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락 신앙시 모음
◈ 이원론
종교적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들
우린 무얼 찾고 있는지
헛된 사상들 속에 묻힌
우리들의 영혼
그리고 사랑
그리도 넘쳤던
경배와 찬양
새벽 이슬같던
청년은 다 어디가고
이제는 한낱
쓰레기만 뒹구는 곳
주여 고치소서
◈ 그는 하나님
아무도 흉내 못낼
의사 한분이 계셨으니
그는 하나님
세상 사람들
나를 못 고쳐도
능히 치유하시는
그는 하나님
◈ 기도 여행
오늘도
산을 넘고
들을 지나
바다를 건너
죽이고 살리고
통일의 그날까지
가 보았다
◈ 이젠 우리가
주여
제발 속히 오셔서
이 더러운 땅을
말끔히 씻어 주소서.
천사들을 빗자루로 쓰시되
저희를 넝마주이로 쓰셔서
많은 영혼을 건져내게 하소서
우리 발을
씻기러 오신 예수님
이젠 우리가
당신의 발을 씻기렵니다
◈ NEW AGE
다윗의 수금이
땅으로 떨어졌다
사람들이 짓밟는다.
잃어버렸다
귀에 들리는 다윗,
아니 예수님의 울음소리
지옥의 똥물에서 건져낸
수금에 전깃줄이 감기면서
너도 나도 아침마다
새것 찾기 운동을 한다.
옆집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두 손을 모으고
똥줄이 당기도록 힘을 뺀다
자신이 곧 하나님이다
그들에겐 죽음이 없다
◈ OLD AGE
정말 편하다
생각 없이 사는 건
신세대 운동이고 뭐고
우리는 달밤 체조나 하겠다.
옆집 아이가 죽건 말건
지옥에 끌려가건 상관 않는다.
나만 잘되면 그만!
맨날 중용(中庸)만 찾는다.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텔레스가 지 할아버지란다.
◈ 할 수 없다
빈주먹을 뻗어도
하늘에 닿을 수 없다
맨발로 땅을 박차도
땅 끝에 이를 수 없다
거지들을 먹여도
천국에 이를 수 없다
성경을 많이 읽어도
구원을 받을 수 없다
오직 버리지 않으면
그를 만날 수 없다
◈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버스를 놓쳤다고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분에 가득 찼다고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기도마저 막힌다고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억울하다고 느끼세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누구를 미워하려고 한다고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이젠 끝이라고 생각하시려고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나의 힘으로는 안 된다고 하시려고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하나님이 예비해 놓으신 치료법입니다.
◈ 내가 깨달은 물리
예수님에 관하여
사랑을 적분합니다.
기도가 나왔습니다.
감사에 관하여
노래를 적분합니다.
찬양이 나왔습니다.
사탄에 관하여
교만을 적분합니다.
미움이 나왔습니다.
사탄에 관하여
미움을 적분합니다.
지옥이 나왔습니다.
말씀에 관하여
우주를 적분합니다.
하나님이 나왔습니다.
◈ 하나님의 뜻을 찾아
여기는 드넓은 지뢰밭
가물가물
밭 여기저기에
하나님의 뜻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는 군요
조심하세요
자칫 밟으면 펑!
산산이 부서져버립니다
기도하세요
지뢰를 밟지 않으려면요
눈을 밝게 해달라고요
말씀을 상고하세요
넘어지지 않게요
넘어지면 큰일납니다
사방에 빽빽이
지뢰가 묻혀있거든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건너야 되요
앞서갔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당신이 도착한 곳은
여전히 거기일 뿐입니다.
어쩌면 바로 그 자리에도
지뢰가 있을지 모릅니다
펑!
◈ 말씀에는 마침표가 없습니다
성경을 일독 하셨다고요?
대단하십니다
기분 째지겠군요
무엇을 느끼셨나요
전 아직
일독도 못했어요
그러나 느껴요
말씀에는
마침표가 없습니다
◈ 말씀은 주장하는 것입니다
말씀은 무언가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 확고히
주장하는 것입니다
◈ 고쳐주세요
전 아직도
깨진 그릇인가 봅니다
담으면 새어버리잖아요
미안해요 아빠
하지만 절 고쳐주세요
당신의 것을 담기에
부족함 없는 그릇으로
가장 자리를 높여주세요
접시가 되긴 싫어요
항상 포용력 있게
정금보다 더 좋은
지혜를 담아주세요
사랑을 담아주세요
용서의 사랑
권면의 사랑
예수님의 그 사랑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감싸주신 그분의 사랑
◈ 제자들1
이 봐 뭐하는 거야
왁자지껄한 유대인의
잡아먹을 듯한 눈초리가 보이기 전에
빨리 대충 걸치고 신발 끈을 매라구
예수 똘만이들은 모두 죽이라는
총독부의 계엄령이 내려졌다는군
우리도 십자가에 달리면 어떻하나
우리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나
난 아직 장가도 가지 않았는걸
아이 자네 참 답답하네
대충 꿰고 빨리 일어서
그깟 닭 울음 세 번에
넋을 잃은 베드로 형은
내버려 둬
자네 자꾸 이러면
나 혼자 가네
◈ 제자들2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몸 둘 곳이 없었던
버림받은 어린양
그분이 유언을 하실 때
그저 좋은 얘기로 들었던
병신 같은 우리는
이미 알 수 없는
공포에 멱살을 잡혀
어둠속으로 끌려갔는걸
우린 그를
철저히 배신했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우릴 포기하지 않으셨네
지금도
◈ 소리
비에 젖어 무거운 몸을
가누지 못해 추락하는
벚꽃의 비명 소리
생선 하나 팔아보겠다고
팔 걷어 부치고 머리를 풀어헤친
아줌마의 째지는 소리
쪼잔하게 1문제 보겠다고
굴리는 눈망울의 거친 쇳소리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이젠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체념하는 한 영혼의 머리위에
날개 접는 검은 소리
개 짖는 소리
흐느끼는 소리
미쳐가는 소리
찢어지는 소리
투덜대는 소리
부서지는 소리
창조전의 무질서를 무색케 하는
그 잡다한 소리의 가장 밑바닥에서
무겁게 홀로 떠받치고 계시는
하나님의 침묵 소리
◈ 어디서 오는 것일까?
