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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교훈. 신앙시

지금은 여름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23. 6. 20.

 

 

지금은 여름

       / 석우 윤명상

 

지금은 회복의 시대,

죽었던 것들이 기지개를 켜며

푸른 기색을 찾아간다.

한때는, 이를테면

나무 밑동을 잘라 버리거나

푸른 이파리를 털어 버릴 때가 있었다.

그렇게 죽어가는 나무를 보며

정의의 승리를 외치던 무리도 있었지만

사실은 정의가 죽어가는 것이었다.

 

지금은 여름,

갈증으로 목이 타던 시절이 있었다.

우물에서 물을 길거나

수도꼭지를 틀어도

마실 수 없는 썩은 물만 나왔고

어쩌다 옹달샘에서

쫄쫄 흐르는 약간의 생수뿐이었다.

썩은 물은 퍼내야 하지만

썩은 물을 좋아하는 파리와 모기가

윙윙거리며 달려들었다.

사실, 알고 보면 그들은

파리와 모기를 양식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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