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뉴스 엿보기

잠 못 자는 한국인

by 石右 尹明相 2009. 7. 19.


당신의 밤은 안녕하십니까? 잠 못 자는 한국인

성인 겨우 6시간15분, OECD 최하 / 여성 4명 중 1명은 불면증 시달려

 

심선혜 기자 fresh@chosun.com 2009년 7월 14일 [주간조선]
 


 

   사람이 100살까지 산다면 30년 정도는 자면서 보낸다. 잘 자는 것만으로도 30%는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잠의 노예가 되기 쉽다. 밤마다 자고 싶어도 못 자고, 자고 나도 피곤한 이유는 무엇일까. 스트레스와 흡연, 음주, 질병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수면장애 탓이다. 단순히 잠들기 어려운 불면증에서부터 심각한 질병을 암시하는 수면무호흡증,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과수면증에 이르기까지 수면장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상이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신호라고 말한다. 자신의 수면 습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20~30년 전부터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잘 자는 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면의학은 최근에 와서야 주목 받았다. 수면클리닉이 생긴 것도 2000년대 중반의 일이다. 수면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지만, 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주간조선은 잠의 다양한 효능과 연령대별로 겪기 쉬운 수면장애의 유형을 소개한다. 또한 잠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OX퀴즈를 준비했다. 건강과 행복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면 웰빙(well-being)에서 한발 나아간 웰슬리핑(well-sleeping)에 귀 기울여 보자.
   
   여름밤은 더위와의 전쟁이다. 한밤중에 잠을 설치기 일쑤다. 퀭해진 눈으로 회사에 출근하면 몸은 피곤하고 의욕도 바닥을 치기 십상. 열대야 때문이 아니라도 잠 못 이루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온종일 받은 스트레스를 떠안고 잠자리에 들면 걱정과 고민이 썰물처럼 밀려와 시계는 새벽을 향하고 만다. 
   전문가들은 "잠을 잘 자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수면은 피로를 회복하고, 성장발육을 돕고, 면역력을 키워주며,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적당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고, 학습능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만다. '인생을 바꾸는 숙면의 기술'의 저자인 다나카 히데키씨는 "잘 자는 사람은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고 자신감이 있고 건강하며 의욕적"이라면서 "얼마나 충실한 수면을 취하느냐는 인생을 얼마나 충실하게 사느냐와 직결된다"고 설명한다.
   
▶ 수면 얼마나 부족한가 
   미국인보다 45분 적어 /  저소득층 33% 수면장애 호소

   서울 서대문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병용(48)씨는 "푹 자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올 초부터 가게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말 못하는 고민과 스트레스는 불면증으로 이어졌다. 이씨는 "낮에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고 정작 밤에 잠을 못 자니 너무 괴롭다"면서 "아내가 이불도 바꾸고 아로마 향초도 켜놓지만 해결이 안 된다"고 했다.
   "평소에도 가게일 때문에 바빠서 잠을 많이 자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한 6시간은 잤던 것 같은데…. 쉬는 날에는 시체처럼 쓰러져서 잠만 잘 정도로 늘 잠이 모자랐죠. 그런데 요즘에는 새벽 3시가 돼도 잠이 안 와요. 정말 죽을 맛입니다. 어떤 날은 잠이 들어도 2시간에 한 번꼴로 깨거나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죠. 못 먹는 것보다 못 자는 게 훨씬 고통스럽다는 걸 정말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만성 수면 부족 국가다. 지난 5월 OECD가 발표한 '2009 회원국 사회지표'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매일 9시간 가까이 수면을 취하지만, 한국인은 평균 7시간49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18개국 가운데 한국이 최단 시간이었다. 이는 OECD 평균 수면시간인 8시간22분에도 못 미친다.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의 수면시간만 따로 계산해보면 수치는 더 내려간다. 미국 스탠퍼드 수면센터 오하이온 교수는 한국 성인남녀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6시간15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평균이 7시간인 것에 비하면 45분가량 차이가 나고, 영국 성인남녀의 평균인 6시간45분에도 못 미친다.
   잠자는 시간만 부족한 게 아니라 쉽게 잠들지도 못한다. 한국 성인 남녀 가운데 10명 중 2명은 불면증을 앓는 것으로 조사됐다. 계명대 동산병원 조용원 교수가 21세 이상 69세 미만의 전국 성인 남녀 5000명을 조사한 결과 불면증 유병률은 22.8%에 달했다.
   성별로는 여자가 25.3%로 남자 20.2%에 비해 높았다. 직업별로는 주부(27.1%), 연령별로는 60대(34.6%)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득이 낮을수록 수면 장애가 많아 월수입이 150만원 미만인 군(群)에서 33.3%로 가장 높았다. 조사를 진행한 조용원 교수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수면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수면은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어려움이 있으면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 숙면 왜 필요한가 
   잠이 진정제 역할… 부족하면 우울증 /    집중력·기억력 감퇴 등 학습장애도