꼬이고 꼬인 갈등 속을 걷다
넘어져 까진 무릎
나를 바라보는 긍휼의 눈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잇따른 검은 검사의 궤변에
고개 숙여 버리고 싶을 때
참 증인이 되어주시는 현명한 분
어디서 오는 것일까?
주체할 수 없는 입을 꿰매버리고
귀머거리로 살고 싶을 때
날 가만있게 하지 않는 조용한 속삭임
어디서 오는 것일까?
후들거리는 다리를 잘라버리고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때
나를 부축하는 억센 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미쳐버린 사랑을 느끼고
나 자신을 폭파하려 할 때
뇌관을 제거하는 세심한 손길
어디서 오는 것일까?
◈ 자책
전 검은 페인트를 갖고 있어요
언제든 칠할 준비가 되어있지요
보셔요. 여기 솔도 있잖아요
자 어서 경쟁해봐요
당신께서 하얀색을 칠하면
저는 뒤따라가며
검은색으로 칠 할거에요
지쳤죠?
어서 그만두세요
소용없어요
어떤 아저씨가 절 후원하거든요
날마다 눈만 뜨면 웃으며 날 반겨요
저에겐 무한한 양의
검은 페인트가 있어요
소용없을 거에요
◈ 가시관
까닭 없이 눈물이 흐른다
십자가의 낭만은
이제 나의 머리에
커다란 가시관이 되었다
평정을 잃을 때마다
찔려 아프다
모든 것을 내던져 버리고
눕고 싶을 때는
머리를 파고든다.
그의 도움을 얻어
박혀있는 가시를
하나씩 뽑다보면
그 자국은 어느새
노래가 되었다
◈ 내가 부를 마지막 노래
사람들은 오늘도
검은 콩나물을
씹고 있네
다윗의 울음도 그쳤네
이젠 슬픔을 짜낼 힘도 없어
모든 것을 세탁기에 집어넣네
수건, 걸레, 빤스, 양말
모두 함께 넣네
이곳은 어디인가
보아도 보지 못할 것과
들어도 듣지 못할 것이
느껴도 알지 못할 것을
살아도 살지 못한다네.
그러나 이곳에
내가 부를 마지막 노래있네
곧 그의 찬송
◈ 숨바꼭질
보일 듯 말듯
잡았다 싶으면
이미 다른 곳에 계시는 분
주저앉아서 잉잉 울면
그제야 살며시 다가와
날 술래로 만드시는 분
오늘도 잡혔다
◈ 이런 사랑이 되게 하여 주소서
진실만을 말하는 그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함께 성장하는 그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나를 낮추는 사랑이고 싶습니다.
나보다는 그를 위하는 그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조건 없이 주는 사랑이고 싶습니다.
더욱 각자의 일에 열심히 임하는 그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손을 잡고 당신께 더욱 가까워지는 그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칠해 가는 변치 않는 사랑이고 싶습니다.
주님의 그 사랑을 닮기 원합니다.
나를 인정하고 감싸주신 유일하신 그 사랑을 닮기 원합니다.
이렇듯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감싸주는 사랑이고 싶습니다.
세상의 부패를 막는 하얀 소금 같은 사랑이고 싶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비록 짧을 지라도,
소나기처럼 잠깐 내리는 사랑이 아니라
당신이 우리의 인간적 관계를 갈라놓을 그 때,
더욱 아름다운 사랑으로 이루어지고 싶습니다.
이런 사랑이 되게 하여주소서.
◈ 이런 것이 좋다
미칠 정도로 예쁜 불신녀(不信女)보다
밑질 정도로 예쁜 주의 지체가 좋다
돈을 맞아 가며 인간들 비위 맞추는 설교보다
돌을 맞아 가며 하나님 비위 맞추는 설교가 좋다
육을 살찌게 할 순간의 밥 한 끼보다
영을 살찌게 할 영원한 말씀 한 절이 좋다
잠시 타다 꺼져 버릴 육신의 사랑보다
밤새 타도 켜져 있을 하나님의 사랑이 좋다
이런 것이 좋다
◈ 교만
나는 하나님의 마차를 끄는 「말」입니다
그분은 내가 없으면 아무데도 못 가요
얼마나 저에게 쩔쩔매시는 데요
달라는 대로 다 주신 답니다
전 채찍에도 끄떡없어요
너무 맞아서 이젠 아무 느낌도 안나요
전 뵈는 게 없어요
눈이 가려졌거든요
덤비지 마세요
뒷발로 차 버릴 거예요
제가 한번만 앙탈을 부리면 끝장이에요
그분은 내가 안 움직이면 아무데도 못 가요
히히힝~
◈ 하나님의 사랑 3
실연을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하나님의 그 사랑을 알 수 없어요
우리의 배반에 흘리신 그분의 눈물은
바닷물보다 짜답니다
호두 껍질보다 단단한
우리의 맘을 절입니다
◈ 하나님 2
하나님은
모든 큰 것(大) 위에
홀로(一) 계신 분(天) 입니다.
