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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문학의 뜨락

괴테(Johann Wolfgang Goethe) 시 모음

by 石右 尹明相 2016. 1. 11.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Goethe)

독일. 1749~ 1832. 시인소설가극작가

 

 

신비의 합창

 

지나간 모든 것은

한갓 비유일 뿐,

 

이루기 어려운 것 여기 이루어졌으니

글로 쓰기 어려운 것이

여기 이루어졌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라가게 한다.

 

 

 

첫사랑

 

- 누가 그 아름다운 날을 가져다 줄 것이냐,

저 첫사랑의 날을.

 

- 누가 그 아름다운 때를 돌려 줄 것이냐,

저 사랑스러운 때를.

쓸쓸히 나는 이 상처를 기르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한탄과 더불어

잃어버린 행복을 슬퍼한다.

 

- 누가 그 아름다운 날을 가져다 줄 것이냐!

그 즐거운 때를.

 

 

 

그대 곁에서

 

나 그대가 생각납니다.

태양의 미미한 빛살이

바다 위에서 일렁거리면

나 그대가 생각납니다.

달의 어렴풋한 빛이

우물 속 그림자로 출렁거리면

 

나 그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먼 길에 먼지에 일게 되면

나 그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슥해진 좁은 길 위에서

나그네가 떨고 있으면

 

나 그대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요란한 소리로 높은 파도가 밀려 올때면

나 그대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모든 것이 숨죽인 공원을 거닐 때면

 

나 그대 곁에 있습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대는 늘 내 곁에 있습니다.

태양이 가라앉고 잠시 후 별이 빛날 것입니다.

아아, 그대가 저 하늘의 별일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 가까이

 

희미한 햇빛 바다에서 비쳐올 때

나 그대 생각 하노라.

달빛 휘영청 샘물에 번질 때

나 그대 생각 하노라.

 

저 멀리 길에서 뽀얀 먼지 일 때

나 그대 모습 보노라.

어두운 밤 오솔길에 나그네 몸 떨 때

나 그대 모습 보노라.

 

물결 높아 파도 소리 아득할 때

나 그대 소리 듣노라.

고요한 숲 속 침묵의 경계를 거닐며

나 귀를 기울이노라.

 

나 그대 곁에 있노라,

멀리 떨어졌어도 그대 내 가까이 있으니

해 저물면 별아,

나를 위해 곧 반짝여라

오오 그대 여기 있다면.

 

 

 

동경(憧憬)

 

내 마음을 이렇게도 끄는 것은 무엇인가

내 마음을 밖으로 이끄는 것은 무엇인가

방에서, 집에서

나를 마구 끌어내는 것은 무엇인가.

저기 바위를 감돌며 구름이 흐르고 있다!

그곳으로 올라갔으면, 그곳으로 갔으면!

 

까마귀가 떼를 지어 하늘하늘 날아간다.

나도 그 속에 섞여 무리를 따라간다.

그리고 산과 성벽을 돌며 날개를 펄럭인다.

저 아래 그 사람이 있다.

나는 그 쪽을 살펴본다.

 

저기 그 사람이 거닐어 온다.

나는 노래하는 새. 무성한 숲으로 급히 날아간다.

그 사람은 멈춰 서서

귀를 기울여 혼자 미소 지으며 생각한다.

저렇게 귀엽게 노래하고 있다.

나를 향해서 노래하고 있다고,

 

지는 해가 산봉우리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건만,

아름다운 그 사람은

생각에 잠겨서 저녁놀을 보지도 않는다.

그 사람은 목장을 따라 개울가를 거닐어 간다.

길은 꼬불꼬불하고 점점 어두어진다.

 

갑자기 나는 반짝이는 별이 되어 나타난다.

저렇게 가깝고도 멀리 반짝이는 것은 무엇일까.

네가 놀라서 그 빛을 바라보면,

나는 너의 발아래 엎드린다.

그 때의 나의 행복이여!

 

 

 

이별

 

입으로는 차마 말 할 수 없는 이별을

내 눈으로 말하게 하여 주십시오.

견딜 수 없는 쓰라림이 넘치오.

