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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

사부작사부작 - 윤명상

by 石右 尹明相 2021. 12. 2.

 

사부작사부작

       / 석우 윤명상

 

떠가는지 멈췄는지 모를,

딴짓하다 한참 뒤에 보면

옆 건물 옥상으로 옮겨간 구름처럼

나는 그렇게 살기를 원했다.

 

급할 것 없는 인생으로

거북이니 굼벵이니 소리를 들으며

앞서가는 사람들 뒷모습만 볼지언정

사부작거리며 살아야지 했다.

 

하지만, 세월은 뭐가 그리 급한지

나를 끌어다가 어느새

중년과 노년 사이에 뒤섞어 놓았다.

이건 분명, 과속이다.

 

이제 20년 남짓 걸어온 것 같은데

노후연금에 관심이 가는 나이라니,

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총알택시에 실려 온 느낌이니 그렇다.

 

과속방지턱도 없는 길,

미처 따라오지 못한 내 마음은

아직 저만치 뒤에 있으니

기왕에 내 속도대로 천천히 가야겠다.

 

*동구문학 23호(2022)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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