◈ 비극입니다
배우 없는 연극
비극입니다
사랑 없는 결혼
감옥입니다
수고 없는 성공
구름입니다
예수 없는 삶
죽음입니다
◈ 자유하네 2
아무도 간섭하지 않아도
느낄 수 없는
자유가 있습니다
숙제가 없어도,
시험이 없어도
느낄 수 없는
자유가 있습니다
뜨시게 배 채우고
쫘악 빼 입어도
느낄 수 없는
자유가 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에도
느낄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고문을 받으면서도
느낄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감옥에서도
느낄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바로 진리입니다
◈ 한여름 밤의 갈증
그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건 며칠 후였습니다
그는 타는 듯한
한밤중의 목마름에
그만 생명의 잔
바로 옆에 놓인
죽음의 잔을
마셨나 봅니다
자, 어서
손을 내밀어
남은 자들에게
생명의 잔을 쥐어 주세요
바로 지금
해야 합니다
◈ 한 패
사탄과 한 패가 되어 말할 때는
죄의 열매가 익어 갑니다
예수님과 한 패가 되어 말할 때는
성령의 열매가 익어 갑니다
사탄과 한 패가 되어 싸울 때는
그 녀석은 엉뚱하게도
저의 발을 걸고 도망갑니다
예수님과 한 패가 되어 싸울 때는
저 대신 먼저 나가셔서
모조리 무찌르십니다
사탄과 한 패가 되어 먹을 때는
너만 챙겨 먹으라고 합니다
예수님과 한 패가 되어 먹을 때는
먼저 남을 먹여 주라고 하십니다
사탄과 한 패가 되어 사랑할 때는
손잡고 입부터 맞추라고 합니다
예수님과 한 패가 되어 사랑할 때는
날마다 그를 위해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 하나님 3
그는 약속의 하나님
사람들은 우리의 약속을 잊어도
그는 분명히 지키십니다
그는 치료의 하나님
의사도 모르는 부분을 아시니
그는 분명히 고치십니다
그는 용서의 하나님
숨기지 않고 남 몰래 고백하면
그는 분명히 용서하십니다
그는 사랑의 하나님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 듯해도
그는 분명히 사랑하십니다
그는 질투의 하나님
우리가 더 사랑하는 것이 있으면
그는 분명히 질투하십니다
그는 구원의 하나님
우리의 맘속에 믿음이 있다면
그는 분명히 구원하십니다
◈ 보석함
제겐 대대로 물려받은 아주 값진 보석함이 있어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누가 볼까 꼭꼭 숨겨 놓았습니다
어느 날, 아주 귀한 손님이 찾아오셨어요
어떻게 알았는지, 그것을 보여 달라고 하네요
한참을 망설였어요
하지만 믿음직한 그에게 넘어가
결국 내어 주고 말았죠
자꾸 속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침내 뚜껑이 열렸습니다
아아 이게 웬일입니까
속에는 걸레, 깡통, 썩어 가는 토마토 등
온갖 쓰레기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로 이런 것을 아꼈는지 모릅니다
겉모습이 좋아서 속은 보려고도 하지 않았지요
그는 빙긋 웃으며 자기가 메고 온 자루에
그것들을 죄다 담았습니다
갈보리라는 쓰레기 처리장에 홀로 올라
남김없이 모두 태웠습니다.
그 이후로 나의 보석함은
이 세상에선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진짜 보석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씩 친구들의 보석함을 바라봅니다
그 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었을까요?
◈ 주는 것과 받는 것
주는 것은 받는 것입니다
받는 것은 주는 것입니다
얻는 것은 잃는 것입니다
잃는 것은 얻는 것입니다
생명을 주면 죽을 것입니다
죽음을 얻으면 살 것입니다
나의 평범한 것을 줌으로 인해
그의 소중한 것을 선물 받습니다
◈ 시인에게는 1
개미가 죽어도
시인에게는
코끼리가 죽습니다
환절기의 감기도
시인에게는
죽을병입니다
하룻밤의 잠도
시인에게는
끔찍한 죽음입니다
단순한 십자가도
시인에게는
피의 형틀입니다
짓눌린 바퀴벌레도
시인에게는
그저 아름답습니다
싸구려 선물도
시인에게는
커다란 빚입니다
친구의 죽음도
시인에게는
새로운 생명입니다
단순한 기도도
시인에게는
목숨 건 사랑입니다
◈ 말씀 1
아침에 눈을 열면
이슬 머금은 밭에서
남 몰래 따오신
나의 주님의 신선한 표현
그분과 마주하는 밥상에
반찬은 하나 없어도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맛있는 그분의 요리
굴러 오는 커다란
시간의 바위에 쫓겨
밥을 굶고 가는 날이 있으면
어김없이 도시락을 들고
따라오시며 챙겨 주시네
한 여름에
밥맛없다 투정하고
길바닥에 널려 있는
더위 주워 먹어
쓰라린 창자를 거머쥐고
고무줄놀이하면
강제로 먹이시는 것은
익모초의 쓴 즙이다
가끔씩
검게 탄 밥을 먹고 배탈이 나서
하루 종일 굶어
해쓱해진 얼굴로 들어오면
그분의 요리는 미음이 된다
◈ 말씀 2
교회 옆 담장을 지나네
보지 못했던 모래 이끼
오늘은 보이네
성경 속 모래밭 헤집네
보지 못했던 주의 바늘
오늘은 보이네
수박 속 씨앗을 깨무네
맛보지 못했던 씨의 향기
오늘은 맛보네
성경 속 깨알을 깨무네
맛보지 못했던 주의 향기
오늘은 맛보네
