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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문학의 뜨락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시 모음

by 石右 尹明相 2016. 1. 11.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1770~ 1850

영국 184373세의 나이에 계관 시인이 되었다.

 

   

무지개

 

하늘에 무지개 바라보면 내 마음 뛰노나니,

나 어려서 그러하였고

어른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나 늙어서도 그러할지어다.

아니면 이제라도 나의 목숨 거둬 가소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하노니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천생의 경건한 마음으로 이어질진저,

 

 

 

수선화

 

하늘 높이 골짝과 산 위를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

문득 나는 보았네, 수 없이

많은 황금빛 수선화가

호숫가 나무 아래서

미풍에 한들한들 춤추는 것을

 

은하수에서 빛나며

반짝거리는 별들처럼 쭈욱 연달아

수선화들은 호만(湖灣)의 가장자리 따라

끝없이 열지어 뻗쳐 있었네

무수한 수선화들이, 나는 한 눈에 보았네,

머리를 까닥이며 흥겨이 춤추는 것을

 

수선화 옆에 호수물도 춤추었으나, 수선화들은

환희에 있어 반짝거리는 물결을 이겼었다:

이렇게 즐거운 동무 속에

시인이 아니 유쾌할 수 있으랴!

나는 보고 또 보았다. 그러나 이 광경이

어떤 값진 것을 내게 가져왔는지 미처 생각 못했더니

 

이따금, 멍하니, 아니면 생각에 잠겨

카우치에 누워있을 때

수선화들이 번뜩인다

고독(孤獨)의 정복(淨福)인 심안(心眼);

그러면 내 마음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춘다

 

 

 

초원의 빛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그대를 향한 마음 희미해진다면

이 먹빛이 하얗게 마르는 날

나는 그대를 잊을 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해도 서러워 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세월을 찾으소서..

 

초원의 빛이여.

그 빛 빛날 때 그대 영광 빛을 얻으소서.

한때는 그토록 찬란했던 빛이었건만

이제는 덧없이 사라져 돌이킬 수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찾을 길 없더라도

결코 서러워 말자..

우리는 여기 남아 굳세게 살리라.

 

존재의 영원함을

티 없는 가슴에 품고.

인간의 고뇌를 사색으로 달래며

죽음의 눈빛으로 부수듯

티 없는 믿음으로 세월 속에 남으리라.

 

 

 

가여운 스잔의 환상

 

우드 가() 모퉁이에 해가 떠오를 때면

목청 높여 우는 새장속의 티티새 삼 년 동안 노래했다.

가여운 스잔이 이곳을 지나다가

아침의 정숙 속에 이 새 노래를 들었다.

 

황홀한 그 노래 소리, 어인 일인가? 그녀는 본다.

솟아나는 산, 나무들의 환상을-

빛나는 물보라가 로드버리를 지나 미끄러져 가고

강물이 칩사이드 골짜기로 흐른다.

 

그녀는 푸른 목장을 본다. 골짜기 한 복판에서

우유통 들고 그녀가 자주 오르내렸던 골짜기

그리고 그녀가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단 하나의 집

비둘기집 같은 유일한 작은 오두막집을.

 

이를 본 그녀의 마음 천국에 갔다. 그러나 그건 사라진다.

안개도 강물도, 언덕도 그늘도

시냇물은 흐르려하지 않고 언덕도 솟아나려 않는다.

그리고 온갖 색채 모두 그녀의 눈에서 사라져버렸다.

 

 

 

뻐꾹새에게

 

오 쾌활한 새 손님이여! 네 소리 일찍 듣고

지금 또 들으니 기쁘구나

오 뻐꾹새여! 너를<>라 부를까.

헤매는 <목소리>라 할까?

풀 위에 누워 있으면

네 이중의 외침 들리누나

언덕에서 언덕으로 지나는 듯하고

동시에 멀고 가까운 듯하다.

햇빛과 꽃의 이야기를

골짜기에만 재잘대나

너는 내게 가져온다.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참 반갑구나, 봄의 총아여!

아직도 너는 내겐

새가 아닌, 어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어떤 목소리, 어떤 신비여라.

학생시절 내가 귀 기울이던

바로 그 소리, 나로 하여금

이리저리, 숲과 나무와 하늘로

찾게 했던 그 울음소리여라.

너를 찾느라 난 자주 헤매었지

숲을 지나고 풀밭으로

그런데 넌 언제나 어떤 희망, 어떤 사랑.

