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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교회 세습이 미치는 파장

by 石右 尹明相 2012. 11. 15.

 

[세상읽기] 교회 세습이 미치는 파장

 

 

"권력이나 돈을 물려줘야 세습이지 목회직을 물려주는 것이 왜 세습이냐?"

최근 목사직 세습으로 교회를 사유화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어느 유명 교회의 집사들이 TV 기자의 취재를 막으면서 한 말이다.

그들도 억지임을 알면서 한 말이었을 것이다.

담임목사가 교회 권력의 핵심이고

교회 재산을 주무를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리라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을 테니까.

담임목사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교회를 세습하는 것이다.

한때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왔던 일부 목사들이 탐욕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

기독교 지도자로서 한국 사회에 작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던 그들의 추락으로 인해

한국 교회가 큰 상처를 입고 있다.

교회 지도자들이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자기가 이룬 목회 업적, 자기가 창립한 교회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유욕 때문이다.

신도들에게 세상 재리(財利)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가르치던 영적 스승들이

스스로 재리의 덫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

이들의 심리에는 세속적 기업가 논리가 흐르고 있다.

은퇴 연한이 지났는데도 목사직에 미련을 갖고 물러나지 않는다든가,

그 자리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기업인들의 가업 상속과 다를 게 없다.

목회를 성직이 아니라 한낱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이다.

목사는 교회의 주인이 아니다.

목사가 아무리 설교를 잘 하고 병 고치는 능력을 가졌더라도

그는 단지 예수님의 종일 뿐이다.

기독교 2000년 역사를 통틀어 위대한 크리스천으로 이름을 남긴 사람들은

자기가 이룬 그 어떤 것도 자기 것이라고 내세우지 않았다.

목사가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는

누구나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성장하여 웅장한 교회 건물을 짓고

대기업 못지않은 재산을 소유하게 되면서 목사의 초심이 흔들릴 수 있다.

자신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교회를 지키고 싶어질 것이다.

성공한 목회자를 제왕처럼 떠받드는 교인들에 둘러싸여 살다 보면

목사 자리에 대한 미련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유혹을 훌훌 털고 떠나야 할 때 미련없이 떠나는 것이 진정한 영적 지도자다.

평생 일군 교회를 떠나 소박하게 여생을 보내는 원로목사들의 모습은

그들이 은퇴 전 강단에서 한 설교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

2005년 인구통계에 따르면 국내 개신교인 수는 860만명 정도였다.

그 이후 기독교 인구는 정체 상태다.

인터넷을 통해 표출되는 대학생들의 반기독교 정서는 섬뜩하기까지하다.

그 비난의 중심에 세속화된 교회가 있다.

교회를 사유물처럼 여기고 자리에 연연하는 몇몇 유명 목회자들이

한국 교회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교회에서 세속화의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세상의 풍요가 교회 안에 들어와 있다.

거룩한 삶을 실천하는 가난한 목사보다는 대형 교회 목사가 성공한 목사로 대접받는다.

내적 성장보다는 외형적 성장이 교회 성장의 척도가 되어 버렸다.

지금 한국 교회의 상황은

돈을 받고 면죄부를 팔던 16세기 가톨릭 교회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한국 교회에 또 다른 종교개혁이 필요하다.

존경받는 영적 지도자들은 사회적 자산이다.

그들의 경건한 삶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이태석 신부의 희생적 삶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는가.

영적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솔선수범이다.

말로는 거룩한 삶을 가르치면서 자신들은 사익을 좇아 행동하는

위선적인 지도자들이 사람들의 영혼을 치유할 수 없다.

그들의 권위는 그들이 이 땅에서 얻은 높은 지위와 힘있는 자리,

축적한 재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겸손하고 청빈한 삶을 살다가 물러나야 할 때

깨끗이 물러나는 절제와 용기에 천국의 상급이 있지 않은가.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매일경제(2012.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