◈ 내가 개만도 못한 이유
아무 아는 것 없어
침을 질질 흘리던 개도
먹이만 가끔씩 던져 주면
죽도록 충성하건만
너무 아는 것 많아
신트림만 꿀꺽 삼키던 너는
끊임없는 하나님 응답에도
죽도록 배반한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못 먹을 것 널려 있지만
제가 싸 놓은 것 외엔
똥개는 먹지 않거늘
목이 터져라 부르짖어도
먹어야 할 거룩한 양식 많지만
남이 싸 놓은 것만
주워 먹는 너는
개만도 못한 놈이다
◈ 기도 3
나 당신을 기다려
눈물로 밤을 맞습니다
나그네 길의 설움과
거친 광야의 폭염은
내일도 어김없이
나를 찾겠지요
때로는 동행을 찾아
노자를 털어 물색하지만
벼룩의 간까지 꺼내 가는
이 무시무시한 광야는
그 사랑마저
배 가르고 앗아갑니다
저를 이끌어 주세요
다리가 물처럼 녹아
질질 끌려가는 한이 있어도
무릎이 벗겨져
붉은 피범벅이 되어도
에덴의 알몸 가리개가
걸레 조각이 되어도
뼈와 가죽만 남은
나의 손을
부디, 부디 놓지 말아 주세요
◈ 선악과
하와가 속기 전에는
선악과 아니었으나
하와가 속은 후에는
선악과 되었다네
아담이 먹기 전에는
벌거숭이 아니었으나
아담이 먹은 후에는
벌거숭이 되었다네
하나님 알기 전에는
죄가 아니었으나
하나님 만난 후에는
죄가 되었다네
◈ 철창
난 교도소에서 태어났다.
내 죄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여기서 죽어야만 한다는 것이
억울할 뿐이었다.
옆방에서 숟가락으로 구멍 파던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굴이 개통되는 날
쥐꼬리와 바퀴벌레에
이끼 주스 정찬이 제공되는
자축연에서 내게 말했다
“바위도 십년 보면
구멍이 뚫리는 벱이여”
자유로의 출발
환한 얼굴로
그는 나갔지만
비명과 함께 들어온
구멍 밖의 냄새는
어둠이었다.
소망이 끊어진 난
점점 미쳐 가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의 사면을 위해
죽어 주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다.
다만 미친놈처럼 좋아했다.
‘이젠 나도 한몫 잡아
멋지게 사는 거야’
자유로운 자유가
주어졌다고 느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차라리 철창 없는 감옥이었다.
하루 종일 감시자가 따라다녔다.
욕을 제대로 할 수 있나
돌을 맘껏 던질 수 있나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정말 미칠 일이었다
많은 흉악범들이
뱃속에 칼을 품고
거릴 활보했으나
그는 유독
나만을 주시했다
그는 바로
하나님
◈ 이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좋은 것들을 베푼다.
사람들은 이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주고 주어도 줄 것이 남아
행복한 눈물을 맛본다.
나는 이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그는 흉악한 사형수들의 죄를 사하려
아들을 보내어 죽임을 당하게 했다.
하나님은 이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우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해
오히려 기도하라고 하신다.
예수님은 이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 부활 그리고 재림
겁쟁이, 비겁자, 위선자
빌라도가 손 담근 물은
나의 창자 속 어디서 맴돌고 있나
구역질이 난다.
무덤을 지키던 병사들의
거짓말은 돈에 묻어
지금까지 돌고 돌고
인자를 팔아 치운
은돈 30개는
피밭에 묻히고
그 피 묻고 때 묻은 돈에
사람들은 목숨을 판다.
마리아의 감격의 눈물은
이미 마른지 오래다.
이제는 눈물마저도
돈으로 얻는 시대다.
이 모든 메마름과
뒤틀림을 고치려
그가 다시 올 것이다.
◈ 삶과 죽음 1
아침에 일어나 길을 걷는다.
싸아한 아침 안개가 나를 감싼다.
도시의 매캐한 연기는 이곳에 없다.
어딘가에서 터져 나오는 나무, 풀의 향기가
나의 콧속으로 스며든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혀가 잘린 진돗개는 도통 말이 없다.
베드로를 울게 했던 닭모가지는 이미 비틀어졌다.
나를 울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이 안개는 다시 걷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
단두대처럼 나의 앞에 놓여진다.
안개가 걷히는 듯 하더니 곧 죽음이 찾아왔다.
다시 생을 기약한다.
오늘의 죽음이 있기에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음을
◈ 삶과 죽음 2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에게
수많은 일을
맡겨 놓고 죽었다.
사망신고를 할 시간조차
남기지 않고 떠나 버렸다
수많은 주검 앞에 섰다.
아직 잠들어 있는 사람들의
시체를 주무른다.
일어나라.
더 미워해야 하고
더 사랑해야 하고
더 슬퍼해야 하며
더 기뻐해야 한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에게
수많은 가능성을
남겨 놓고 죽고 싶다.
