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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뜨락

무언극 [가장 귀한 발견]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15. 4. 17.


<pantomime>


[가장 귀한 발견]

   


극이 시작되면,

   

(F. I)


무대 한쪽에 커다란 쓰레기통이 있고

그 주변에 휴지, 과자봉지 따위가 널려 있다.

쓰레기통 안에는 각종 쓰레기와 함께

낡은 성경책과 전도지, 먹다만 빵조각 등도 있다.


거지 - 무대로 천천히 등장.

(머리에는 벙거지를 쓰고 낡은 작업복에

바지 한쪽은 무릎 위까지 걷어 올렸다.

왼발은 구멍 난 양말, 오른발은 맨발에

검정고무신, 오른손엔 찌그러진 깡통을 들었다.)


- 지치고 배고픈 모양,

힘없이 무대 중앙 쪽으로 걸어 나온다.

객석을 향하여 주저앉더니 밥을 달라는 시늉을 한다.


객석 - 조용 -


거지 - 깡통 속에서 천천히 서툴게 무엇인가를 꺼낸다.

그것은 두루마리... 객석을 향하여 펼쳐 보인다.

“밥 좀 줘요”라고 씌어 있다.

그리고는 이내 꼬깃꼬깃 아무렇게나 버린다.


(잠시 F. O 되었다가 다시 F. I)


거지 -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무대 주변에 있는

과자봉지들을 보고 반색을 한다.

뭉그적거리며 과자봉지들을 집어 든다.

(과자봉지마다 들여다보며 실망한 듯 버리고,

혹은 손바닥에 부스러기를 쏟아서 먹는 시늉)


거지 - 쓰레기통에 시선을 돌린다.(만면에 웃음 가득)

다시 뭉그적거리며 쓰레기통 앞으로 다가 앉는다.

(쓰레기통 안에 먹을 게 있을 거라는 과장된 표정)


(쓰레기통을 양다리 사이에 놓고 객석을 향한다)

쓰레기통에 손을 넣고 뒤적인다.

빈 과자봉지만 나온다.(몹시 실망한 표정)


다시 손을 넣고 의아한 듯 무엇인가를 꺼낸다.

낡은 성경책이다.

대단히 화가 난 모양,

(액션만 크게 하여 살짝) 내동댕이친다.

(그리고는 기분 나쁜 듯 노려본다)


다시 냉큼 쓰레기통에 손을 넣는다.

먹다만 빵조각이 손에 들려 나온다.

(기뻐 어쩔 줄 모르는 표정)


거지 - 빵조각을 먹으려다 무엇을 깨달은 듯 (멈칫하더니)

주머니에서 조그만 종이 두루마리를 꺼내

객석을 향해 펼친다.

“빵을 주신 조상님께”라 쓰여 있다.

두루마리를 바닥에 펼치고 그 위에

빵을 올려놓은 다음 넙죽 큰절을 한다.


(모습만 허겁지겁) 빵을 먹는다.

(힐끗 성경책을 쳐다본다.)

다시 빵을 먹는다.

그러다가 바닥에 있던 성경책을 집어 들고 펼친다.

(아래, 위로 읽는 모양의 과장처리)

조롱하듯 성경책을 다시 쓰레기통에 넣는다.


(갑자기 어두운 표정으로)

빵을 다시 먹는다.

(먹다 말고 무엇인가 깨달은 듯)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쓰레기통 안에

손을 넣어 낡은 성경책을 다시 꺼낸다.


먹다만 빵조각은 바닥에 놓고 성경책을 읽는다.

(경건하고 무거운 분위기)

(조용한 배경음악)


(성경책을 읽다가, 예수께서 보잘 것 없는 인생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상황을 몸짓으로

표현하며 몹시 감명된 듯 과장 처리)

(잠시 정적이 흐르고)


거지 - 빵을 집어 든다.

성경책과 빵을 번갈아 보며 - 빵은 조용히 내려놓고

성경책을 들고 서서히 뒤뚱거리며 일어선다.

들고 다니던 깡통을 쓰레기통에 넣는다.

그리고는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는 모습 처리.


(F. O)


(cut out)



윤명상 作 (1986년 학생문학의 밤 무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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