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이 죄라고 했던 NCCK임을 아는가?
(성결교회의 NCCK 가입에 반대하며) 안희환
기독교와 공산주의는 양립할 수 없는 여러 요인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공산주의가 유물론에 입각한 사상이라는 점입니다. 유물론은 물질을 제1차적이며 근본적인 실재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마음이나 정신, 영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니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은 물질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 유물론에 입각한 공산주의가 영이신 하나님을 섬기는 기독교를 인정할리는 만무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공산주의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마르크스의 기독교 이해입니다. 마르크스는 “종교는 곤궁한 피조물의 한숨이며, 무정한 세계의 감정이고, 또 정신 없는 상태의 정신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종교가 곧 아편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투쟁해야할 인민이 종교로부터 위안을 얻고 안주하는 것에 대한 비판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위 주장은 현실적인 것으로 작용하였고 국가가 법으로 종교를 박해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앞의 두 가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나라가 겪었던 경험입니다. 소련의 지지를 받은 김일성이 공산주의로 무장하여 남한을 침공했던 일은 이 나라를 오랜 세월 동안 고통하게 만들었습니다. 남과 북의 전쟁은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나지 않은 채 나라를 두 조각내게 되었고 그 고통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 있습니다.
제가 감사해 하는 것 중 하나는 남한이라도 공산화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입니다. 공산화 된 북한은 신앙의 자유를 잃고 말았습니다. 기독교는 처절할 만큼의 박해를 받았고 그리스도인들은 신앙 때문에 고난을 당해야 했습니다. 만약 남한도 공산화 되었다면 상황은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자유롭게 찬양하거나 기도하는 것도, 하나님의 말씀을 읽거나 전하는 것도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세월이 지나는 동안 공산주의 하에 있었던 북한은 세계 최고의 빈국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반대로 남한은 세계 10위권 내에 드는 경제 대국이 되었습니다. 북한에서는 교회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고(전략적으로 내세우는 교회를 빼고) 남한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한 밤 어둠을 비추는 십자가의 네온사인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어찌 남한이 공산화 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한국 교회에 뿌리 내린 반공 개념은 위와 같은 내용들을 분명히 이해할 때 납득이 갈 수 있습니다. 공산주의의 사상 자체가 기독교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인식, 잔혹하게 교회를 박해한 공산주의와 교회가 함께 갈 수가 없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은 한국 사회를 지키는 역할도 하였습니다. 남한을 넘어뜨리려는 북한의 수많은 시도에 대해 남한 국민들의 정신을 무장시키는 역할을 해왔던 것입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기에 반공이념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좌파니 빨갱이니 하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이며 아직 구시대에 속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이야기는 속이는 말일 뿐입니다. 남한을 적화하려는 북한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남한 사람들의 정신을 무장해제 시키려는 간교한 술수일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북한이 보이고 있는 태도는 북한의 생각이 근원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남한 관광객을 총으로 쏘아 죽이고도 사과다운 사과를 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던 북한이며, 남한 정부를 비판하면서 느닷없이 개성공단을 폐쇄함으로써 경제 활동을 위해 북한에 투자했던 기업에 피해를 입히고 북한에서 일하는 남한의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했던 북한입니다. 충분히 납득할 이유 없이 6자 회담을 거부한 북한이며, 핵사찰을 위해 북한에서 활동하던 연구원들을 일방적으로 쫓아낸 북한입니다.
이처럼 막무가내인 북한을 놔두고 반공을 내려놓으라고 하는 것은 나라를 통째로 북한에 넘겨주겠다는 발상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비록 통일이 절박한 우리나라의 해결 과제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자유 민주주의라는 정체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이루어져야할 것은 아닙니다. 막말로 적화 통일이 된다면 그것은 통일이 되지 않느니만 못합니다. 다 같이 처절한 가난을 짊어지고 살자는 것이며, 다 같이 신앙의 자유를 내던지고 살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남한 사람들로 하여금 공산주의의 위험성에 대해 망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 교회로 하여금 공산주의에 대해 경계하는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교회 일치를 위한 활동으로만 만족하지 못하는지 NCCK는 남한과 북한을 일치시키려 하는데 문제는 남한과 남한의 교회로 하여금 반공을 포기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변하지 않은 채 무장을 하는데 남한은 무장해제를 해야 한다고 하니 정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NCCK는 1988년 2월 29일 제37차 총회에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
을 채택하여 발표하였습니다. 그 선언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평화의 종'으로 이 땅에 오셨으며, 분단과 갈등과 억압의 역사 속에서 평화와 화해와 해방의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을 하나님과 화해하게 하시고, 인간들 사이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해방시켜 하나 되게 하시려고 고난을 받으셨으며,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묻히셨으나 다시 부활하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을 축복하시면서 하나님이 그들을 자녀로 삼으실 것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성령이 우리로 하여금 역사의 종말론적 미래를 보게 하시고 우리를 하나 되게 하셔서, 하나님의 선교 사역에 참여하게 하신다는 것을 믿는다."
