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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윤명상 목회 칼럼

땅 밟기도 모자라, 설교 CD를…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12. 10. 27.

 

 

 

땅 밟기도 모자라, 설교 CD

 

 

얼마 전, “서울 봉은사에서 불경(佛經)을 가장한

목사의 설교 CD가 배포돼 충격을 주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저 역시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난 1014, 봉은사 경내에서

일요법회에 참석한 신도들에게 배포된

부처님 계신 곳 좋은 만남이라는 CD

실제로는 내가 본 지옥과 천국주제의 목사 설교가

담겨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CD를 배포했던 사람들은 곧바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201010, 이른바 봉은사 땅 밟기사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땅 밟기나 설교CD를 불경CD로 위장하여 배포하는 행위는

결코 올바른 신앙이 아닙니다.

이 땅은 하나님의 땅이고

그래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이 땅을 주실 것이다.”라던가

너무 많은 우상과 크고 웅장한 절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

명분으로 땅 밟기에 앞장섰던 사람들은

예수님 당시 유대교의 열심당원과 다르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물리적 선교를 단호히 거절하셨습니다.

기적을 보고자 호기심으로 따라온 무리들이나

먹고 배부른까닭에 몰려든

수많은 무리들을 호통을 쳐서 돌려보내거나

몰래 무리를 떠나 자리를 피하셨던 모습에서

예수님의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땅 밟기가 복음적이라면

예수님이 먼저 로마를 짓밟고 다니셨든지

하다못해 헤롯의 궁궐이나 빌라도의 총독관저라도

밟고 다니셨을 것입니다.

 

구약에서 여호수아의 군대가

여리고성을 함락시킨 과정을 땅 밟기로 오해하는데,

하나님의 능력이 고작 사람들이 밟고 다녀야 무너지는 것이겠습니까?

그것은 밟고 다니는 행위보다는

전쟁으로 심신이 지쳐있던 그들의 인내와 순종을 보시고자 했던

하나님의 의도였습니다.

더 이상 미신 같은 신앙에 빠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절간의 크고 웅장함을

시샘하는 어린아이 같은 신앙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하나님이 그의 백성들을 명하여

가죽으로 성막을 만들도록 명하셨을 때,

이미 주변 국가들에는 엄청난 규모의 바알신전이나

아스다롯 신전 등 화려하고 웅장한 신전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가죽으로 만든

초라한 이동식 성막 하나로 만족하셨는데,

이는 하나님이 이방 신들보다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는믿음의 원칙을

우리에게 보이시고자 했던 데 있는 것입니다.

 

또한, 웅장한 절간을 보고 마음이 아플 게 아니라,

오히려 수백억, 수천억 대의 초호화 예배당을 찾아가

그 탐욕과 교회의 이기가 무너지기를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교회가 싫어서가 아니라,

진정 교회를 사랑한다면 더 이상 교회의 타락을 방임하지 말고

교회가 먼저 바로 서도록 권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설교CD를 불경CD로 위장하여 배포한 사건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짓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뭐가 부족해서 위장을 해야 하고

변칙을 동원해서 남의 뒤통수를 치듯 배포해야 합니까?

이 같은 행위는 열심당원의 전형입니다.

신앙이 아닌 신념에 빠져 섣불리 날뛰던

바울 이전의 사울의 모습, 바로 그것입니다.

그것은 전도가 아닌 행패이고 신앙이 아닌 광신입니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명심할 일은

타종교를 증오하거나 전도할 의도 이전에,

우리가 먼저 바른 믿음으로 살기를 힘쓰며

부도덕함과 탐욕으로 끝없이 추락해 가는 교회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한 제자리 찾기입니다.

제자리란 무엇이 처음에 있던 자리

혹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를 뜻하는데,

우리 기독교의 제자리,

우리 믿음의 제자리를 찾았으면 합니다.

 

 

새생명교회 윤명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