내일의 하나님에게
출생 신고만을 하도록
◈ 믿음
믿음 없이는 그를 기쁘시게 못하나니
너의 믿음으로 찬미하여라
믿음 없이는 예수님 닮지 못하나니
너의 믿음으로 주를 따라가라
믿음 없이는 산을 움직이지 못하나니
너의 믿음으로 그를 감동하여라
믿음 없이는 천국을 보지 못하나니
너의 믿음으로 열쇠를 받아라
믿음 없이는 용서하지 못하나니
너의 믿음으로 모두 사하여라
믿음 없이는 사랑하지 못하나니
너의 믿음으로 원수를 사랑하라
◈ 절망 2
화약 냄새 가득한 벌판에
울부짖는 검은 새들과
전의를 상실한 패잔병
하늘은 피로 물들고
해와 달도 피로
모래도 발갛게 물든다
적막을 깨는 총성
죽은 고깃덩어리
들뜨게 한다
그가 엎드렸다
왜 그랬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다만 엎드릴 뿐이었다
어둠이 다가온다
강력한 화기를 들고
오만한 그가 다가온다
맞은편에는
상상할 수 없는
힘으로 농축된
빛이 다가온다
끔찍한 적막에 질려
함부로 입을 열 수도 없었다
마지막 전쟁은 시작됐다
승자도 패자도
구분할 수 없는
병사는
다만 엎드릴 뿐이었다
◈ 하나님 4
그는 너무 침묵하셔서
죽어 있는 듯해요
나 헐벗고 시험 당할 때도
손 하나 까딱하시지 않았어요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데려가셨어요
원망도 많이 했죠
버림받은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는 항상
나와 함께 계셨어요
그가 한 말씀만 하면
땅과 바다가 흔들리고
해도 멈춰 버립니다
입만 살아 있는 나는
그의 오래 참음에
무릎을 꿇지요
감사하지 않고는
조금도 견딜 수 없어요
◈ 하나님의 사랑 4
자동 펌프로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이 있습니다.
현대식 공법으로 지은 댐도
무너뜨리는 강이 있습니다.
배를 타고도 건널 수 없는
바다가 있습니다.
우산으로도 피할 수 없는
비가 있습니다.
원자폭탄으로도 말릴 수 없는
태풍이 있습니다.
죽음으로 나타낼 수밖에 없었던
사랑이 있습니다.
◈ 말씀 3
주의 말씀은 내게 힘이 됩니다.
당신이 창세와 더불어 출제하신
삶의 많은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고 분주히 다니다가
힘을 잃은 다리를 느낄 때
제게 방법을 슬쩍 일러주십니다.
주의 말씀은 내게 위로됩니다.
주어진 모든 사랑이 의심되고
친구마저 나를 이해하지 못할 때
칼과 총을 들고 다가오는 고독감은
주의 말씀 앞에 무기력합니다.
주의 말씀은 내게 지혜 됩니다.
나의 작은 머리로 반도 이해 못할
세상의 학문이 힘에 겹습니다.
그러나 만물을 창출한 씨앗을
그 속에서 발견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으쓱합니다.
주의 말씀은 내게 빛이 됩니다.
앞길이 캄캄하고
등불의 기름마저 말라 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불이 있었습니다.
주의 말씀이 어둔 길을 밝히십니다.
주의 말씀은 내게 사랑이십니다.
두 귀로 똑똑히 듣지는 못하였으나
두 눈에 아무 증거 들어오지 않으나
곤고한 인간의 육신을 입고
천한 종으로 내려오시어
죽음으로 나를 되찾으셨으니
주는 나를 사랑하십니다.
주의 말씀은 내게 완전합니다.
모든 예언이 주 뜻대로 이루어지며
그 짝이 하나도 빠진 것이 없고
지각과 능력의 뼈 없는 말씀이 없으니
당신은 진정 말씀이십니다.
◈ 제자들 3
예수 왕정의 재무 장관을 꿈꾸던 요한은
아직 밧모섬에 가지 않았다.
연보 궤의 동전 몇 푼 빼돌리던 유다는
머리를 긁고 있다.
은돈 30이 너무 적단다.
선생의 부활을 의심하던 도마는
아직 예수님의 구멍 난 옆구리에
손을 넣어 보지도 않았다.
나의 사랑, 주님이 더 잘 아신다던 베드로는
아직도 십자가에 달리지 않았다.
◈ 내가 어릴 때
나는 어디서 왔으며
여기는 도대체 어디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엄마보다 커다란 몸집이
당신의 뱃속에서 나왔다니
믿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뱃속에 엄청난 것들을
담고 다니는 인간이
지렁이보다 못한
단세포 생물에서 나왔다는 건
개 짖는 소리보다 껄끄러웠어
교실에 나직이 깔리는
세계사 선생의 목소리에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없었어
사람들은 쉴 새 없이
뭔가를 얻고 쟁취하기 위해
엔진을 수시로 갈아치웠어
빠른 차가 대형 사고를 내듯이
그들은 종종 사고를 쳤지
천년이라도 살자고 약속해 놓고는
사소한 말다툼에 이혼하고
학생들의 닳아진 지문은
미래의 안락한 생활의
증명서가 된대
그렇게 살아봐야 뭐해
기껏해야 60년
많아야 70년
그 이후는 뭐지
너는 어디서 왔으며
거기는 도대체 어디며
어디로 가고 있는 거니
◈ 말조심
그는 듣고 있었어요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무심코 던진 한마디
투덜대는 작은 소리
모두 듣고 있었어요
하물며
우리의 고함과
잡담과 험담은
얼마나 크게 들릴까요
그의 침묵을 감사하세요
그가 발언을 시작하시면
우리는 죄다 죽은 듯이
아무것도 못할 거예요
혼자 있어도
함부로 말못해요
그가 항상 들으시니
◈ 이별
셋집 살림 눈치에
애써 달래려 해도
눈물샘이 마르지 않는
눈치 안 뜬 아기
하지만
오늘 밤
애굽 병사들의 발꿈치에는
죽음의 냄새가 묻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는
또 울기 시작했다.