늘 그리워했지만 한 번도 눈에 띈 적이 없어.

 

 

 

잃어버린 사랑

 

그녀가 살던 더브 샘가는

인적 드문 외딴 곳이었네.

칭찬해 줄 이도 없고

사랑해 줄 이도 없었던 처녀.

 

이끼 낀 바위틈에 살며시 숨어서

고요히 피어난 제비꽃이여!

새벽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아름다웠네.

 

아무도 몰래 살아왔듯이

그녀의 죽음도 아는 이 없네

아 그러나 그녀는 무덤으로 가고

내게는 너무나 큰 슬픔!

 

 

 

3월의 노래

 

닭이 운다

시냇물은 흐르고

새떼 조잘대며

호수는 반짝이는데

푸른 초원은 햇볕 속에 잠 들었네.

 

늙은이도 어린이도

젊은이와 더불어 일하는

풀 뜯는 가축마저도

고개를 들지 않네

마흔 마리가 하나 같이.

 

패전한 군사처럼

헐벗은 산마루에

병들어 누었는데

밭가는 아이 목청엔

힘이 들었네 이랴 이랴!

 

산에는 기쁨

샘에는 생명

조각구름 두둥실 떠가는

하늘은 더 푸르러만 가네.

비 개인 이 날의 기쁨이여.

 

 

 

나비에게

 

내게 가까이 머물러 있으렴.

날아가지 마라!

눈에 보이게 좀 더 있어다오!

네게서 더 많은 이야기 거리를 발견한단다.

내 유년 시절을 다 알고 있는 자여!

내 가까이 떠올라 있어라,

아직은 떠나가지 말고!

죽어 버린 시간들이 네 안에서 살아나는구나.

너처럼 쾌활한 피조물은

내 마음 속에 거룩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구나!

내 아버지의 가족을!

 

, 지난날은 즐겁고 즐거웠었지.

그 시절, 우리가 어려서 놀던 때,

내 누이 에멜린과 함께

나비를 잡으러 다녔었지!

진짜 사냥꾼처럼

나는 사냥감에게 돌진했었어.

펄쩍 뛰고 튀어 오르면서

풀숲에서 덤불 속까지 따라다녔지;

하지만 이젠 하늘나라에 간 그녀는

나비 날개에서 떨어진 가루를

털어내야 할까봐 두려워했었지

 

 

 

인적 멀리 떨어진

 

인적 멀리 떨어진 더브의 샘물가에

아름다운 루시는 살고 있었다.

칭찬해 주는 사람 아무도 없었고

사랑해 주는 사람도 없는 아가씨였다.

 

이끼 낀 바위틈에 반쯤은 숨은

한 떨기 소박한 오랑캐꽃이랄까!

아니면, 어두운 밤 서녘 하늘에

다만 홀로 반짝이는 별이라 할까.

 

아는 이 전혀 없이 혼자 살다가

아는 이 전혀 없이 홀로 죽었다.

이제는 무덤 속에 누워있는 그녀.

, 나만은 슬픔안고 그녀를 안다!

 

 

 

외로운 추수꾼

 

보라! 들판에서 홀로

가을걷이하며 노래하는

저 고원의 처녀를,

멈춰서라. 아니면 슬며시 지나가라,

홀로 베고 다발을 묶으며

구슬픈 노래를 부른다.

 

귀 기울여라! 깊은 골짜기엔

온통 노랫소리가 차 있구나.

 

아라비아 사막에서

그늘진 오아시스를 찾아 쉬는 길손에게

어떤 나이팅게일도

이렇듯 반가운 노래는 들려 주지 못했으리

아득히 먼 헤브리디스 섬들 사이

바다의 정적을 깨뜨리며

봄에 우는 뻐꾸기도

이렇듯 떨리는 목소리는

들려주지 못했으리.

 

무엇을 노래하는지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으려나?

구성진 노랫말은 아마도

아득히 먼 서러운 옛 일이나

옛 싸움을 읊은 것이리.

아니면 한결 귀에 익은

오늘날의 이일 저일

옛날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피치 못할 슬픔과 이별과 아픔이리.

 

노랫말이 무엇이든 그 처녀는

끝이 없는 듯 노래했으니

나는 들었노라, 허리 굽혀

낫질하는 그녀의 노래를

꼼짝 않고 잠잠히 귀 기울이다

내 등성이를 올라갔으니

그 노랫소리 이미 들리지 않았으나

내 가슴은 그것에 남아 있었으니.

