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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

어떤 노부부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22. 10. 25.

 

 

어떤 노부부

        / 석우 윤명상

 

망백(望百)의 몸이란

바위보다 더 무거운 탓에

남자는 도무지 일어서거나

팔을 움직여 가눌 줄을 몰랐다.

 

다만, 핏기 없는

미수(米壽)의 아내가 거들뿐,

그러다 힘이 부친 아내는

늙음에 화를 내곤 했다.

 

종종 망백의 몸에는 멍이 피었고

왜 이러냐는 물음에 아내는

모른다는 말로 분을 대신했지만

아내는 연신 멍자국을 어루만졌다.

 

그러다가

남자가 잠이 들면

그는 지난 과거를 모두

내게 들켜야 했다.

 

노름에 끌려다닌 청춘과

곁 살림을 하다가 돌아온 것 등,

봉인이 풀린 아내의 입에서는

봇물 터지듯 설움이 쏟아져 나왔다.

 

여자의 판결문을 듣는지 마는지

남자는 가는 숨만 뱉어낼 뿐,

여자는 그런 남자를 바라보며

네 죄를 사하노라, 외치는 것 같았다.

 

 

*망백(望百) - 91

*미수(米壽) -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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