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가 필요해
/ 석우 윤명상
돌아보니
지울 것이 너무 많다.
어느 때부터인가
받침 없는 낱말들이
행간을 넘나들며
아무 말 대잔치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나름은 밑줄을 그어가며
살아가면 좋겠거니 했지만
헝클어진 실타래가 되어버린
사랑과 소망과 믿음이다.
돌이켜 지울 수 있다면
모두 지워버리고 싶다.
의미가 분명한
고유명사였으면 좋겠다.
제멋대로 갖다 붙인 받침들로
뜻풀이는 각자의 몫이 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영혼의 시대,
궁극에는 하나님이 지우시겠지만
세월을 지우는 낙엽처럼
지나온 발자취를 지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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