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의 추억
/ 석우 윤명상
설날 새벽이면
이십 리, 봉곡 큰집으로 원정을 간다.
아버지의 흰 두루마기 갑옷을 조명 삼아
어둠 속 일렬로 진군하던 길.
설빔으로 무장한 용사들이
두어 시간 행군하여 합류하면
군영은 왁자지껄 사기가 올랐다.
안방 윗방 골방까지 차지한 형제들이
보이지도 않는 제사상에 절을 하고 나면
비로소 궁궐의 보급품이 주어졌다.
세뱃돈은 과일과 덕담이 대신했고
이 산 저 산 흩어져 있는 조상들을 찾아
성묘를 하고 나면
코흘리개는 개선장군이 되었다.
*대전문예창작 제3호(2022)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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