 

 

 

나는 구름처럼 외롭게 방황했네

 

계곡과 언덕 위로 높이 떠다니는

구름처럼 외롭게 방황하다

문득 나는 한 무리를 보았네

수많은 황금빛 수선화들

호숫가 나무 아래에서

미풍에 나부끼며 춤추는 것을..

 

그들은 은하수에서 빛나고 반짝이는

별들처럼 이어지고

만의 가장자리를 따라

끝없이 선 속에 펼쳐져 있었네

나는 한 눈에 보았네. 수천송이 수선화가

머리를 흔들며 흥겹게 춤추는 것을.

 

물결도 그들 옆에서 춤추었지만, 꽃들은

환희 속에서 활기 넘친 몸짓을 했네

시인은 기쁘지 않을 수 없었네

그토록 명랑한 무리 속에서

나는 바라보고. 바라보았지만 .. 거의 생각 할 수 없었네

그 광경이 얼마나 값진 것을 내게 가져다주었는지를.

 

공허 속에서 또한 우주에 젖은 심상 속에서

종종 나의 긴 소파에 누워 있을 때면,

고독의 행복 속에 있는 내부의 눈에

수선화들이 문득 떠오르곤 하네.

그러면 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차고

그 수선화들과 함께 춤추고 있네.

 

 

 

이른 봄에 지은 시

 

나는 조화된 수많은 소리를 들었다.

작은 숲속에 기대어 앉아

향기로운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생각들이

마음속의 우울한 생각들을 내몰아 낼 때에

 

자연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속세의 마음에 연결시켰기에,

내 마음 슬퍼 생각하기를.

인간의 무엇이 되어버렸는가.

 

무성한 앵초꽃 수풀을 지나 푸르른 빈터에서

빙카꽃은 그 덩굴을 뻗어가고,

나의 생각으로는 그 모든 꽃들이

숨 쉬는 공기를 즐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주변의 새들은 깡총거리며, 즐거워

그들의 생각을 짐작조차 못하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움직임만으로도

그것이 가슴 두근거리는 즐거움 것처럼 보인다.

 

새싹 움트는 나뭇가지들은 그들의 잎을 펼쳐,

산들거리는 바람을 잡으려는 듯.

내가 생각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생각해 봐도

그곳은 즐거운 곳이었다.

 

만약 이 생각이 하늘이 보낸 것이라면

, 이것이 자연의 신성한 계획이라면

긴 탄식을 할 이유가 충분히 있지 않겠는가.

인간이 무엇이 되어 버렸는가?

 

 

 

내 가슴은 뛰누나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가슴은 뛰누나.

내 어린 시절에도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나 늙어져도 그럴 것이거늘

아니면 내 목숨을 거둬가소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컨대 내 하루하루가

자연의 경건함으로 이어갈진저.

 

 

 

소녀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았다

 

그 애는 도브 강 상류

인적 없는 곳에 살았다

칭찬해 줄 사람도 없고

사랑해 줄 사람도 거의 없는 소녀

 

이끼 낀 돌 옆

반쯤 숨은 바이올렛같이

하늘에 홀로 비치는

고운별같이

 

루시는 남모르게 살았고

언제 죽은 줄도 모른다

그러나 그 애는 무덤 속에 묻히고

, 세상이 내게는 어찌나 달라졌는지

 

 

 

우리는 너무 세속에 묻혀 있다

 

우리는 너무 세속에 묻혀 있다

꼭두새벽부터 밤늦도록 벌고 쓰는 일에 우리 힘을

헛되이 소모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도 보지 못하고,

우리의 마음마저 저버렸으니

이 비열한 흥정이여!

 

달빛에 젖가슴을 드러낸 바다

늘 울부짖다

시들은 꽃포기처럼 잠잠해지는 바람

이 모든 것과 우리는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아무것도 우리를 감동시키지 못한다

하나님이여!

