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
/ 석우 윤명상
도시가 익숙해질 나이가 되고
웬만한 조명에 눈길조차 잃어갈수록
듬성듬성 가로등이 있거나
거미줄에 얽힌 빛바랜 어둠으로
초췌해진 골목길에 마음이 끌린다.
번화한 큰길을 벗어나
일부러 골목을 따라 걷는 것은
어린 시절, 굽이굽이 돌담길을 돌아
집으로 향하던 느낌을 추억하는
순례길인 까닭이다.
세련되지 못한 골목길의
낡은 건물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소탈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좋고
꾸민다고 꾸민 골목의
그 촌스러움에 마음이 끌린다.
* 문학사랑 144호(2023 여름호)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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