 

그래도 여느 때는 사나이였던 나였건만

상냥스러운 사랑의 표적조차

이제는 슬픔의 씨앗이 되었고

차갑기만 한 그대의 입술이여

쥐여 주는 그대의 힘없는 손이여

여느 때라면 살며시 훔친 입맞춤에 조차

나는 그 얼마나 황홀해질 수 있었던가

 

이른 봄 들판에서 꺾어 가지고 온

그 사랑스런 제비꽃을 닮았었으나

이제부터는 그대 위해 꽃다발을 엮거나

장미꽃을 셀 수조차 없이 되었으니

아아 지금은 정녕 봄이라는데 프란치스카여

내게만은 쓸쓸하기 그지없는 가을이라오

 

 

 

슬픔의 환희

 

마르지 말아라, 마르지 말아라

영원한 사랑의 눈물이여!

아아, 눈물 마른 눈에 비치는 이 세상이란

얼마나 황량하며, 그 얼마나 죽은 것으로 보이랴!

마르지 말아라, 마르지 말아라

불행한 사랑의 눈물이여!

 

 

 

내 그대를 사랑하는지

 

내 그대를 사랑하는지 나는 모른다.

단 한번 그대 얼굴 보기만 해도,

단 한번 그대 눈동자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은 온갖 괴로움 벗어날 뿐,

내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하나님이 알 뿐

내 그대를 사랑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내 가슴의 슬픔을 이해합니다.

홀로

이 세상의 모든 기쁨을 등지고

머언 하늘을 바라봅니다.

, 나를 사랑하고 나를 알아주던 사람은

지금 먼 곳에 있습니다.

눈은 어지럽고 가슴은 찢어집니다.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내 가슴의 슬픔을 이해합니다.

 

 

 

우리는 함께 생각하고 느껴요

 

산과 강, 도시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일까요?

그러나 우리가 비록 헤어져 있을지라도

우리는 함께 생각하고 느끼며

영혼이 가까이 있는 그 누군가가 있음을 알고 있다면

이 세상은 사람이 살고 있는 정원이 될 것입니다.

 

 

 

사랑의 독본

 

책 중에 가장 오묘한 책,

사랑의 책을

나는 차분히 읽어 내려갔습니다.

 

기쁨을 말하는 페이지는 적었고

한권을 읽는 동안

괴로움만 계속되었습니다.

 

이별은 특별히 한 장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재회에 대해서는 아주 짧은 단문으로 말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고뇌는 전편에 걸쳐

매우 긴 설명이 붙어 있었고 끊임없이 이어져 갔습니다.

 

오오 시인이여,

마침내 그대는 정답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풀 수 없었던 그 문제는

결국 다시 만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풀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들장미

 

한 아이가 보았네

들에 핀 장미

그리도 싱그럽고 아름다워서

가까이 보려고 재빨리 달려 가,

기쁨에 취하여 바라보았네.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소년은 말했네.

'너를 꺾을 테야 들장미야!'

장미는 말했네.

'너를 찌를 테야 끝내 잊지 못하도록.

꺾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짓궂은 아이는 꺾고 말았네

들에 핀 장미

장미는 힘을 다해 찔렀지만

비명도 장미를 돕지 못하니,

장미는 그저 꺾일 수 밖에.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나그네의 밤 노래

 

모든 산봉우리 위에

안식이 있고

나뭇가지에도

바람소리 하나 없으니

새들도 숲속에 잠 잔다.

 

잠시만 기다려라

그대 또한 쉬리니.

 

 

 

5월의 노래

 

밀밭과 옥수수 밭 사이로,

가시나무 울타리 사이로,

수풀 사이로,

나의 사랑은 어딜 가시나요?

말해줘요!

 

사랑하는 소녀

집에서 찾지 못해

그러면 밖에 나간 게 틀림없네

 

아름답고 사랑스런

꽃이 피는 오월에

사랑하는 소녀

마음 들 떠 있네

 

자유와 기쁨으로.

 

시냇가 바위 옆에서

그 소녀는 첫 키스를 하였네

풀밭 위에서 내게,

 

뭔가 보인다!

그 소녀일까?