차라리 사라진 옛 믿음으로 자라는

이교도나 되어

이 아름다운 풀밭에 서서

나를 슬프게 하지 않을 풍경을 바라보고

바다에서 솟아나는 프로테우스를 보고,

트라이튼의 뿔나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수녀들은

 

수녀들은 수녀원의 좁은 방을 괴롭다 하지 않고

수도자들은 그들의 암자를 만족해하며

학자들은 명상에 잠길 만한 공간에 흡족하고

처녀들은 물레에, 이는 베틀에 앉으면

즐겁고 행복하다. 꽃을 찾아

퍼니스 고원에 최고봉만큼 높이 솟는 벌도

디기탈리스 꽃송이 속에서

몇 시간이고 속삭이리니 정녕 그곳은

우리 숙명의 감옥은 아니리라.

소네트의 좁은 구속에 얽매임도 즐거움에 방편.

꼭 그래야만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없는 자유를 짐스럽게 여기는 이들이

나와 같이 이 소네트에서 잠시라도 위안을 받으면

얼마나 기쁠 것인가.

 

 

 

눈송이

 

Out of the bosom of the Air

대기의 가슴에서

Out of the cloud-folds of her garments shaken,

구름 옷자락 흔들리며

Over the woodlands brown and bare,

헐벗은 갈색 삼림지 위로

Over the harvest-fields forsaken,

추수 끝난 버려진 밭들 위로

Silent, and soft, and slow

말없이 가벼이 천천히

Descends the snow.

눈이 내린다.

 

Even as our cloudy fancies take

우리의 흐릿했던 공상

Suddenly shape in some divine xpression!!!!!!!!,

문득 어떤 거룩한 모습 취하듯

Even as the troubled heart doth make

괴로운 가슴이 하얀 얼굴로

In the white countenance confession

고백을 하듯

The troubled sky reveals

괴로운 하늘이

The grief it feels.

슬픔을 내비친다.

 

This is the poem of the air,

침묵의 음절로 천천히 씌어진

Slowly in silent syllables recorded;

이것은 대기의 시.

This is the secret of despair,

구름의 품에 오랫동안 감춰둔

Long in its cloudy bosom hoarded,

이것은 절망의 비밀

Now whispered and revealed

이제야 숲과 들에

To wood and field.

소곤소곤 얘기하네.

 

 

 

불멸의 암시에 대한

 

우리의 탄생은 수면과 망각이라네

우리와 함께 소생하는 영혼,

우리 생명의 별은

다른 곳에 그 배경을 갖고 있었고

멀리에서 왔다네

 

그러므로 고요한 때에는

비록 우리가 먼 오지에 있지만

우리의 영혼은 우리를 이곳까지 오게 한

불멸의 바다를 바라보면서

그 해안에서 노는 어린이들을 볼 수 있고

큰 물결이 파도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네

 

 

 

그녀는 기쁨의 환영(幻影)

 

처음으로 내 눈에 비쳤을 때

그녀는 기쁨의 환영(幻影)이었다.

순간을 장식하기 위해 온

귀여운 그림자였다.

눈은 초저녁별처럼 아름다웠고

검은 머리카락 또한 초저녁 같았다.

그러나 그 밖의 모든 것은

5월과 상쾌한 새벽에서 나온 것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놀래 주고 매복하는

춤추는 모습, 즐거운 영상이었다.

 

더 가까이에서 그녀를 보니

선녀이면서 또한 여인!

집안에서의 움직임은 거침없이 가볍고

자유로운 처녀의 발걸음

달콤한 추억과 달콤한 희망이

함께 어울린 얼굴,

인간 본성을 하루하루 이어주는

덧없는 슬픔과 하찮은 농간

칭찬과 비난, 사랑과 입맞춤, 눈물과 미소에

알맞게 밝고 착한 여인이었다.

 

이제 나는 차분한 눈으로

그녀 몸매의 고동을 본다.

깊은 생각으로 호흡하는 존재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가는 길손

단단한 이성, 온건한 의지

끈기와 통찰력, 기운과 솜씨를 두루 갖춘

일러주고 달래주고 호령하는

빼어나게 태어난 흠없는 여인

또한 눈부신

천사의 빛을 두른 선녀였다.

 

 

 

루시 그레이

 

루시 그레이 얘기는 가끔 들었다.

광야를 건너가다가 우연히

동틀 무렵

그 외로운 아이를 보게 되었다.

 

말벗도 친구도 모르는 채

그녀는 넓은 황무지에서 살았다.

인가의 문 곁에서 자라는

아름다운 꽃나무처럼.

 

그대는 아직도 뛰노는 새끼 사슴과

풀밭에서 뛰는 산토끼를 볼 수가 있다.

