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부부
/ 석우 윤명상
망백(望百)의 몸이란
바위보다 더 무거운 탓에
남자는 도무지 일어서거나
팔을 움직여 가눌 줄을 몰랐다.
다만, 핏기 없는
미수(米壽)의 아내가 거들뿐,
그러다 힘이 부친 아내는
늙음에 화를 내곤 했다.
종종 망백의 몸에는 멍이 피었고
왜 이러냐는 물음에 아내는
모른다는 말로 분을 대신했지만
아내는 연신 멍자국을 어루만졌다.
그러다가
남자가 잠이 들면
그는 지난 과거를 모두
내게 들켜야 했다.
노름에 끌려다닌 청춘과
곁 살림을 하다가 돌아온 것 등,
봉인이 풀린 아내의 입에서는
봇물 터지듯 설움이 쏟아져 나왔다.
여자의 판결문을 듣는지 마는지
남자는 가는 숨만 뱉어낼 뿐,
여자는 그런 남자를 바라보며
네 죄를 사하노라, 외치는 것 같았다.
*망백(望百) - 91세
*미수(米壽) - 8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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