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기 전
/ 석우 윤명상
겨울이 오기 전
나무는 스스로
버려야 할 것을 안다.
하늘을 가릴 만큼
바람을 막아설 만큼
무성했던 이파리지만
미련 없이 모 다 떨군다.
욕심 하나 떼어버리고
미움 하나 떼어버리고
근심 하나 떼어버리고
그렇게 떼어낸 것들이
바닥에 쌓이며
나무는 비로소 홀가분해진다.
그게 어디, 나무뿐일까.
겨울이 오기 전
내가 버려야 할 것들은
나무의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데
나는 도무지 떼어내질 못한다.
미련 없이 버려야 하는데
버리지 못한 누추한 것들이
인생의 꼬리표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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