그러나 다시는 루시 그레이의 부드러운

얼굴을 볼 수 없으리라.

 

"오늘밤엔 눈보라가 치겠다.

얘야, 초롱불을 들고 가서

네 어머니의 밤길을 밝혀 주려므나

너는 읍에까지 가야 되겠다."

 

"아버지, 그러겠어요.

이제 겨우 오후에요.

교회 시계가 두 시를 쳤지요.

그런데 저기 달이 떴어요!"

 

이 말에 아버지는 낫을 들고

나뭇단의 새끼줄을 잘랐다.

그는 부지런히 일을 하였고

루시는 초롱불을 손에 들었다.

 

산노루보다도 더 신이 났다.

장난치며 걷는 그녀의 발걸음이

눈가루를 날려

연기처럼 흩어지게 했다.

 

불시에 눈보라가 불어 닥쳤다.

많은 산을 오르내리며

그녀는 헤메었으나

읍에는 이르지 못했다.

 

처참해진 부모들은 밤새

고함치며 멀리 찾아나섰다.

그러나 인도해 줄

소리도, 보이는 것도 없었다.

 

새벽녁에 그들은 황야를 굽어보는

등성이에 서 있었다.

자기 집 대문 가까이에

나무다리가 있는 것이 보였다.

 

두 사람은 흐느껴 울었다.

집으로 향하면서 소리쳤다.

 

"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되겠지."

 

바로 그 때 어머니는

눈 속에 난 루시의 발자국을 보았다.

 

두 사람은 가파른 산마루를

작은 발자국을 쫓아 내려갔다.

흠이 난 산사나무 울타리를 지나

길고 긴 돌담을 따라.

 

이어 활짝 트인 들판을 가로질렀다.

발자국은 여전하였다.

두 사람은 계속 따라 가서

나무다리에 닿았다.

 

눈 덮인 둑에서부터

하나하나 발자국을 따라갔다.

다리의 널빤지 한복판에서

자국은 이제 끊겨져 있었다!

 

그녀가 아직도 살아 있다고

지금껏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쓸쓸한 광야에서

어여쁜 루시 그레이를 볼 수 있다고.

 

가파르건 순탄하건 가리지 않고

그녀는 길을 간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녀의 노랫소리는

바람 속에 휘파람이 되어.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하다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하다. 밤낮으로 우리는

벌고 쓰는 데 우리의 힘을 탕진해 버린다.

우리 것인 자연에서 보는 것이 거의 없다.

모두가 마음마저 내버렸으니, 천박한 편익이다!

달빛에 젖가슴을 드러내는 바다

쉴 새 없이 울부짖으려 하지만

지금은 잠든 꽃처럼 움츠러든 바람

이들과 모든 것에 조화를 잃어버린 우리

무엇에도 감동받지 못하니, 신이시여!

차라리 낡은 신앙으로 길러진 이교도이고 싶습니다.

그러면 이 즐거운 초원에 서서 제 마음의

쓸쓸함을 달래줄 광경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프로테우스를 보거나

늙은 트라이턴이 소라고둥 부는 것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수잔의 환상

 

우드가 모퉁이에, 해가 떠오를 때면

목청 돋우어 우는 한 마리 티티새,

지난 3년 동안 한결같았다.

 

가여운 수잔이 이곳을 지나다 고요한 아침에 그 노랠 들었었다.

황홀한 그 노랫소리; 무슨 번민이라도 있단 말인가?

 

수잔은 본다

솟아오르는 산, 나무들의 환영을;

 

뭉개뭉개 떠오르는 빛나는 안개는 로드 버리를 지나 미끄러져 가고,

한 줄기 강이 치잎사이드의 골짜기를 흘러내린다.

 

푸른 목장을 그녀는 본다. 작은 골짜기의 한복판에서,

양동이 하나 들고 그녀가 자주 오르내렸던 그 골짜기,

 

그리고 비둘기장 같은 한 채의 오두막집을 본다.

그녀가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단 하나의 집을,

 

이 모두를 보고 그녀의 마음은 천국에 잠긴다,

그러나 그 모두는 사라진다.

 

안개도 강물도 언덕도 그늘도,

시냇물은 흐르려 하지 않고, 언덕도 솟아나려 들지 않는다.

온갖 아롱진 빛이 모두 다 그녀의 눈에서 사라져 버렸다.

