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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윤명상 목회 칼럼

너무 많은 강요된 예배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13. 9. 7.

 

 

 

너무 많은 강요된 예배

 

 

2011,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제기됐던 문제 중 하나가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왜 그토록

많은 예배를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바뀌지 않을까?”였고

이에 대해 많은 예배를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많은 예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교회는 실로 엄청난 양의 예배를 소화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모든 예배가 스스로 원해서 하는 바가 아닌,

그것에 의해 경건과 헌신의 정도가 저울질되는

강요된 의무라는 데 있다는 진단이었다.

 

또한 한 사람이 일정한 수명을 살듯이

주어진 삶 속에서도 일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인데,

현대 도시인들이 강요된 예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나머지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한국교회 차원에서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예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 받은 한국교회는

이후 수 년이 지난 지금, 과연 달라진 것이 있는지,

아니면 변화를 모색하는 어떤 움직임이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예배갱신과 관련하여 교계에서는 어떤 낌새도 없다.

아니면, 은밀하게 개교회 차원에서

어떤 변화들을 도모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 예배와 목사

 

이제는 더 이상 한국교회가 머뭇거리지 않았으면 싶다.

너무 많은 강요된 예배라는 차압 스티커를 붙여 놓고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것은 교회의 부끄러움이기 때문이다.

 

또한 예배가 많다는 것은 곧 목사의 설교와 비례하는데

현재 한국교회의 설교는 이미 설교가 아니라 노동이 된지 오래다.

목회자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설교 준비에서 온다.

매번 다른 내용의 설교를 해야 하고

재미있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다.

너무 많고 다양한 예배에 따른 설교들을 감당하기 위해 목사들은

말씀의 묵상이 아닌 설교집을 뒤적이고 인터넷을 섭렵한다.

목회자들끼리 서로의 설교원고를 돌려보는 것도 예사다.

 

요즘엔 대부분의 목사들이 설교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목사들을 상대로 설교 자료를 파는 장사꾼들이 판을 친다.

일주일이면 수십 건에 이르는 이메일과 우편으로

방대한 설교 자료가 준비되어 있다

돈을 내고 이용하라고 유혹한다.

설교가 돈벌이 수단이 된 것이다.

그리고 실제, 많은 목회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설교 자료의 매매가 가능할 수 있는 데는

강요된 너무 많은 예배가 한 몫 하고 있는 것이다.

 

설교를 돈으로 사고파는 보편화된 현실이 말해주듯

설교는 하나님 말씀의 대언이 아닌 목사의 노동으로 전락한 것이다.

젊은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일주일에 설교를

몇 번 했는지가 대화거리가 되기도 한다.

일주일 동안 수십 번의 설교를 해야 하는 고충을 말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설교를 밥 먹듯 해야 하는 것이다.

돈으로 구입한, 이 같은 예배 땜질용 설교에 생명력이 있을 수 없고

설교자 자신이나 신자들이 변할 리 만무한 것이다.

 

제도화된 예배에 대한 집착보다는 예배적 삶을 중시해야 하는데

예배의식과 그 의무만 강조하다 보니 예배와 삶이 엇박자가 되는,

삶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종교의식으로 전락한 것이다.

 

 

* 예배와 신자

 

한국교회의 신자들은 예배의 많고 적음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다.

그저 예배가 많으면 많은 대로, 생활에 지치고 시간에 쫓겨도

대체로 예배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그 같은 적극적이고 헌신적으로 예배하는 저의에는

기복적 신앙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직장문제나 가정문제, 자녀문제가 있어도

그에 대한 사회적, 도의적 책임감보다 예배를 우선하는 데는

하나님의 축복에 대한 샤머니즘적 기대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을 등진 신앙이나

가족의 의무를 외면하는 신앙은 광신이고 사이비일 뿐이다.

아름다운 좋은 신앙일수록 사회에서 가정에서 인정받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것이다.

그것을 교회는 권하고 가르쳐야만 한다.

 

그동안 교회들은 남편이나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예배에 참석했다가 하나님의 응답과

축복을 받았다는 사례들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나친 예배 중심의 신앙 때문에

오히려 이혼 당하고 가정 파탄을 불러온 사례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은 교회는 애써 외면해 왔다.

 

그리고 점점 더 교회가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 이유도

시도 때도 없는 예배와 무관하지 않다.

매일 밤마다 예배와 교육이 있다는 교회의 어느 집사는

엄청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예배에 한번만 참석 못해도 담임목사, 교구장, 구역장 등등

끊임없이 전화하고 찾아오기 때문에 더 힘들다는 것이다.

 

강요된 예배,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드리는 너무 많은 예배는

눈먼 희생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예배는 횟수보다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것이 중요하며

예배를 빌미로 필요 이상 교회당으로 불러내기 보다는

사회생활이나 가정에서의 예배적 삶을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목사들은 신자를 내 교인이 아닌

하나님의 백성으로 인식하고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도록

양육하고 가르칠 책임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닥치고 예배" 보다는

하나님을 위한, 그리고 성령에 의한

성도이기에 가능한 신실한 예배를 드리기를 힘써야 한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 (12:1)

 

 

새생명교회 윤명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