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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노트] 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화석처럼 굳어져 버린다

by 石右 尹明相 2009. 9. 5.

 

[경영노트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화석처럼 굳어져 버린다

 

  세계화 이후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

  무엇을 버릴 것인가, 무엇을 도입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이 조직 설계로 반영돼야

 
장종현 부즈앤컴퍼니코리아 대표

 

 

기업 구조조정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거부감도 많다. 최근 쌍용자동차 노사 분규는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극한 상황까지 치달았다.

기업 구조조정의 진정한 뜻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외부의 힘에 의해 구조조정을 당하는 경우와 기업이 자진해서 수행하는 경우이다.

외부, 즉 제3자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은 재무 상태가 최악이거나

시장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이 대상이다.

이는 주로 채권은행들이 앞서고 사실상 정부가 관여하기도 한다.

시장 실패를 막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는 면에서 그렇다.

이런 구조조정은 기업의 미래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기보다 사후 처리가 주목적이다.

실패한 기업을 처리할 때는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채권은행들은 기업 구조조정이 초래할 은행의 재무 비율 악화를 먼저 걱정한다.

정부는 실업률 증가를 더 염려한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이 경우 정치권이나 외부 세력이 개입하는 빌미를 제공해

오히려 사회 불안과 갈등을 야기할 위험이 커진다.

다른 하나의 구조조정 유형은 기업 스스로 추진하는 구조조정이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세계 경제의 극심한 불황과 높은 변동성하에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난제(難題)를 안고 있다.

이것은 CEO가 직접 다루지 않으면 안 될 매우 중요한 전략적 과제이다.

기업이 스스로 하는 구조조정은 이러한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자발적인 기업 구조조정에는 크게 세 가지 방향이 있다.

첫째, 사업 부문의 구조조정이다. '어떤 산업에 진출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사업을 버릴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지속적인 기업 가치 증대를 위한 토대를 확보하기 위해 CEO에게 주어지는

매우 근본적이고 전략적인 질문이다. 둘째, 대차대조표상의 구조조정, 즉 재무구조의 조정이다.

이 또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기업이 자산, 부채, 자본의 질과 규모, 그리고 구성비를 위험관리 차원에서

조정하고 관리하는 것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능력을 확보하는 전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구조조정 대상으로 알려진 45개 중견 그룹들은

이미 상당한 전략적 실패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기업 조직의 틀을 바꾸는 구조조정이다. 외부 경쟁 환경의 변화는

CEO에게 열린 사고(思考)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대응을 요구한다.

즉, 진정한 경쟁 전략이란 새롭고 차별화된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전략을 실천에 옮겨야 할 주체는 기존 조직이다.

그러나 기존 조직은 생리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조직 DNA를 가지고 있다.

 


결국 CEO가 추구하는 새로운 전략적 목표와, 이를 수용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주체인 기존 조직 체계, 즉 수단 간에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서 CEO는 선택을 해야 한다.

효율적인 전략 실행을 위해 조직 구조를 바꿀 것인가, 아니면 조직 구조의 조정이 가져올

저항과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전략 목표를 수정하거나 포기할 것인가?

과거라면 우리는 후자를 택할 수 있었다.

세계화 이전의 국제 경쟁은 그다지 치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CEO는 전략 목표를 적당히 세우고 조직 구조의 변화보다

안정에 중점을 두고 경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세계화가 진전된 세상은 치열한 국제 경쟁과

높은 불확실성으로 특징 지워진다. 빠른 기술 발전과 혁신이 이를 부추긴다.

이 시대의 기업 경영은 어려움과 위험이 과거보다 구조적으로 더 크다.

이는 CEO에게 조직 구조의 안정보다 전략 목표 달성을 최우선시하도록 상당한 압력으로 다가온다.

사실상, 오늘날 CEO들에게 주어진 선택의 폭은 좁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CEO들은 의욕적인 목표와 전략을 외부에 발표하고

홍보하는 데는 능하지만 고통이 따르는, 실질적인 조직 구조를 변화시키는 일에는 서툴고 굼뜨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문제가 있어도 문제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처럼 조직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전략은 말이 좋아 전략이지, 사실상 전술과 다를 바 없다.

시장 경쟁에서 전술은 기존 조직의 틀 안에서 실천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략은 조직의 구조 변화를 바탕으로 실행되어야 그 효과가 담보된다.

그렇다면, 조직 구조를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하는가?

세 가지 질문을 던져 보라. 우선 '계속 유지하고 강화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라.

이어서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와 '새롭게 도입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라.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이 균형 잡힌 조직 설계로 반영되지 않을 때,

구조 조정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화석(化石)처럼 굳어져 새로운 전략을 제대로 실행할 수 없다.

조직과 기업 문화가 유연해야 새로운 전략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다.

끝으로, 올바른 구조조정은 CEO가 고도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만 성공한다는 점이다.

CEO에게 구조조정이란 일회성의 예외적 문제가 아니다.

'변화 관리'라는 피할 수 없고, 중요한 상시(常時) 경영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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