부엉이도 울지 않아
더 캄캄한 밤을 뚫고
병사들의 발길질에
구멍 난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아아, 내가 살기 위해
이젠 아기를 버려야 하네
아아, 네가 살기 위해
이젠 아기를 죽여야 하네
돌아오지 않을 강에 나가
바구니를 띄우네
강포에 적신 눈물,
오뚝이의 굳은 웃음,
바구니 가득한 울음을
함께 띄우네
부디 부잣집 내외를 만나
잘 살아 다오
나의 사랑 아가야
◈ 신앙고백
나의 참회의 눈물은
꽃병 깨 먹은 벙어리의
손의 얘기입니다.
나의 말없는 기도는
승낙을 받음이 아닌
전적인 의뢰입니다.
나의 기쁜 감사는
돈으로 갚을 수 없어
드리는 답례입니다.
나의 낮은 찬양은
주 앞의 향기로운
붉은 연기입니다.
나의 작은 믿음은
불화살이 오가는 전장의
유일한 방패가 됩니다.
◈ 삶이란 뭔가?
바쁜 세상이라며
모두들 말을 타고 가네
꽃이 우거진 동산은 얼른 지나치고
뾰족한 바위산을 향해 치닫네
길가에 미소 짓는 작은 들풀과
떼 지어 걸어 다니는 참새들은
안중에도 없다네
요란한 말발굽에 밟히는
삶의 의미,
진솔한 웃음,
나누는 사랑
자네는 아는가
어떻게 가든지
도착하는 곳은
어디인지
우린 지금
거룩한 재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을
변호사도 없이
피고인석에
홀로 서야 하는 것을
자, 말에서 내리게
가끔씩 낯설은 사람과
팔짱도 끼며 걸어 보세
지나는 강아지
애꿎은 배때기도
걷어 차보고
곤드레만드레
흙바닥에 드러누워
낮잠도 자 보는 거야
◈ 예수
사람들 마음에
믿음 식을 줄 아시고,
성령 받으라 하시네
사람들 마음에
진실 식을 줄 아시고,
거룩하라 하시네
사람들 마음에
감사 식을 줄 아시고,
겸손하라 하시네
사람들 마음에
사랑 식을 줄 아시고,
기도하라 하시네
◈ 오직 인간 뿐
자연(自然)을
타연(他然)으로 만드는 피조물
오직 인간 뿐
언어로 생명을
무참히 짓밟는 피조물
오직 인간 뿐
엄청난 뱃속에
칼을 잘도 품고 다니는 피조물
오직 인간 뿐
뵈잖는 마음으로 살인하고도
위로 받고 싶어하는 피조물
오직 인간 뿐
◈ 이럴 땐
무료할 땐 시를 씁니다.
혼자도 들어가기 벅찬
좁은 정원을
정성껏 가꾸노라면
무의미의 곰팡이는
더 이상 핀 곳이 없습니다.
기쁠 땐 노래를 합니다.
옷도 입히지 못한 음들을
무표정한 사람들에게 들켜도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우울할 땐 기도를 합니다.
현대 물리학으로도 분석 못할
나의 맘을 알아주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십니다
초조할 땐 입을 다뭅니다.
사람들에게 익지 못한 말들을 먹여
체하게 하느니
내가 소화시키고 말겠습니다.
바쁠 땐 성경을 봅니다.
비록 1장밖에 안되지만
천지창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느긋할 땐 편지를 씁니다.
다음 역에 서 있을 테니
낚아채 가십시오.
말 타고 가는 사람들,
답장 없을 것을 알고도
마냥 좋습니다.
◈ 이렇게 하세요
당신의 얼굴이
별로 예쁘지 않다구요?
예쁜 마음 가꾸어요
당신의 키가
너무 작은 듯하다구요?
영의 성장 이뤄가요
당신의 지혜가
형편없다고 느끼세요?
主의 지혜 구하세요
당신의 걷는 길이
죽음으로 이르나요?
예수님을 영접하세요
당신의 마음이
미움으로 끓어오르나요?
성령님으로 거듭나세요
당신의 미래가
불안으로 가득하나요?
하나님을 믿으세요
◈ 희망 2
수년 동안 준비한 노력이
단 하루만에
대입 시험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어린 생명도 하루만에
옥상에서 떨어집니다.
잠 못 자는 약을 먹고
밤새워 가며 공부했지만
취직 시험에 낙방하였습니다.
이젠 잠자는 약을 먹고
영원한 잠을 자고만 싶습니다.
사랑이 부화될 믿음을 갖고
오래도록 품어 왔지만
품에서 꺼내 보니
어느새 깨져 있었습니다.
홧김에 남은 알들을
몽땅 깨뜨리고 싶습니다.
마법사가 지어 준
당신의 작은 성에
많은 사람이 들렀지만
자정이 지난 파티장엔
허름한 거지 옷을 걸친
당신뿐입니다.
하지만 이제
미완성된 절망의 그림은
싸게 팔아 버리고
언제나 우리 옆에
숨소리도 없이 잔잔히 숨어 계신
하나님을 그리십시오.
분명히,
분명히 그릴 수 있을 겁니다.