 

 

 

선 잠이 내 혼을

 

선잠이 내 혼을 봉해 놓았었다.

나는 삶의 두려움을 몰랐다.

그녀는 초연한 사람인 듯싶었다.

이승이 세월의 손길에.

 

이제 그녀는 움직이지 않는다.

가운도 없다.

듣도 보도 못한다.

바위와 돌멩이와 나무와 더불어

하루하루 땅덩이의 궤도를 돌고

있을 뿐.

 

 

 

頌詩

 

이른 어린이 시절을 돌아보며 불멸을 노래한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기에

내 하루하루가 자연의

경건 속에서 보내지기를 바란다.

풀밭도 숲도 시내도 대지도

또 모든 일상의 모습들이

내게는 하늘빛을

머금어 꿈의 영광과

신선미로 싸여 보인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옛날 같지 않게 되었다

내가 어디를 돌아보나

밤이나 낮이나 일찍이

내가 보았던 것을 지금은 다시 볼 수가 없다.

무지개가 떴다 사라지고

장미도 곱다.

달은 기꺼이

하늘이 맑으면 주위를 돌아보고

물은 별 많은 밤이면

아름답고도 곱다

햇빛은 찬란히 솟아오른다.

 

 

 

頌歌

 

초원의 빛이 꽃의 영광이

다시는 그대에게 돌려지지 않는다 해도

서러워 말지어다.

차라리 마음속 깊은 빛을 찾으리

 

1.

초원의 숲과 강, 그리고 대지와 평범한 경치가

나에겐 장엄한 빛과 영광스럽고 신성한 의상을

걸친듯이 보였든 옛날이 있었다.

지금, 지난날의 모습은 없구나

몸을 돌려 어디를 보아도,

밤이나 낮이나 내가 보아왔든

만상(萬像)은 지금은 볼 수가 없구나.

 

2.

무지개가 떴다 지고, 장미꽃이 탐스럽게 피고,

하늘이 청명할 때, 달님은 기뻐 주위를 돌아본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에 강물은 아름답고 조용하다.

햇빛은 찬란한 탄생이다. 그러나 나는 역시 안다.

내가 어디로 가든 지상에서 영광은 떠나 버렸다는 것을

 

3.

지금, 이렇게 새들이 즐거운 노래를 부르고

어린양들이 북소리에 맞추어 뜀 뛰는 동안

나에게 홀로 슬픔의 생각이 떠 올랐다.

때로 엄숙한 말이 탄식에 구원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힘을 얻는다.

폭포수가 절벽에서 자기의 트럼페트를 분다.

그 계절은 나의 슬픔을 더는 범하지 않으리라.

나는, 산들이 모여 웅성대는 메아리를 듣는다.

바람은 잠(죽음)의 들에서 나에게 불어오고,

온 대지는 기뻐하누나. 땅과 바다는 스스로 기쁨에 충만하고,

모든 짐승들은 저마다 오눨의 부푼마음으로 휴일을 즐긴다.

그대, 기쁨에 찬 아이여 ! 내 주위에서 소리치고,

내게 그대의 외침을 들려준다. 그대, 행복한 목동이여 !

 

4.

그대들, 축복받은 생명들이여 !

나는 그대들이 서로 주고받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하늘이 그대의 축제에서 그대들과

소리 내어 웃는 것을 본다.

나의 마음은 그대들의 축제에 함께 있다.

나의 머리에는 화환이 씌여 있다.

너희들의 기쁨의 충만함을 나는 느낀다. 그 모든 것을 느낀다.

! 괴로운 날, 대지 스스로 이 달콤한 오월의 아침을 꾸미고,

어린 아이들이 어디에서고

수천의 계곡에서 멀리 향긋한 꽃을 따고 있는 동안,

그리고 태양이 따사롭게 비치고 있고,

아기가 엄마 품에서 놀고 있는 동안,

만약, 내가 슬품에 잠겼더라면,

나는 들을 것이다. 들을 것이다.

즐거움으로 나는 듣고 있을 것이니라.

그러나 한 나무가 있다.

여러 나무 중 한 나무와 내가 내려다 본 고독한 뜰이 있다.

그들 다 지나간 일들을 이야기한다.

내 발아래 핀 오랑캐꽃들은 똑같은 이야기들을 되풀이 한다.

환상적인 빛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

지금 그것은 어디에 있을까요? ,

영광과 꿈은?

