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목회자 가장들, 취업난에 신음]
담임목사 되기 '바늘구멍'..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나 <상> - 시골교회 청빙에 지원서 100통 -
목사는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 교인들의 영적 생활을 돌보는 사명을 감당한다.
교회는 이들에게 돈이나 명예에 눈 감고
오직 하나님의 일을 수행하는데 매진하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목사인 동시에 한 가정의 일원이다.
특히 40대 가장 목사들은 교회에서 받는 사례금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이끌어야 한다.
형편이 어려워 곤경에 처한 목사들이 수두룩하다.
괜찮은 여건의 목회 현장은 한정돼 있는데 목사 수는 넘쳐나다 보니
이들도 ‘일자리 경쟁’에 내몰리게 된다.
이런 40대 가장 목사들의 현실을 국민일보가 들여다봤다.
전남 A교회는 지난 7월 담임목사 청빙공고를 냈다.
교인 수가 150명 정도인 시골교회였지만 100명이 넘는 목사들이 지원서를 냈다.
한 청빙위원은 “갈 곳 없는 목사님들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B목사도 이 교회에 지원서를 냈다. 그는 일찌감치 1차 서류에서 탈락했다.
올해 들어 벌써 10곳이 넘는 교회에 지원서를 냈지만 아직까지 불러주는 곳이 없다.
B목사는 “내년에 첫째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는데
앞으로 늘어날 교육비를 지금 받는 부목사 사례비로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사명을 갖고 목회를 시작했지만 부목사 신분으로는
생계를 꾸려가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나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 목사들이 주변에 한둘이 아니다”라고 한탄했다.
◇ 40대 가장 목사의 비애(悲哀)=‘목사 취업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됐지만 일각에선 “담임목사 청빙 경쟁률이
웬만한 대기업 입사보다 치열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자녀 교육비 등 생활비 부담이 만만찮은 40대 이상 목사들이
부목사 생활을 이어나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교회를 개척하자니 초기 비용이 부담스럽다.
대출을 받아 개척을 하더라도 교회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40대 목사들은
‘담임목사 청빙공고’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실정이다.
담임목사로 불러주기만 한다면 교회 규모나 지역을 따지지 않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한 40대 목사는 “개척을 하면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데
작은 교회라도 청빙돼 가면 어느 정도 교인은 확보돼 있는 것 아니냐”며
“많은 목사들이 청빙공고를 꼼꼼히 살펴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관계자는
“청빙공고에 지원서 100∼200개 몰리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스펙 올리기’ 백태=목사들이 청빙 경쟁에 몰리다 보니
청년 취업준비생들처럼 치열하게 ‘스펙 올리기’ 전략을 사용한다.
일부 목사들은 학력 부풀리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지원서 제출용’ 학력을 만들기 위해 신학박사 과정에 등록한 뒤
졸업은 안하고 휴학만 이어가는 식이다.
경기도 부천의 한 개척교회 목사는 “아무래도 교인들이
학력 높은 목사를 선호하다 보니 신학박사 과정에 딱 한번 등록금을 내고
‘박사과정 중’이라고 적어내는 목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예장통합 총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체 지원자 중 10% 정도가
신학박사 출신이라고 보면 된다”며 “교회 청빙위원들은 나머지 90%를
먼저 걸러내고 박사 출신을 놓고 심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내’의 스펙을 높이려는 목사들도 있다.
교회 청빙위에서 ‘사모 소개서’를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40대 목사는 “작은 교회는 봉사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피아노 반주가 가능하거나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모를 종종 원한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목회자 수급 조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학대 교수는 “목사 수급을 맞추기 위해선
신학대학원 졸업생을 줄여야 한다”면서도
“다만 이렇게 하면 신학교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15.12.02) 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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