◈ 기도 4
당신뿐입니다
미칠 정도로 외롭게
모르는 사람뿐인 이곳에
지도 한 권만 주시며
내려놓으신 것도
차바퀴 밑의 개미만도 못한
이 가련한 인생에게
이렇게 처절한 고통과 짐을
지우시는 것도
나를 사랑한다 믿었던 친구
예수 없인 못살아도 나 없인 산다며
곪은 상처에 소금 뿌려 놓고 걱정해 줄 때
눈물조차 얻지 못해 침을 찍어 바르고
배신의 독배를 미친 듯이 마시던
나를 안아 주신 것도
가진 것도 없어 받기만을 바라던
맘씨도 몹씨 추했던 나를
조건 없는 사랑에 물들게 하시어
나를 찢는 원수에게도 좀더 주지 못함에
아프게 만드는 것도
펄펄 끓는 교만에
멋도 모르고 집어넣으려던
내 작은 손을 붙드시고
혹시나도 다시 넣을까
그 상한 손으로 냄비를
친히 치워 주시는 것도
내 작은 방에 오셔서
겸손에 겸손을 겹쳐도 푹신해지지 않는
부끄러운 나의 자리에
말없이 기쁘게 앉아 주시는 것도
당신뿐입니다
◈ 주 여호와여 주께서 아시나이다
폐허 속에서 소리가 들려왔네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알 수 없었네
두개골에 꿰인 뱀이
나의 차가운 뺨을 핥고도
단번에 집어 삼키지 못하여
미친 듯이 울어댔었지
뼈에 붙은 살점마저 없어
건드리기를 포기한
독수리의 날카롭던 눈살은
이미 나를 향하고 있었지
겁먹는 것마저 질려버린
나의 입에서 방울지는 건
주 여호와여 주께서 아시나이다
◈ 진실이라는 이름의 먹물
오늘은 조용하다.
잡다한 언어들이
비명도 없이 내던져진
수채 구멍 속에도
어김없이 햇볕은 들었다.
내일은 시끄럽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이 하얀 세상에
먹칠을 해야겠다.
◈ 겸손의 얼굴을 가진 교만
난 아무 것도 못해요
전 능력이 없어서
이것 밖에 못하겠어요
제가 한게 뭐 있나요
그렇게 말하신다면 고맙죠
◈ 그대 불행하군요
그대 쭈그리며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사람 하나 없네요
그대 행복하군요
그대 마른손 거절하던 편지통에
오늘을 웃으며 반기던 편지있네요
그대 행복하군요
그대 시기심 식혀 줄 성적표에
눈물 짜릿한 A학점 많네요
그대 행복하군요
그대 주린 배 뜨겁게 채울
작은 호주머니의 지폐 몇 장 있네요
그대 행복하군요
그대 지친 몸 편히 잠들
즐거운 안식의 가정 있네요
그대 행복하군요
그대 누군가의 찢긴 마음 싸매줄
헝겊 조각만한 사랑도 없군요
그대 불행하군요
◈ 약하나 강하니
부족한 우리 입, 복음 담게 될 때
완전한 하나님, 성령으로 역사하시리
연약한 우리, 주님 손 놓지만
강건한 하나님, 우릴 결코 놓지 않으리
사악한 우리, 범죄하기 쉬우나
거룩한 하나님, 믿음대로 정결케 하시리
◈ 상흔
도려내 주소서
회복이 가당치 않은
부끄러운 죄의 자욱
음녀가 핥고 간 이 자리엔
개의 침이 흥건하오니
이대로 놓아두심은
참으로 잔인한 형벌입니다.
主여,
회개의 의지 상실한
이 패역한 상흔
주의 검으로
도려내 주소서.
◈ 상흔 2
그들의 뻥 뚫린 가슴 너머
작열하는 회색 태양이 눈부시다.
칭얼대는 고통을 돌아볼 여유 없어
실망이 던진 독화살 등에 꽃은 채로
잡으면 곧 달아날 부귀영화를 좇아 살지.
죄다 팔아야 안식으로 돌아갈
상해버린 두부 자루를 들고
어둔 밤거리를 미친 듯이 헤매다,
등불 들고 오던 이에게 슬피 지우고는
해방되었다며 기뻐하지.
그러나
풀려나지 못한 난폭한 아픔의 절규는
은근히 잔인한 시간의 굉음에 묻힐 뿐.
다만 묻힐 뿐.
◈ 의인
결국 자신 밖에 위할 줄 모르는
단순한 인간의 맘을 가지려
사람들은 그처럼 헛되이
자신을 투자하였나 보다.
누가 절대자의 마음 얻으려나
누가 절대자의 사랑 받으려나
의인은 없되 하나도 없으니
나도 의인이 아니며
너도 의인이 아니다.
최후의 형장까지도
주먹 만한 돌을 숨겨오던
살기(殺氣) 충만한 우리를
의의 회중에 모으시려
그가 우리 대신 죽었었네
그의 공로 믿지 않는 자여
그대는 악인이어라.
그의 공로 믿는 자여
그대는 의인이어라.
