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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

아주 어린 날의 꿈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22. 2. 4.

 

아주 어린 날의 꿈

       / 석우 윤명상

 

나는 한때

방앗간의 모터에서 휘감아 도는

피대가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거대한 모터에서

부드럽고 위엄 있게 돌아가며

방앗간의 모든 기계를 움직이는

웅장하고 장엄한 피대는

예닐곱 꼬마에게 신비와 경이였습니다.

 

소달구지를 타고 방앗간에 가는 날이면

모터 앞에 쭈그려 앉아

투득투득 돌아가는 피대의 묵직한 소리와

삐뚤거나 멈춤 없는 한결같은 회전을 보며

사랑에 빠졌던 것입니다.

 

그때 누군가 내게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면

나는 저 피대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한동안 피대의 잔영은

미운 여섯 살의 심장을

돌리고 또 돌렸습니다.

 

*대전문예창작 제3호(2022)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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