 

 

 

거룩한 갈망

 

현자가 아니면 말하지 마라

세속 사람은 당장 조롱하고 말리니

나는 진정 사는가 싶이 살아 있는 것을

불꽃 속에 죽기를 갈망하는 것을 찬미한다

그대를 낳고 그대가 낳았던 사랑을 나눈

밤들의 서늘한 물결 속에서 그대 말없이 타는 촛불을 보노라면

신비한 느낌 그대를 덮쳐 오리 그대 더 이상 어둠의 강박에 매이지 않고

더 높은 사랑의 욕망이 그대를 끌어 올린다

먼 길이 그대에겐 힘들지 않다

그대 마술처럼 날개 달고 와서 마침내 미친 듯 빛에 홀리어

나비처럼 불꽃 속에 사라진다 죽어서 성장함을 알지 못하는 한

그대 어두운 지상의 고달픈 길손에 지나지 않으리

 

 

 

미뇽(Mignon)

 

당신은 아시나요?

저 레몬꽃 피는 나라,

그늘진 잎 속에선 금빛 오렌지 빛나고

푸른 하늘에선 부드러운 바람 불어 오고

감람나무는 고요히, 월계수는 드높이 서 있는

그 나라를 아시나요?

 

그 곳으로!

그 곳으로 가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

오 내 사랑이여!

당신은 아시나요?

그 집을,

 

둥근 기둥들이 지붕 떠받치고 있고,

홀은 휘황 찬란,

방은 빛나고, 대리석 입상(立像)들이 날 바라보면서,

"가엾은 아이야, 무슨 몹쓸 일을 당했느냐?"고 물어 주는 곳,

그 곳으로, 그 곳으로 가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

 

, 내 보호자여!

당신은 아시나요, 그 산, 그 구름다리를?

노새가 안개 속에서 제 갈 길을 찾고 있고

동굴 속에는 해묵은 용들 살고 있으며

무너져 내리는 바위 위로는 다시 폭포수 내려 쏟아지는 곳,

그 곳으로!

그 곳으로 우리의 갈 길 뻗쳐 있어요.

오 아버지, 우리 그리로 가요 !

 

 

 

가뉘메트

 

아침놀 가운데인 양

나를 에워싸 작열한다.

그대, 봄이여, 사랑하는 것이여!

수천의 사랑의 기쁨 더불어

그대의 영원한 열기

거룩한 마음 내 가슴으로 밀쳐든다.

 

끝없이 아름다운 것이여!

하야 내 그대를 끌어안고자,

이 품안으로!

, 애태우며 그대 가슴에 내 누우면,

그대의 꽃,

그대의 풀포기 내 가슴에 밀려든다.

 

사랑스런 아침 바람

내 가슴 속 불타는 갈증을 식혀주면,

바람결에 나이팅게일 사랑스럽게

안개 낀 골짜기에서 나를 향해 우짖는다.

 

곧 가리라!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 , 어디로?

위를 향해, 위를 향해서이다.

구름은 아래로 떠오며,

구름은 그리운 사랑으로 내려 온다.

나에게로, 나에게로 오라!

 

너희들의 품에 안겨

위를 향해서 에워싸고 에워싸이어!

위를 향해

그대의 가슴에 안겨

자비로운 아버지여!

 

 

 

마왕

 

이 늦은 밤 어둠 속,

바람 속에 말 타고 가는 이 누군가?

그건 사랑하는 아이를 데리고 가는 아버지다.

아들을 팔로 꼭 껴안고, 따뜻하게 감싸 안고 있다.

"뭣 때문에 얼굴을 가리고 무서워하느냐?"

"보세요, 아버지, 바로 옆에 마왕이 보이지 않으세요?

왕관을 쓰고 옷자락을 끄는 마왕이 안 보이세요?"

"아이야, 그건 들판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란다."

", 귀여운 아이야, 너는 나와 함께 가자!

거기서 아주 예쁜 장남감을 많이 갖고 나와 함께 놀자.

거기에는 예쁜 꽃이 많이 피어있고

우리 엄마한테는 황금 옷이 많단다."

 

"아버지, 아버지, 들리지 않으세요?

마왕이 지금 제 귀에 말하고 있어요."

"조용히 해라 내 아가야, 너의 상상이란다.

그건 슬픈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란다."

"귀여운 아이야, , 나와 함께 가자꾸나.

나의 딸들이 널 예쁘게 돌봐주게 하겠다.

나의 딸들은 밤마다 즐거운 잔치를 열고

춤추고 노래하고 너를 얼러서 잠들게 해줄거다."

 

"아버지, 아버지, 저기에 보이지 않으세요?