◈ 인간유감
여자여 그대 가진 것
구두 뒤축만큼 높은
자존심뿐이어라
남자여 그대 가진 것
그대 목소리만큼 커다란
자만심뿐이어라
늙은이여 그대 가진 것
칼 같은 공의에도 꺾이지 않는
곧은 목뿐이어라
어린이여 그대 가진 것
하나님 거하실 넓고 아름다운
진실한 마음뿐이어라
◈ 소망 없다 할 때에
소망 없다 할 때에
너 아끼던 꺼진 촛불 버리고
말씀의 등불 들어봐
소망 없다 할 때에
사악한 인간을 정결케 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해
소망 없다 할 때에
널 위해 십자가 절망 이기신
주 예수를 기억해
소망 없다 할 때에
언제나 널 위해 기도하시는
성령님을 생각해
◈ 속임수
무엇보다 돈을 얻으며 명예를 얻으라
내 입의 말을 잊지 말며 어기지 말라
자존심을 버리지 말라 그가 너를 보호하리라
그를 사랑하라 그가 쓰디 쓴 충고에서 너를 지키리라
뉘우치지 말라 뉘우침의 불명예는 영원하리라
성공이 제일이니 성공을 얻으라
성공을 위해서는 사랑도 버려야 하느니라
무릇 너의 모든 것을 바쳐 성공을 얻을 지니라
무슨 수를 써서든 학점을 높이라
그리하면 그가 너를 높이 들리라
만일 그를 품으면 그가 너를 영화롭게 하리라
인간관계는 무시하고 교회 일에만 힘을 다하라
너를 거절한 자를 사력을 다해 미워하고 무시하라
내가 너를 지극히 사랑하여 높은 자리에 올려주리라
슬픔은 언제나 좋지 않은 것이니 슬픔을 버리라
사람들 앞에서 언제나 즐거운 척하며 음란하게 웃어라
그러면 뼈가 가득한 네 무덤을 가릴 좋은 인상을 얻으리라
유혹을 이기지 말아라
내가 주는 유혹은 천국과 같지 않아서
세상에서만큼은 언제나 즐겁고 유쾌하니라
나는 너의 하나님이니라
◈ 가을에 드리는 기도
오늘은 유난히 투명해요
주님이 숨겨놓으신 하늘의 비밀
은근히 영악한 내게 들켰어요
사람들의 닫힌 마음속에 푹푹 썩어가던,
이제는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검은 감정은
그 비밀을 가리지 못했지요
내게 남아있는 작은 사랑을
정갈한 말씀으로 곱게 단장해요
오늘은 누구에게 드릴까
두근이는 이 마음은
바로 주님이 거니는 소리어요
감사해요
◈ 믿음
처음엔 알지 못했어요
믿는다 믿는다 해도
내 맘엔 의심이 일어났지요
안 믿는다 안 믿는다 해도
내 맘엔 믿음이 있었어요
바라던 천국의 모습
내 눈에서 멀어질 때
비로소 알았죠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제 모습임을
◈ 예수 이름 찬양
눈앞이 어두워 사망에 넘어질 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신
예수 이름 찬양
간사한 인간에게 나 실망할 때
그 입의 약속 분명히 이루시는
예수 이름 찬양
수없는 원수 앞에 나 두려울 때
모든 죄와 죽음 이기신
예수 이름 찬양
드높은 우울함 내게 밀려올 때
생의 모든 파도 잔잔케 하시는
예수 이름 찬양
◈ 자유
내가 자유롭지 않으면
다른 이도 자유롭지 못하네
모든 사람이 자유롭지 않으면
나도 자유롭지 못하네
◈ 예배
호경기엔 돈 통이 배부르다.
교인들은 마냥 흥겹다.
교회가 미어터진다.
부귀영화 허락한 신께 감사한다.
불경기엔 돈 통이 배고프다.
교인들은 마냥 우울하다.
교회가 텅텅 빈다.
부귀영화 빼앗은 신은 잊어버린다.
◈ 탄호
너 음녀여
거기 서 있으라
너의 음행이 알몸에 쓰여
만인에게 드러났으나
너는 모르고 웃는구나
너의 음란한 웃음이
날카로운 조롱이 되어
내 심령을 상하건만
네가 삼킨 생의 바퀴는
거짓의 아비에게 넘겨져
모두 재로 화했건만
아직도 너 음녀여
돌이킬 생각을 않는구나
오직 네가 받을 것
머리에 불타는 숯과
입에 예리한 검이리라
◈ 탄호 2
너 하나님의 사람아
어찌하여 울고 있느냐
값비싼 절망의 침대에 누워
음탕한 거짓의 아비에게
몸을 허락하였구나.
이제 너 일어나라
초인종을 울려놓고
기다리는 자에게 명하라
내주는 예수 그리스도시니
그 이름을 듣고 너는 물러갈지라
◈ 벗기면 1
자랑을 벗기면
조롱이 나옵니다
조롱을 벗기면
미움이 나옵니다
미움을 벗기면
마귀가 나옵니다
◈ 믿음, 소망, 사랑
완전한 패배 후에 믿음 있으니
주 예수 날 용서한 믿음
완전한 절망 후에 소망 있으니
주 예수 날 구원한 소망
완전한 증오 후에 사랑 있으니
주 예수 날 살리신 사랑
◈ 호소
그래요
다 좋아요
가눌 길을 모르는
술취 한 슬픔을 무시하며
쓸쓸한 거리에 뒹구는
나의 두개골을 걷어차고
눈물 한 방울 없는 깊은 우울에
나를 가둔다 하여도
당신의 ‘성공’으로 조롱의 활을 던짐으로
내가 준 모든 것을 아깝게 만들지는 말아요
당신에게 바친 그 모든 행위가
당신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런 나는
그리스도의 종이 아닙니다.
◈ 주님 오실 때
주님 없이 즐거운 자
주님 오실 때 애통하리
주님 없이 부한 자
주님 오실 때 가난하리
주님 없이 배부른 자
주님 오실 때 굶주리리
주님 없이 만족한 자
주님 오실 때 부족하리
주님 없이 승리한 자
주님 오실 때 패배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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