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 그는 어떤 사람인가?
경쟁자들을 고사시킨 잔인하고 교활한 사업 방식,
의원들과 공무원들을 향한 대대적인 뇌물 공세,
학계와 빈민층에 대한 통 큰 기부,
종교를 생명의 양식으로 믿은 굳건한 신앙심,
손자들에게 보여준 서민적이고 활기찬 모습….
연관이 잘 되지 않는 이런 서로 다른 모습은 모두 미국의 전설적인 사업가
존 D. 록펠러(1839∼1937년)의 얼굴이다.
록펠러는 생전에 언론의 집요한 추적을 받았고, 사후 70년이 지나면서
그를 분석한 책도 여러 차례 나왔으나, 경제사 전문작가 론 처노가 1998년 쓴
전기 '부의 제국 록펠러'(21세기북스 펴냄)는 방대한 자료를 샅샅이 뒤져
록펠러의 민얼굴을 최대한 드러내려 했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저자는 록펠러가(家)의 사적인 역사와 초기 미국 자본주의 경제사를 엮으면서
록펠러의 발자취를 뒤쫓는다.
방탕한 허풍쟁이 약장수인 아버지와 신실하고 엄격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중적인 신호를 읽으며' 자란 록펠러는 혼자 힘으로 사업을 일궜고
스탬더드 오일 트러스트를 조직, 미국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90% 넘게 정유하고 판매했다.
스탠더드 오일은 미 연방법원에서 반트러스트법 위반 판결을 받을 때까지
30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비정상적인 가격경쟁, 정경유착, 산업 스파이 등 부도덕한 전략을 썼다는 비난도 뒤따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학문에 한결같은 관심을 보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개인적으로도 절제와 검소함을 몸소 실천했고 자신의 삶을 외부에 내보이지 않았다.
이 책의 기본적인 관점은 냉혹한 석유재벌, 열성적인 자선가, 신앙심 깊은 침례교도 등
모순된 듯한 그 모든 모습이 록펠러라는 인간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록펠러는 신을 자신의 '동맹'이자 스탠더드 오일의 '명예주주'라고 믿었다.
사업에서 이끌어낸 엄청난 부(富)는 신이 내린 응당한 축복이었고
그 과정에 저지른 허물은 자연스럽게 덮어졌다.
엄청난 규모의 자선과 기부는 선전 목적이 아니라,
'최대한 벌어 최대한 베푸는 일'이 종교적 사명이라는 믿음에서 비롯했다.
'스탠더드 오일 제국'을 건설하듯 '자선 제국'을 세웠다는 것이다.
1890년대 록펠러가 사업에서 물러났을 때 미국인들의 평균 수입은 주당 10달러였는데
1893∼1901년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액수인 2억5천만 달러의 회사 배당금 가운데
4분의 1이 록펠러에게 돌아갔다.
록펠러가 평생 기부한 액수는 5억3천만 달러였다.
'죄악과 고결함이 한데 섞인' 록펠러의 이런 모습은 남북전쟁 후 도금시대로 불릴 만큼
물질주의가 판친 미국 1870년대의 전형적인 성공 모델이었다.
당시 미국에는 자본주의 혁명의 물결이 밀어닥쳤고, 검약과 자수성가,
일중독에 가까운 성실함은 최대의 덕목으로 꼽혔다.
저자는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 록펠러가 남긴 '모순적인 유산'에서
현대 자본주의가 배워야 할 교훈을 일깨운다.
"록펠러는 검약과 자립 등 덕목을 몸소 구현한 인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부를 모욕하고 경쟁자들을 짓밟은 사업자이자
가장 지독한 악덕의 화신이기도 하다.
그의 생애는 지금도 계속되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안진환ㆍ박아람 옮김. 664∼6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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