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건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세상 속에 존재하고 있는 교회가 세상과 다를 바 없는 불의한 행보를 보이거나,
세상 보다도 더 추악한 일을 드러낼 때, 세상으로부터 늘 지탄과 비난을 받아왔다.
이른바 목회자가 돈으로 학위를 샀다거나, 목회 세습이라는 큼지막한 사건이 터지거나,
총회장에 출마하기 위해 거액을 뿌렸다거나, 목회자가 교회 돈을 함부로 유용했다거나,
부흥강사가 다른 종교를 비하하거나 할 때, 교회는 세상의 도마 위에 곧잘 올라왔다.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를 쓴 김두식은 그 원인을
교회 안에 밀고 들어 온 세상의 것들로부터 찾고 있다.
세상의 경영방식과 상명하달식 복종관계, 세상의 성공신화와 출세 방법 등을
무조건적으로 교회가 수용하여 재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모든 교권을 쥐고 있는 목사가 서 있다.
그는 언제나 신성영역의 불가침 존재다.
하나님께서는 다수의 교인들에게도 말씀하시는데도 오직 그 만이
하나님 말씀의 대변자일 뿐이다.
또한 교회에서 부여하는 장로와 권사직도 또 다른 위계질서를 대변하는 자리가 되었다.
이는 예수님께서 모범을 보이셨던 '서로 섬김'의 정신과 삶을
되살려내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사람들은 왜 대형교회, 성공한 교회만 찾을까
김두식은 그 같은 모습들이 '기독교+거시기'에서도 곧잘 드러난다고 한다.
기독교대학, 기독교로펌, 기독교기업, 기독교학술단체 등 기독교와 그 무엇이 결합된
조직과 단체에서 극명하다는 것이다.
기독교란 본래 하향성을 지향하지만, 세상 단체들은 모두 상향성을 지향하기에
그 속에서 갈등과 모순과 불합리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들은 교회에서 만족해 줄 수 없는 부분들을 세상 속에서 채워주고자 설립된
조직과 단체라고 한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것들 역시 세상의 성공과 이윤을 누리는 상향성을
꺾을 수 없기에 세상의 조직과 단체로 회귀해 버리는 일들이 잦다고 말한다.
그것은 교회라고 다르지 않다.
교회는 이미 세상이 추구하는 상향성들을 모두 틀어쥐고 있는 구조다.
교회를 이루고 있는 교인들도 대부분 성공한 교회, 대형교회만을 선호한다.
작은 교회나 뭔가를 실험하는 교회를 찾는 교인은 거의 없다.
언제나 세상의 성공자들만 모일 뿐 실패한 자이거나, 사회적인 소수자들은
들어설 틈조차 보이지 않는다.
"상처를 입어 본 적이 없고, 그래서 남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독교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교회 간판을 단다고 해서 교회가 되는 게 아닙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예수님을 따라가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선 질문을 바꿔 보아야 합니다. "(261쪽)
"교인들 모두 부자가 되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질을 나누어 주자는 메시지는 있었지만,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자는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조금 나눠 주고 나니 더 부자가 되더라는 메시지는 있었지만,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메시지는 부족했습니다."(269쪽)
한국교회가 살 수 있는 길은 개혁 뿐이다
그처럼 이 책은 교회의 교회다움을 상실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이 끝까지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댄 것은 아니다.
어머니처럼 따뜻한 애정과 사랑도 한껏 품어낸다.
이른바 비판을 넘어 올곧은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개혁+실험'을 하는
한국교회가 될 것을 주문한다.
그것은 목사·장로 임기제를 도입하거나 적절한 연령이 되면 조건 없이
장로·권사로 칭하는 호칭제를 실시하는 교회, 사회적 소수자들이 마음 놓고
머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교회, 실직자들이나 사업 실패자들에게 생계비와
사업재기를 도울 수 있는 지원금을 마련해 주는 교회, 집 없는 사람들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는 교회 등 다양한 개혁과 실험을 실천하는 일들이다.
그런 개혁과 실험 정신들이야말로 세상 속에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다하는 교회로,
그것만이 사랑과 섬김의 도를 실천하셨던 예수님처럼 언제나 낮은 지향성을 회복하는
교회로 우뚝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때 한국교회는 교회다움의 진정한 존재 이유와 가치를 세상에 올곧게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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