 

5.

우리들의 탄생은 다만 하나의 죽음이요. 하나의 망각이다.

우리와 함께 生命을 얻은 영혼, 그리고 우리의 생명의 별.

그것이 다른 곳 어디엔가 있었다 할지라도,

그리고 먼 데서 왔다 할지라도 完全忘却안에 있지 않았고,

완전한 벌거숭이인 체로는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우리들의 가정인 신()으로 부터

영광의 구름을 타고 온다.

하나님은, 어린 시절 우리 곁에 있다.

감옥의 그림자는 성장하는 아이를 막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빛을 본다.

그리고 빛이 흘러가는 곳에서 기쁨으로 빛을 본다.

날마다 동쪽으로 부터 멀리 여행을 떠나야 할 젊은이들은

아직 신()의 목자이다.

그리고 여행도중 눈부신 환상의 도움을 받는다.

겨우 그 사람은 그것이 사라진 것을 감지하고

평범한 날의 빛 속으로 시들어 버렸다는 것을 안다.

 

6.

대지는 자신의 온갖 즐거움으로 그 우묵한 곳을 가득 채운다.

대지는 그 자신의 천성 속에 사모를 간직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마음의 그 무엇과도 같다.

그리고 변변치 못한 目的도 없이 그 소박한 유모는

그녀의 수양아이인, 그녀의 동숙인(同宿人)이 그가 지금까지 안

그 모든 영광과 그가 온 그 황제의 궁전을 잊게끔

할 수 있는 한 모든 일을 한다.

 

7.

보라 !

신생(新生)의 온갖 지고(至高)한 기쁨가운데 있는 아이를!

6살 난 조그마한 체구의 너!

보라!

일하는 중에 있는 그 자신의 손이 어디에 놓여있는 가를,

그리고

수없이 번득이는 어머니의 입맞춤으로 문질러 닳아진 곳을

그리고

아버지의 두 눈에서 그에게 드리워진 빛으로, 닳아진 곳을

보라 !

그의 발아래 새로이 익힌 기술로 제 스스로 형성한

그 인생의 꿈에서 얻은 몇 가지의 계획이나 도표,

그리고 몇 개의 미완성품(未完成品)

결혼이나 축제 그리고 비탄(悲嘆)이나 장례(葬禮),

지금 그의 마음은 이것을 간직하고,

이것으로 그의 노래를 엮는다.

그다음 그는 사업, 사랑 또는 싸움의 대화에

그의 혀를 맞추겠지.

그러나 이것을 치워 버리기에는 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기쁨과 긍지로서 그 조그마한 배우는

다른 역활을 배운다.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마비된 연령에 이르기까지

때때로 그의 익살스러운 무대를 충만시키면서

그 인생은 그녀의 용구(用具) 한벌 속에 그녀와 함께 가지고 간다.

마치, 그의 모든 사명이 끝없는 흉내 냄인 것처럼,

 

8.

그대,

그대의 겉모습은 실로 그대 영혼의 무한함과는 다르구나

지금도 그대 천성의 운명, 그리고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리고, 말 못하는 가운데에서도

그 무한한 깊은 바다 속을 읽을 수 있고,

영원히 변함없는 마음으로 붙어 다닌 그대의 눈을

그대의 것으로 간직하고 있는 그대!

가장 훌륭한 철인- 위대한 예언자여! 축복받은 예언자여!

무덤속의 어두움, 어두움 속에서 방황하면서

우리들이 전력을 다해 찾으려고 애쓰고 있는

저 진리는 그대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그대의 불감은 그날처럼, 노예에 군림하는 주인과도 같이, 그리고

피하여 질 수 없는 엄연한 현실과도 같이 그대 위에 덮이는구나.

그대의 생존의 고귀함에 연유한 하늘이 주신 온갖 자유스러움으로

아직도 영광에 찬 그대 어린아이여!

어찌하여 그대는 이러한 중대한 시련을 겪으면서 그 세월들이

이렇게 맹목적으로 그대의 축복받은 행복과 함께

싸우면서 피할 수 없는 멍애를 지도록 자극하는 것이야?

, 그대의 영혼은 현 속세의 무거운 짐을 걸머질 것이다.

그래서 관습이 그대에게 얼어붙는 추위와도 같이

그대를 괴롭게 하고

생명처럼 거의 열중하게 하는 하나의 짐으로 지워지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