그다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예수님을 평화의 왕으로 고백하는데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예수님이 화해하게 하시고 해방시켜 하나 되게 하시려고 십자가에 죽으시고 다시 사셨다는데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성령께서 우리를 하나 되게 하셔서 선교사역에 참여하게 하신다는 선언이니 얼마나 귀한 선언입니까?
그러나 계속해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충격을 받게 됩니다. 앞의 근사한 이야기들은 포장지일 뿐이고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따로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말 글의 순서를 지혜롭게 배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됨과 동시에 그렇기에 더욱 섬뜩함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아래 인용하는 대목을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한국교회가 민족 분단의 역사적 과정 속에서 침묵하였으며, 면면히 이어져 온 자주적 민족 통일 운동의 흐름을 외면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분단을 정당화하기까지 한 죄를 범했음을 고백한다. 남북한의 그리스도인들은 각각의 체제가 강요하는 이념을 절대적인 것으로 우상화하여 왔다. 이것은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에 대한 반역죄(출 20:3-5)이며, 하나님의 뜻을 지켜야 하는 교회가 정권의 뜻에 따른 죄(행 4:19)이다.
특히 남한의 그리스도인들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종교적인 신념처럼 우상화하여 북한 공산 정권을 적대시한 나머지 북한 동포들과 우리와 이념을 달리하는 동포들을 저주하기까지 하는 죄(요 13:14-15, 4:20-21)를 범했음을 고백한다. 이것은 계명을 어긴 죄이며, 분단에 의하여 고통 받았고 또 아직도 고통 받고 있는 이웃에 대하여 무관심한 죄이며, 그들의 아픔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유하지 못한 죄(요13:17)이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까? 반공이 죄라는 것입니다. 공산주의 정권을 적대시한 것이 죄라는 것입니다. 정작 북한 동포들을 돕고 탈북자들을 위해 사역을 계속해옴으로써 고통당하는 이웃을 돌아보는 일에 최선을 다한 한국 교회를 향해서 북한 정권을 적대시했기에 즉 반공을 내던져버리지 않았기에 고통 받는 이웃에게 무관심한 죄를 지은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만약 기독교 대한 성결교회가 북한이 변했다고 인정하면서 이제는 남한도 반공을 포기해야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면 NCCK에 가입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반공은 필요한 상황이며 남한과 북한이 적화통일 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 민주주의로 통일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면 성결교회는 지금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교계든 사회든 지도자는 시대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있어야 합니다. 정체성 자체를 바꾸어야 할 때라면 혹시 모르지만요. 그저 다른 사람이 한다고 따라가고, 상황이 그쪽이 유리하다고 쫓아가고, 뭔가 얻을 것이 있다고 해서 추종하는 사람이라면 지도자로서는 자격 미달이라고 할 것입니다.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다른 교단이 가입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NCCK에 가입하는 것이 성결교회의 정체성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는 따져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요즘 실망감을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여론 수렴도 없이 NCCK 가입을 밀어붙이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흐름을 보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교단의 신학과 정체성을 충분히 파고 들어가지도 않은 채 NCCK 가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영향력 하에 그냥 따라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글을 쓰다가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겠습니다. 교단이라고 하는 것이 순수한 마음과 열심만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성결교회에서 자랐고, 성결교회에서 꿈을 얻었으며, 성결교회에서 전도사가 되어 사역을 시작한 저입니다. 성결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고 성결교회에서 안수 받은 후 10년 이상을 나름대로 최선 다해 목회한 저입니다. 평생 목회하다가 뼈를 묻을 교단이 바로 성결교회이고요.
그만큼 성결교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이렇게 무모한 글들을 계속 써가고 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성결교회가 NCCK에 가입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기도회를 하는 곳에서 마이크를 잡을 기회가 생기면 성결교회의 NCCK가입을 막도록 기도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어떤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이렇게 활동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한다면 그런 비난을 받을 각오도 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말합니다. 성결교회는 NCCK와 그 정체성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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