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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의 한시 모음

by 石右 尹明相 2022. 1. 21.

 

 

허난설헌의 한시 모음

 

허난설헌(許蘭雪軒:15631590) 본명 : 허초희

 

   

* 몽유광상산시夢遊廣桑山詩

 

푸른 바닷물이

구슬 바다에 스며들고

푸른 난새는

채색 난새에 어울렸구나,

 

연꽃 스물일곱 송이

붉게 떨어져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

 

 

벽해침요해 (碧海侵瑤海)

청란기채란 (靑鸞奇彩鸞)

부용삼구후 (芙蓉三九朽)

홍타월상한 (紅墮月霜寒)

 

 

 

* 규원가 (원부사怨夫祠라고도 함)

 

천상의 견우직녀 은하수 막혔어도

칠월칠석 일년일도(一年一度) 실기(失期) 치 않거든

우리님 가신 후는 무슨 약수(弱水) 가렸기에

오거나 가거나 소식조차 그쳤는가

난간에 비껴서서 님가신데 바라보니

초로(草露)는 맺혀있고 모운(暮雲)이 지나갈 때

죽림 푸른곳에 새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 없다 하려니와

박명(薄命)한 홍안이야 나 같은 이 또 있을까

아마도 이 님의 탓으로 살동 말동 하여라

 

 

 

[허난설헌의 동시]

 

* 눈을 뿌려주세요

 

하늘나라 눈 선녀님 어디 계세요.

바람 차고 얼음 어는 겨울이 오면

사냥꾼들 날뛰는 사냥철 되면

따뜻한 털옷으로 갈아입고서

추운 겨울 이겨내는 우리 동물들

사냥꾼들 손아귀에 씨가 말라요.

하늘나라 눈 선녀님 살려주세요.

소매 속 옥가루를 뿌려주세요.

하얀 가루 떡가루를 뿌려주세요.

연분홍 꽃가루를 날려주세요.

 

 

 

 

* 난설헌의 유선사(遊仙詞)

유선사는 허난설헌의 대표적인 연작 한시로 총 87편으로 되어 있다.

 

 

* 유선사 (1)

 

천년을 이어온 아름다운 연못에서 목왕을 배웅하고

잠시 파랑새 앞세워 유랑의 연회에도 참석하였다가

날이 밝아서야 하늘로 돌아가려고 풍악을 울리며

시녀들과 함께 흰 봉황새에 올랐다

 

 

* 유선사 (2)

 

골짜기에 들어서자 아홉 마리의 용이 산다는

깊은 연못이 나왔다

차가운 구름은 푸른 연꽃에 스며들고 있었다

난새를 타고 천국의 사자를 따라 서쪽으로 가는 길에

꽃 앞에 서서 잠시 적송자*께 예를 올렸다

 

 

* 유선사 (3)

 

이슬이 허공에 스며드니 나무위에 뜬 달은 더욱 밝아

하늘에서 울리는 퉁소소리 꽃잎 날리는 듯 하여라

이른 아침 사자는 금 호랑이를 타고

붉은 깃 휘당을 나부끼며 옥청궁으로 향하는구나

 

 

* 유선사 (4)

 

신비로운 바람이 불어와 푸른 옷자락 날리며

난새가 새겨진 퉁소를 들고 오색구름에 기대어서니

꽃구름 밖에 옥동자는 백호를 채찍하며

신선이 계신 성문에서 소모군을 맞이하고 있었다

 

 

* 유선사 (5)

 

밤 새워 향불 피우며 천단에서 예를 올리니

알싸한 바람이 옷깃을 펄럭여 학창의*는 차가웁고

풍경소리 낮고 맑게 울려 퍼지니 달과 별은 더욱 서늘하여

계수나무 꽃잎에 맺힌 이슬이 붉게 난새의 깃을 적시우네

 

*학창- 학처럼 흰 바탕에 깃과 밑자락을 까맣게 두른 복색으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걸쳐 학자가 입던 포()

학과 같이 고결하고 숭고함을 상징하는 옷.

여름에는 모시나 면으로 만들고 겨울에는 명주나 비단 등으로 만들며

허리에는 세조대, 머리에는 복건이나 와룡관을 쓰고 학창의를 입었다 함.

 

 

* 유선사 (6)

 

서쪽 천단에서 잔치가 끝나니 하늘에 북두칠성도

어느새 희미하여

적룡은 남쪽으로 학은 동쪽으로 날아갔다

단약을 달이던 약방의 시녀는 단잠에 겨운 듯

난간에 기댄 채 새벽이 되어도 돌아갈 줄 모르고

졸고 있었다

 

 

유선사 (9)

 

환희 빛나는 성스러운 계수나무에

신비한 안개가 드리워졌다

채찍에 내리치며 용수레를 타고 하늘로 조회 가는데

붉은 구름이 자욱하게 깔리고

길에는 다니는 사람 없으니

꼬리 짧은 삽살개만 풀밭에서 졸고 있다

 

 

* 유선사 (10)

 

하늘에는 안개도 걷혔건만

학은 아직 돌아올 줄 모르고

계수나무 꽃그늘 속에 사립문은 고요히 닫혀 있구나

작은 시냇가에는 종일토록 신령스런 비가 내리니

땅 위에 가득 어려 있는 구름에 젖어

날지 못하는가 보다

 

 

* 유선사 (11)

 

길바닥에 괸 물이 치솟아

푸른 동산에 붉은 집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려 하니

화로 앞에서 졸며 지새우는 학의 밤은 길기만 한 것을

이름 새벽에 일어난 늙은 신선께서 명월을 부르시니

바다 노을 아득한 곳에서도 퉁소소리 들리는구려

 

 

* 유선사 (12)

 

서늘한 달빛에 탄 기운마저 감도는 밤은

더욱 깊어만 갔다

아름다운 왕비는 옥비녀를 빼면서

길 떠날 채비를 하고

다시금 채찍 잡으며 돌아갈 길 바라보니

서쪽의 푸른 성곽에는 오색구름이 자욱하였다

 

 

* 유선사 (79)

 

오수산에 구름이 낮게 드리우며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수정궁에 물결치던 가을도 발처럼 걷히고

단풍향기 속에서 월학과 꿈같은 세월을 보내노라니

궁궐 문 앞에서 악록화가 괴로워하고 있었다

 

 

* 유선사 (87)

 

여섯폭 비단 치마 노을에 끌고

완랑을 불러 난초 밭으로 오르네

피리소리 잠깐 새 꽃사이에 그치니

그 사이 인간의 일만 년이 흘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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