   간밤에 잠을 설치면 집중력과 판단력이 현저히 흐려진다. 다음날 업무와 학업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 수면부족은 이같은 일상적인 피해를 넘어 초대형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유조선 엑손 발데스호의 기름 유출 사고 등은 졸음으로 인한 부주의 탓에 벌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졸음운전도 문제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변웅전 위원장은 "최근 3년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1명은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다"고 발표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졸음운전은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하다"면서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는 것은 알코올 농도 0.1% 이상의 음주상태와 맞먹는다"고 말했다. 영국의학협회도 "17시간 이상 깨어 있는 상태로 운전하면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정도의 음주운전과 비슷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충분한 수면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1993년 국립수면장애연구소를 세워 수면을 연구하고 있다. 수면과 건강에 대한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잠은 탁월한 진정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수면 뇌 영상 연구소 매튜 워커 책임연구원이 지난 6월 미국 수면학회 연례총회에서 "잠은 인간이 감정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특히 꿈은 깨어 있을 때 겪었던 복잡한 감정 상태를 정돈하는 기능을 한다"고 발표했다. 워커 연구팀의 조사결과 수면을 취하지 못한 집단은 분노, 공포 등 부정적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깊은 수면을 취하면 불쾌한 순간을 단순히 잊는 것이 아니라 아예 기억에서 제거해 이성적으로 사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수면부족은 우울증, 나아가 자살과도 관련이 깊다. 자정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는 청소년들은 일찍 잠자리에 드는 청소년들에 비해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메디컬센터의 제임스 갱위시 교수가 10대 청소년과 학부모 1만565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자정이 넘도록 안 자는 학생은 밤 10시 정도에 잠자리에 드는 학생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42%,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은 30% 더 높았다.
   '4시간 자면 시험에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5락'은 옛말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는 "꿈을 꿀 정도로 깊은 잠(렘수면)에 빠지면 낮에 보고 들은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반대로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기억력 감퇴나 학습 장애를 불러오고 집중력을 흐리게 만든다.
   하지만 잘못된 잠은 독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습관적으로 낮잠을 자는 사람은 당뇨병을 조심해야 한다. 영국 버밍엄대학 샤라드 타헤리 박사가 중국인 1만6480명을 조사한 결과 낮잠을 일주일에 최소한 한 번 이상 자는 사람들의 당뇨병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2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를 진행한 타헤리 박사는 "다른 당뇨병 위험요인들을 감안하더라도 낮잠과 당뇨병의 관계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낮잠을 자는 사람은 활동량이 적고, 수면의 질도 나쁘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낮잠과 같이 짧은 잠에서 깨어나면 인슐린의 작용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활성화돼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 Check ! 나는 잘 자고 있나
   한 달 동안 얼마나 잘 잤는지 체크해보자. 수면장애를 나타내는 갖가지 신호를 점검하는 것이다.

   잠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수면의 질이 높으면 조금 덜 자도 피로가 더 빨리 풀린다.

 
   -전혀 없음: 0점, 1~2회: 1점, 3~4회: 2점, 5회 이상: 3점


   -지난 한 달 동안 잠들기 어려웠던 적이 있다.
   -30분 이내에 잠들기 어려웠다.
   -한밤중이나 새벽에 깼다.
   -자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다.
   -자면서 편안하게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시끄럽게 코를 골았다.
   -더워서 이불을 발로 찼다.
   -자다가 한기를 느꼈다.
   -나쁜 꿈을 꿨다.
   -몸에 통증을 느꼈다.
   -잠들기 위해 약을 먹었다.
   -업무, 공부, 운전 등을 하다가 몹시 졸린 적이 있다.
   합계 점수가 5점 이하면 정상, 6~10점은 개선 필요, 11점 이상은 전문의와 상담을 권한다.         
   참고: '잠이 인생을 바꾼다' 한진규
    
   ☞ 숙면에 도움되는 식품 
   생선: 저녁식사로 생선이나 식물성 단백질이 함유된 식품을 선택하자. 단백질은 긴 밤 동안 허기를 막는 대신 소화가 잘돼 부담이 없다. 돼지고기나 소고기 같은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면 소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위에 부담을 준다.
   양파: 양파에는 신경을 안정시키고 수면을 도와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저녁식사를 할 때 생양파를 곁들여 먹으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양파껍질을 깐 다음 특유의 향과 점액이 사라지지 않도록 물에 씻지 않고 그냥 먹는 것이 좋다.
   우유: 따뜻한 우유 한 잔이 숙면을 돕는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우유에 함유된 트립토판이라는 물질은 세로토닌으로 변해 뇌를 진정시킨다. 잠들기 1~2시간 전에 적당히 마시면 불면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치즈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견과류: 견과류는 뇌를 편안하게 하는 칼슘과 비타민 B가 풍부해 불면증에 좋은 약이 된다. 특히 호두는 중국 황실의 서태후가 먹고 불면증을 다스렸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로 유명하다. 저녁식사 대용으로 잣이나 깨로 죽을 쒀 먹어도 좋다.
   상추: 상추를 먹으면 쉽게 졸음이 와서 수험생의 식탁에는 올리지도 않을 정도로 불면증에 효과가 좋다. 상추에는 인체에 무해한 수준의 아주 약한 마취성분이 들어 있어 기분이 편안해지고 긴장이 풀린다고 한다.
    
   ☞ 숙면에 독이 되는 식품 
   : 예로부터 도수가 별로 높지 않은 와인과 같은 술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술에 취해 잠이 들면 수면의 질이 나빠지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 술에 취하면 잠든 직후 3시간 동안은 깊은 잠에 빠지지만, 이후에는 깊은 잠을 못 자고 자주 깬다.
   담배: 식사를 마치거나 잠들기 전에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은 각성 효과가 있어 수면을 취하는 데 방해된다. 특히 불면증을 앓는 사람이라면 담배를 되도록 멀리하자.
   커피: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낮에 마신 커피도 숙면에 영향을 미친다.  충분히 잠을 자도 아침에 피곤하거나 찌뿌드드하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는 커피 한 잔을 먹어도 밤새 뒤척이게 된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각성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 특히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면 이뇨작용이 활발해져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초콜릿: 잠자기 바로 전에 당분이 많이 들어 있는 간식을 먹으면 숙면에 방해가 된다. 갑작스럽게 혈당의 불균형을 초래하기 때문. 특히 커피나 탄산음료는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피하지만, 초콜릿은 카페인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먹는 경우도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