사님들이 꽤 많습니다. 36명이나 되니까요. 원래는 37명이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목회를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36명이 된 것입니다. 교단 분포도 다양합니다. 장로교회도 있고 감리교회도 있고 성결교회도 있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분도 있고 아직 젊은 사람도 있습니다. 교세적인 면에서도 다양한데 큰 교회에서 목회하는 사람도 있고 개척교회에서 목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친척 목사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다양한 교파에 대해서 거부감 없이 반응할 수 있었고 지금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큰 애착을 가지고 있는 교단은 성결교회입니다. 성결교회만이 최고이고 나머지 교단은 별로라든지 하는 식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저에게 친숙한 교단이 성결교회이기 때문에 생긴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성결교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성결교회에서 세례를 받았고요. 성결교회에 속한 신학대학인 서울신학대학에 공부를 했고 사역도 성결교회에서 했습니다. 그러니 성결교단에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성결교회가 지향하는 바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생 성결 신유 재림 이라는 사중복음은 성결교단의 전도표제인데 꼭 필요한 복음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을 믿음으로 중생하고, 중생한 이후에 성결의 은혜를 통하여 거룩한 삶을 살아가며, 신유를 통하여 영육간에 강건할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며 깨어 있는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는 강조점이 제게는 무척이나 균형 잡힌 가르침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문제는 멋진 전도 표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성결교회의 정체성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 경향은 교단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때조차 드러나곤 하는데 최근 들어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NCCK 재가입 논의입니다. 이미 정리된 줄 알았던 NCCK 재가입 논의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분들이 있는데 도무지 납득이 가지를 않습니다.
그 동안 여러 부분에서 성결교회는 교단의 정체성에 대한 충분한 신학적 고뇌 없이 장로교회나 감리교회의 제도를 따라간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정치제도나 헌법, 조금 더 좁게 생각하면 유아 세례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지금 자세히 다루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 생각하여 생략하고 NCCK 재가입 논의에 대해서만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알다시피 NCCK 가입 문제는 성결교회의 입장에서는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사연이 있습니다. 1950년대에 한국기독교연합회(NCCK)와 한국복음주의자협의회(NAE)의 가입과 탈퇴문제로 떠들썩했고 마침내 1961년 교단이 분열되어 현재의 기독교대한성결교회와 예수교대한성결교회로 나뉜 사연이 있는 것입니다. 그 당시 기독교대한 성결교회는 연합기관 가입문제로 교단 분열을 가져올 수 없다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탈퇴했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 또 다시 그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인지요?
얼마 전에도 기성(이후로 예수교대한 성결교회와 구분하기 위해 기성이라 부름)은 예수교대한 성결교회와 통합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심지어 이름까지 포기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교단 내에 있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좋게 생각하였습니다. 기득권을 내려놓으면서까지 하나 됨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성과 예성의 통합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고 공연히 분위기만 어수선하게 만들고 말았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기성의 일부 인사들은 NCCK 가입 논의로 교단을 어수선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기성이 NCCK에 가입한다면 그야말로 예성과의 통합은 물 건너가게 됩니다. 통합 의지가 있다고 해서 쉽게 통합될 상황은 아니지만 바로 직전에 교단 통합을 한다고 공들이던 것을 완전히 뒤바꾸어버릴 만한 새로운 결정을 하고자 하는 분들은 무슨 원칙으로 그런 일을 진행하는 것인지요?
조만간 교단 내에서 NCCK 재가입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를 하게 됩니다. 찬성측에는 전 총회장이셨던 황대식 목사님, 최건호 목사님, 아시아교회협 전 총무이셨던 박상증 목사님, 전 서울신대 총장이셨던 강근환 목사님, 전 총무셨던 백천기 목사님 등 5인이 참석할 예정이며, 반대측에는 전 한기총 대표회장이셨던 이용규 목사님, 전 부총회장이셨던 신영범 장로, 수원교회에서 시무하시는 송기식 목사님, 서울신대 산학대학원장이신 박명수 교수님, 간석제일교회에서 시무하시는 장자옥 목사님 등이 나선다고 합니다. 부디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기회가 되는 대로 성결교회가 NCCK에 가입하는 것이 왜 교단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지에 대해 논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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