마왕의 딸들이 내 곁에 와 있어요."

"보이지, 아주 잘 보인단다.

오래된 회색 빛 버드나무가 그렇게 보이는 거다."

 

"귀여운 아이야 나는 네가 좋단다. 네 귀여운 모습이 좋단다.

네가 싫다고 한다면 억지로 끌고 가겠다."

"아버지, 아버지, 마왕이 나를 꼭꼭 묶어요!

마왕이 나를 잡아가요!"

이제 아버지는 무서움에 질려 황급하게 말을 몬다.

신음하고 있는 불쌍한 아이를 안고서.

가까스로 집 마당에 도착했으나

팔 안의 아이는 움직이지 않고 죽어 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적이 없는 자

 

슬픈 밤을 한 번이라도

침상에서 울며 지새운 적이 없는 자,

그는 당신을 알지 못하오니,

하늘의 권능이시여.

당신을 통하여 삶의 길을 우리는 얻었고

불쌍한 죽을 자들

타락케 하시어 고통 속에 버리셨으되,

그럼에도 저희는 죄값을 치르게 됩니다.

 

 

 

툴레의 임금님

 

옛날 옛적 툴레에 한 임금님이 사셨지,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정성을 바쳐

사랑하던 왕비가 세상을 떠나며

황금 술잔 하나를 남기고 가셨지.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어서

잔치 때마다 그 잔을 쓰시고

그걸로 술을 드실 때마다 계속 눈물을 흘렸지.

 

돌아가실 때가 가까워지자

다스리던 고을들과 온갖 것들을 세자에게 물려주셨지만

금 잔 만은 그러지 않았지.

 

임금님은 왕궁 잔치를 열었는데

바닷가 높은 성 안에

선조들 대물려 온 넓은 연회장에

기사와 귀족들 모두 불렀지.

 

늙으신 임금님은 거기에 서신 다음

그 잔으로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드시더니

그 성스러운 잔을 바닷물에 힘껏 던지셨지.

임금님은 잔이 떨어지는 것과,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것을 보신 다음

눈을 영원히 감으시고

다시는 마시지 않으셨네.

 

 

 

프로메테우스

 

제우스여,

그대의 하늘을 구름의 연기로 덮어라!

그리고 엉겅퀴의 목을 치는 어린이처럼

참나무나 산정들과 힘을 겨뤄라!

그러나 나의 대지는 손대지 말고 내버려둬야 한다.

그대가 짓지 않은, 나의 작은 집과,

불길 때문에 그대가 나를 질투하는 나의 화덕도

나는 태양 아래에서

신들인 그대들보다 가엾은 자들을 알지 못한다.

그대들은 제물과 기도의 숨결로 간신히 먹고산다.

대단한 분들이여

그리고 만일 어린이들과 걸인들이

희망에 부푼 바보들이 아니었던들

그대들은 굶주렸을 것을.

나 역시 어린애여서, 들고 날 곳을 몰랐을 때,

나는 당황한 시선을 태양을 향해 돌렸다.

마치 저 하늘에, 나의 탄식을 들어 줄 귀가 있고,

압박 받는 자를 불쌍히 여겨 줄

나의 마음과 같은 마음이 있는 듯이.

그러나 누가 거인족의 오만에 대해서 나를 도왔으며,

누가 죽음과 노예 상태에서 나를 구했던가?

거룩하게 불타는 나의 마음이

이 모든 것을 성취하지 않았던가?

그러고도 젊고 선량한 마음은 기만당하여,

구원에 감사하며 천상에서 잠든 자를 열애하지 않았던가?

그대를 존경하라고? ?

그대가 이전에 한 번이라도

짐을 진 자들의 고통을 덜어 준 적이 있는가?

그대는 이전에 한 번이라도

겁먹은 자들의 눈물을 달래 준 적이 있는가?

전능의 시간과 나의 주이며,

그대의 주인인 영원한 운명이

나를 사나이로 단련하지 않았던가?

꽃봉오리의 꿈이 모두 성숙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삶을 증오하고,

황야로 도주할 것이라고 그대는 착각하는가?

나는 여기에 앉아,

나의 모습에 따라, 인간들을 형성한다.

괴로워하고, 울며, 즐기고, 기뻐하는,

나와 같이 그대를 존경하지 않는 나를 닮은 족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