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미자립교회 ‘빈곤 악순환’ 고착화… ‘건강한 교회’로 양육책 시급 [2009.07.28 20:51]
감리교 연 경상비 2500만원 미만 교회 40%… 57%가 창립 10년 넘은 곳
서울 방학동 새누리교회는 1996년 5월에 개척됐다. 13년이 지났지만 현재 성도 수는 서원봉(34) 목사 가족 3명을 포함해 6∼7명이다. 서 목사는 지난해 2월 이 교회에 부임했다. 교회 연간 경상비는 340만원 정도이고, 서 목사가 생활비로 받는 돈은 월 20만원 정도다. 지난해 8월 오랜 지하교회 신세를 면하고 주변 상가 1층에 월세 45만원짜리 작은 공간을 얻었지만 자력으로 운영할 형편은 안된다. 교단 지방회와 성도들의 후원금으로 어렵게 목회를 이어가고 있다. 서 목사는 "생활이야 돈을 안 쓰면 그만이지만 사람들이 왔다가 교회가 작은 것을 보고 돌아갈 때면 서글프다"고 했다.
교회는 돈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돈이 없으면 교회를 유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미자립 교회 문제는 이미 한국 교계의 시급한 현안이 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는 소속 미자립 교회 실태를 분석한 결과, 조사에 응한 5591개 교회 중 39.8%인 2225개가 미자립 상태로 분류됐다고 28일 밝혔다. 목회자 생활비, 교회 운영비 등 1년 경상비 결산액 2500만원 미만을 미자립 기준으로 삼았다. 경상비가 1000만원이 안되는 교회도 1107곳(19.8%)이나 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연회의 미자립교회 비율이 25.9%로 가장 낮은 반면 호남선교연회(56.4%) 충북연회(51.1%) 삼남연회(47.8%) 등 주로 지방 연회의 미자립 비율이 높았다.
특히 미자립 교회 중 1276곳(57.3%)은 교회를 창립한 지 10년이 넘도록 빈곤의 악순환을 끊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본부 국내선교부장 태동화 목사는 "교회 개척 이후 늦어도 5년 안에 안착하지 못하면 갈수록 성장이 어려워진다"며 "최근 들어 이런 미자립 상황 고착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자립 교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목회자 개인 차원의 준비 안된 개척이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감리교는 연간 160개 정도의 교회가 창립되고 60여개 교회가 폐쇄되는데 창립 교회의 70% 정도가 개인이 개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리교 본부는 현재 교리와 장정을 개정, 미자립 교회 지원을 입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개별 교회에서 경상비의 1% 정도를 부담금으로 내는 상황에서는 미자립 교회 지원을 위한 예산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별 교회에서 이 방안을 꺼리고 있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차선으로 꼽히는 방안이 지방회나 연회 차원의 미자립 교회 지원 강화다. 임영훈(서울남연회) 감독이 벌이고 있는 1·2·3운동(교인 1000명 기준, 장로 1명 권사 2명 집사 3명 미자립 교회에 파송)이나 김진호 전 감독회장이 주도하는 '비전교회(미자립 교회) 함께하기 운동' 등이 대표적 사례다.
태 목사는 "예전에는 많은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개척된 교회를 어떻게 건강한 교회로 키워낼 것인지가 교계의 핵심 정책 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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